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속선의 삶

사주는 봐도 인생길은 못 보는 사주쟁이

2021-01-06 12:28:12

by 속선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면, 요새는 하도 사주쟁이, 점쟁이들이 뛰어 들다 보니, 유명인의 사주 풀이를 많이 보게 된다.

손님은 없고, 앉아서 그 거나 써서 올리는가 보다.

사주를 보면, 대략적인 내용은 맞다.

나도 인터넷으로 사주를 보고, 잘 본다는 곳에 사주를 몇 군데 보러 가기도 했다.

지금은 전혀 안 중에도 없지만.


사주란 익히 알고 있겠지만, 내가 태어 날 때 갖고 태어 난 기운이다.

그 걸 통해 내 성격이라던가, 내 자신의 장, 단점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본인의 생년월일을 정확히 대입하고 잘 해석하면, 그 것은 신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본인 생년월일이 정확하지 않아, 오해가 생긴 때도 많았다고 한다.

요새는 병원에서 아이의 생년월일을 정확히 기록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사주쟁이들 특징이, 정해진 데이터를 도출하는 것까지는 누구나 다 잘 하는데, 그 것에 대해 자의적 해석으로 엉뚱한 어드바이스를 한다던가, 단순 호기심을 풀어 주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답을 제시하지는 못 한다.

그렇게 우리 인생에 대해 깊은 비밀을, 보통 인간보다 잘 알고 있으면, 사는 모습도 뭐가 달라도 달라 보여야 하는데, 실상은?

몇 평 안 되는 사무실 차려 놓고 푼돈 받아 가면서 살아 간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게, 나는 그런 데가 영 내키지 않았는데, 인사동 탑골공원 부근의 천막에서 친구가 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따라 갔는데, 한 10 분, 15 분 상담해 주고 만 원 받더라.

명동 카페에 있을 때도 싸게 봐 준다면서 이 사람, 저 사람 빌붙으려고 돌아 다니는 것도 봤고.

가장 생생한 것은, 당시에는 청계천에서 축제, 아마 불꽃 축제였을 것이다.

영풍문고 정문 부근에서 천막을 치고 멀뚱히 손님 기다리는 사주쟁이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이었다.

말없이 나는 지나 가는데, 그 중에 비구니 행색을 한 50~60 대로 보이는 여중이 천막 속에서 나한테 애처로운 표정으로 제발 한 번 보고 가라고 애걸을 하더라.

자기 코 앞의 인생도 살지 못 해서 남한테 애걸을 하는 주제에, 누가 누구의 고민을 풀어 주고, 인생의 고민을 들어 준단 말인가.

이 말을 해 주고 내가 돈을 받아야 할 판이었다.


뭣도 모르는 자가 처음 사주쟁이 말 들어 보면, 다 혹 하겠지.

"당신은 성격이 급한 면이 있어요, 그 걸 조심해야 돼요."

성격이 급하다, 급하지 않다는 뚜렷한 기준은 없다.

내담자는 그 걸 가지고 과거에 실수한 부분을 떠 올리며, 정말 그렇다고 치부해 버린다.

"주식, 복권, 이런 거 하지 마시고, 정직하게 월급받는 거 하세요."

당연히 하라고 했다가 안 되면 나한테 따지고 올 텐데, 누가 하라고 하겠는가.

"20 대 때는 대운이 없고, 40 대 중반 때는 잘 돼요."

대운이란 게 뭐고, 그 게 없으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안 되는 거고, 잘 된다는 것이 어떤 기준으로, 구체적으로 잘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그 말듣고 가만히 있다가 안 되면, 따져도 되는 것인가.

얻어 걸리는 식으로 잘 되면 그 건 보너스니까 내버려 두고, 안 되면 그 때 가서는 기억 안 난다, 다른 데 가서 보신 것 같네요, 아무리 사주가 그렇게 나와도, 그 건 본인이 노력하기 나름 아닌가요, 뻔하다.


만일에 말이다, 조만간 큰 돈을 만질 사주가 있다고 치자.

정말 이 거는 철썩같이 그리 되는 것이다.

사주쟁이는 엄청난 대운이 왔으니, 당신한테 엄청난 금전운이 깃들 것이라 말해 줬다.

그런데, 그 자가 큰 돈을 만지게 된 것은 맞는데, 은행 ATM기 현금 수송을 하는 직원으로 취직하게 되었다.

사주 상으로 재물을 상징하는 무슨 그런 용어가 있겠지.

그 자는 그 것만 본 것이다.

글자 해석.

이 게 대운이라고 할 수가 있나?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 된 것이다.

금전을 담당하고, 금전을 가까이서 많이 만지는 것은 맞는데, 그 걸 마치 부자되는 것처럼 해석하는 얼간이들이 있다.

알기 쉽게 하나의 예를 든 것이고, 이렇게 글자에 매여서 허튼 소리하는 쟁이들이 많다.


그렇게 누구보다 큰 대운을 볼 줄 알아서, 너는 거기 쪽방에 앉은뱅이로 푼돈받아 챙기고 있니?

남의 사주를 봐 주면서, 자기 사주를 못 볼 이유가 없다.

내 사주는 몇 번이고 심도있게 해석하며 봤겠지.

누구보다도.

그런데도, 그 추운 겨울에도 천막 속 난로 옆에를 벗어 나지를 못 하더라.

화장실은 어디 남의 가게 눈치 봐가면서 이용하고.

끼니를 시켜 먹거나, 손님 없을 때 도시락 먹어 가면서.


내가 어려워서 이 걸 풀고자 해서 가는데, 분석을 하고 맞추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자.


그래서 결론적으로 내가 뭘 어떻게 하라는 건데, 내가 뭘 어떻게 해야지 되는 건데.


그 건 없다.


있다면, 본인부터 사주쟁이로 거기 안 앉아 있지.


그런 거 봐서 뭐 하나.

기껏해야 제 앞길도 막막한 쪽방 사주쟁이인데, 내 앞길이 어찌 보인단 말인가.

생년월일이 정확하면 차라리 인터넷으로 무료로 봐라.

데이터는 정해져 있고, 이럴 때는 저렇게 해석하고, 저럴 때는 저렇게 해석하는 게, 기계는 차라리 그런 게 없다.

그리고, 행여나 내 앞길에 도움이 될까, 싶은 생각은 접고, 그냥 재미로만 보라.


고민이 있다면, 주변 지인이나 선배의 얘기를 두루두루 듣고, 종합해서 현 시점에서 가장 타당한 해결책을 도출해 내라.

그 게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다.

자기 앞길도 몰라서 앉은뱅이된 자들이 나에 대해 뭘 알겠는가.


외에도 우리 나라에 저런 미신들이 많다.

그런 데에 안 돼서 찾아 가지, 잘 되면 그냥 잘 되는 대로 살고 말지, 그런 데를 가겠나.

어려움을 토로하면, 액운이 껴서 그렇다, 조상님께서 한이 많고, 추운 데 계시니 명당으로 모셔야 한다, 빨간 옷을 입으니까 그렇다, 귀신이 붙어서 굿하고 부적써야 한다, 이름 바꿔야 한다, 별의 별 소리를 다 한다.

재미있는 건, 같은 어려움인데도 무당 찾아가면 굿하라고 하는 것이고, 작명소가면 이름 바꾸라고 하고, 풍수쟁이 찾아 가면 사는 터가 안 좋다, 조상님 묘를 이장해야 한다고 하고, 다 자기들 식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운 좋으면 로또 터지는 것처럼 유명해 지는 거고, 그냥 잠잠하면 그 걸로 돈받고 끝내고 마는 것이다.

행여나 따지고 들면, 당신 내 말 안 들었죠, 한 번 더 해야 한다, 나는 해 준다고만 했지, 결과까지 다 보장 못 한다는 식으로 적당히 무마해서 치고 나가면 된다.

이 걸 보고 뭐라고 하는가 하면, '동양철학'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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