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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2. 2023

메탈리카 팬의 영원한 화두, 메탈리카는 변절자인가 2

2021-01-05 17:41:44

원래는 어제 작성한 글로 마무리를 지었고, 2를 쓰게 될 줄은 생각 못 했다.

하지만, 추가적으로 더 풀어 나갈 이야기들이 있었고, 문득 새벽에 정리든 생각들이 있어서 꼭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메탈리카가 변절자라고 욕을 먹는 근본적인 이유는, 진골 메탈 밴드라는 대중들의 인식이 워낙 깊이있게 각인돼 있었고, 다들 메탈리카는 스래쉬로만 쭉 직진 악세레다를 밟을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만 있었다.

스타일의 변화를 하더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4 장의 앨범들이 그랬으니까.

마치, AC/DC같은 행보를 걸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우직하게 밭을 가는 소처럼.

그런데, 거의 탈 장르에 가까울 정도로 스타일의 변화가 있었고, 그 것이 하필, 헤비 메탈 진영에게 미움의 존재인, 얼터너티브, 그런지 록 스타일이어서 충격이 컸을 것이다.

90 년대는 너바나를 중심으로 한 얼터너티브, 그런지 열풍이 일기 시작했던 시기로, 정통 록, 헤비 메탈들이 맥을 못 추고 인기가 사그라 지는 시기와 맞물리게 된다.


정통 록과 헤비 메탈에 길들인 골수 팬들에게는, 새롭게 형성된 얼터너티브, 그런지 사운드가 영 못마땅하게 들린다.

팝스러운 데다가, 무슨 저항한답시고 고상한 척하는 것이 가식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얼터너티브의 선두에 섰던, 커트 코베인이 그런 이유로 정통 록 진영에게 욕을 무지하게 많이 먹었다.

자기 혼자 고뇌하면서 세상 짐 다 짊어 지는 것 마냥 행동한다고.

코드 잡고 긁어 대면서 팝송 비스무리한 노래 부르는 게 어떻게 제대로 된 록이냐고.

나는 커트 코베인과 얼터너티브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나 역시 정통 록을 오래 들은 베테랑이지만, 때로는 너바나가 더 멜로디컬하고, 헤비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스타일이 달라서 자주는 안 듣지만, 가끔 들으면 좋다.


얘기가 약간 다른 데로 빠졌는데, 진영 논리의 프레임으로 보면, 메탈리카는 적대 진영인 얼터너티브로 변절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더군다나, 얼터너티브가 잘 나가니까, 너희도 돈맛들려서 스타일 바꾼 거 아니냐는 식의 비난도 가중되었다.

하지만, 메탈리카는 스래쉬라는 하위 장르에 국한되기는 너무 큰 밴드였고, 스타일의 변화로 인해 엔터 샌드맨, 디 언포기븐, 퓨얼같은 명곡도 탄생할 수 있었다고 본다.

애초부터 메탈리카가 한 장르만 고수해야 한다는 의무도 없는데, 너무 스래쉬라는 작은 프레임으로 메탈리카를 가둬 보는 것 같다.


단, 이 건 존재한다.

난 메탈리카를 한창 들을 적에 3 집까지를 통으로 들었다.

4 집도 괜찮기는 한데, 약간은 건조한 느낌이다.

그런데, 블랙 앨범 이후부터는 히트 곡들만 듣지, 통으로는 안 듣는다.

곡 수는 많은데, 곡 하나하나가 예전같이 영 신통치 않다.

2 집과 3 집을 들여다 보자.

트랙 수는 많지 않아도, 건질 만한 곡들이 많다.

참 알짜배기다.

라이브 때 고정으로 연주되는 곡들이 이 시기 앨범에 많이 포진해 있다.

5 집 이후부터는, 몇몇 히트곡을 제외하고는, 때워 넣기 식으로 곡을 채운 그저 그런 가수들 앨범보다 그래도 조금 나은 수준이라고 본다.

스타일을 바꾼 건 그렇다 치자.

메탈리카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높은데, 전체적인 앨범 완성도는 그만 못 하다.


데스 마그네틱, 그런 대로 회귀한 사운드였다.

완벽하게 만족은 못 해도,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 줄 법 했다.

모두들 전성기 사운드를 완벽하게 재현하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팬들은 예전의 스피드감, 서사적인 곡 구성, 헤비함이 살아 있는 밀도감있는 완성도를 원한다.

룰루는 아니지.

어떤 관점에서?

메탈리카라는 네임 밸류와 기대치에서.

헤비 메탈의 음악적 쾌감을 주려던 게 아니라, 단지 어이없는 웃음을 주려는 컨셉이었다면, 그 것은 완벽히 성공했다.

난 룰루를 듣고 그제사 메탈리카에 완전히 단념하게 되었다.


메탈리카가 다시 전성기에 버금가는, 호평받는 신보를 낼 수 있을까?

그저 그런 평반은 낼 수 있겠다.

메탈리카라는 네임 밸류는 기대하지 않고, 그냥 적당히 한 가닥 하는 밴드치고는 괜찮은 수준의 평작은 가능할 것이다.

기본기는 살아 있으니까.

전성기 때 무대를 날뛰며 마구 후려 갈기던 메탈리카?

유튜브 예전 라이브 영상을 보면 된다.

전성기 때 감각으로 곡을 쓰기에는 너무 먼 샛길 여정을 지나 와서, 그들만의 야성, 그들만의 감각을 망각해 버린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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