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생론

2021-01-08 23:32:49

by 속선

"인생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

가히, 인생을 달관한 경지에 이르렀다.

이웃 국으로써,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해 일본을 통일한 인물로 알려져 있고, 그가 남기고 간 명언은, 다들 한 번쯤은 접해 봤으리라 믿는다.

여러 각도로 다뤄 보면서 우리네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그의 삶은, 이마가와라는 주군 가문에 종속된 채로 살아 가고, 이마가와가 망한 후에는 오다에게 실질적으로 주종관계로 종속된다.

노부나가 급사 후, 천하 패권을 잡은 히데요시에게 마저도 고개를 숙인다.

물론, 이를 완전한 종속이라 보기는 어렵다.

휘하의 자신을 따르는 세력이 건재했으므로.

그는 그러한 평생의 굴종의 인생을 견뎌 오면서 마침내 가장 영광스런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가 단순히 배알도 없이 비굴해서였을까.

자신을 철저히 낮추고, 강자를 스승으로 삼음으로써, 강자의 비결과 기법들을 전수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상대를 강자로 인정할 수 있으니, 나는 절로 고개를 숙일 수 있게 되고, 강자로부터 이용을 당하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욱 값진 배움을 얻은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힘과 리더쉽을 갖춘 것이, 일본 역사의 가장 결정적인 한 장면을 장식하게 된 것이다.

인내란 시기를 도모하는 것, 현재를 볼 줄 모른다면, 미래를 볼 줄 모르고, 성급한 수를 두게 된다.

이에야스는 가히 헤아리기 어려운 깊이가 있는 자다.


그렇다면, 그가 말한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짊어 지고, 먼 길은 간다는 말에 동의하느냐.

일부는 그렇고, 일부는 동의 안 한다.

그의 인생론은, 장본인인 그가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본인에게는 맞는 말이 되고, 또는, 그리 사는 자들에게는 부합하는 말이 된다.

그러나, 똑같은 인생을 사는 자는 단 한 명도 없 듯이, 그의 말이 모든 이의 인생에 통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단, 그처럼 인내하면서 짐꾼처럼 사는 이들에게는 완벽한 수긍이 될 것이고, 그들에게는 맞다고 할 수는 있겠다.

인생이 짐인 줄도 모르면서 유쾌하고 슬기롭게 사는 이들도 많다.

그들에게 이에야스의 이 말을 들려 준다면?

"너나 그렇게 사세요."


그러나, 큰 시야에서 우리네 삶은 본다면, 그 것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말이 된다.

어째서?

우리가 육신이란 짐을, 평생 짊어 지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육신이란, 유지비가 많이 든다.

하루 세 끼니를 일정하게 주유해 줘야 하고, 그냥 쌀과 물갖고는 안 된다.

풀도 들어가야 하고, 고기도 들어가야 하고, 생선, 비타민, 골고루 넣어 줘야지, 안 그러면 가다가 시동 꺼진다.

게다가, 다치거나 병들면, 그 게 그렇게 아플 수가 없다.

이래저래 신경쓰이고, 무겁고, 고달픈 짐이 아닐 수가 없다.

이제 걸음마떼고 말하기 시작하면, 약관의 나이가 될 때까지 '교육'이란 걸 이수해야 한다.

그 걸 다 받아야 사회 생활을 시작할 수 있고, 한 개인으로써 홀로 서기가 다 된 것이다.

그 뿐인가, 잘 생긴 낭군님도 만나, 주말에는 시외로 놀러도 가야하고, 여름에는 계곡으로 피서도 가 줘야지, 소위 말하는 문화생활도 해줘야 인간답게 산다고 할 수 있다.

짐꾼은 그냥 묵묵히 짊어 지고 가면 된다지만, 이 육신에 갇혀서 살아야 하는 '인생'이란, 보통 유지비가 많이 들면서도 까다롭고 무거운 게 아니다.


결혼해 봐라.

내 짐도 무거운 판에, 자식 짐도 짊어 져야 한다.

애업고 지하철, 버스타 봐라.

어깨 찢어 지는 것 같다.

인간많을 때 보챌 때는 아주 환장할 지경이다.

그런데, 그 게 그렇게 무거우면서도, 무겁지가 않다.


인생이란, 무거운 짐을 짊어 지고 먼 길을 간다, 완벽히 맞다.

우리가 육신에 갇힌 인간으로써 사는 한, 여기에 예외인 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예외라고 한다면, 아직 안 태어난 자, 죽은 자들이겠지.

그 건 어차피 육신이 없으니, 인간으로 칠 수가 없는 것이고.

다만 천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그런 인생을 큰 통찰의 의미로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지, 자신의 삶에 국한해서 인생을 평했을 뿐.


너무 우리의 짐에 고달파 하지는 말자.

우리가 하나인 걸 알면, 우리 모두가 결국 하나의 짐을 따로 나눠서 짊어 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

네가 내 곁에 있다면, 우리가 같이 든다면.

들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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