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논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속선 Jul 12. 2023

죽는 꿈

2021-01-06 10:59:04

죽는 꿈은 매우매우 길하고 상서로운 꿈이다.

꿈 중에서 대통령이 되는 꿈, 성인, 부처, 예수를 만나는 꿈도 무척 길하지만, 죽는 꿈이 으뜸이 아닌가, 싶다.


나는 죽는 꿈을 20 대 초반에 한 번 꾸었다.

내가 죽는 모습이 제 3자 시각으로 보였다.

당시에 나를 수학시키던 은사 님께 그 얘기를 했더니, "죽는다는 건, 예전의 소인배는 죽고, 대인배로 다시 태어 난다는 뜻이니라."

깨고 보니, 내가 죽지도 않고 멀쩡히 살아 있는데, 이 게 무슨 꿈인가 싶었었다.

역시, 수도를 하던 분의 안목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나는 육체에 국한해서 풀이가 안 되던 것을, 정신적 죽음과 부활로 해석하실 줄이야.


그 후로도 몇 번 죽음에 관한 꿈을 꾼 것 같은데, 완전히 죽은 느낌은 아니었다.

죽었는 지, 안 죽었는 지 결말이 영 명료치 못 했다.

죽는 꿈이 그토록 좋은 줄 몰랐는데, 또 꾸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기더라.

헌데, 꿈이란 게 내가 의도한다고 꿔 지나.

내가 일궈 나가는 삶 속에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현상이거늘.

그렇게 정리하고 살아 가니, 또 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굳이 꿈을 통해 느끼지 않아도, 나는 내가 서서히 변화돼 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꿈 속에서 죽음은, 내가 크게 변혁적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맞이 하게 될 환경이나 상황이 아니라, 내가 가진 생각의 틀, 그로 인해 내 스스로가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해서 가게 될 것을 의미한다.

예전의 나는 죽고, 다시 거듭난다는 매우 상서로운 꿈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자 심리로 보는 데이트 폭력, 성희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