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틀을 깬 무도인이었던 이소룡, 그러나

2021-01-10 16:57:34

by 속선

이소룡에 대해 다시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 전까지는 이소룡에 대해 겉만 알지, 속까지 보진 못 했다.

난 그의 영화 속 보여지는 퍼포먼스라던가, 뭔가 있어 보이는 말들에 대해서, 단지 겉치레로 포장한 것이라 여겼다.

어디까지나 인기있는 영화 배우, 엔터테이너라고만 생각한 것이다.

그러지 말고 다시 심도있게 보자고 덤볐는데, 이소룡은 가히 무도인의 경지에 이르른 자라고 평하고 싶다.

세인들이 왜 그를 단순 무술가가 아닌, 철학자라고 하는 지를 알 것 같다.

"물과 같아라, 물처럼 유연해 져라."


철학은 허황된 말과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허상일 뿐이다.

그 말이 허황되지 않고 유효하려면 실제 삶 속에서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

그는 여러 무술의 혼합하여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유효한 것만 살려서 자신만의 새로운 무술 이론을 창조해 낸 것이다.

틀 안에 갖히는 작은 존재가 아닌, 틀을 깨고,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 지를 찾아서 그 것을 채우는 것이다.

마치, 물이 잔의 형태대로 자유자재로 바꾸듯이 말이다.

그래서 힘과 타이밍을 낭비하지 않는, 군더더기없이 가장 치명적인 공격과 효과적인 수비를 추구하는 무술, 절권도를 고안해 낸 것이다.

고정화된 딱딱한 틀을 깨고, 물처럼 스며드는 형태에 이른 것이, 그의 철학이랄 수 있겠다.


물론, 그라고 정통 무술이란 틀을 배우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큰 그릇으로 성장했기에, 한 카테고리의 무술이 작고 갑갑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역시 비범한 인물은 여기서 갈린다.

범인은 그 틀 안에서 만족하며 안주하지만, 그릇이 큰 자는 그 그릇을 깨 버린다.

그러나, 그가 작은 그릇을 깨기는 했지만, 그보다 더 큰 그릇을 만들었다.

그 것도 그릇은 그릇이다.


그 그릇이란, 이기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이면서 즉각적인 공격, 오로지 승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는 동양 철학 속 武의 본질이 무엇인 지 무척 궁금해 하면서 탐구한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뚜렷한 답을 구하지 못 했다.

그러나, 그 것은 알고 보니 보잘 것 없는 가치였음을 알아 버렸다.

그냥 '이기는 것'.

단지 그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소룡을 도인이라 칭하지 못 하고, 무도인이라 칭한 것이다.

武에 국한한 진리를 추구한 자이기 때문.

武란, 내 주장을 상대방에게 관철하거나, 뺐는 것, 타협이 안 되는 상대를 제압하여 자기 뜻을 관철하는 것이다.

武의 본질이 단순히 이기는 것이고, 내가 아는 그 것이 맞다면, 그냥 단지 힘의 우위인 것이다.

힘센 자의 말이 정의가 되고, 상대의 입장이 어떻든, 내 뜻대로 밀어 붙이는 것이다.


도인은 싸우지 않는다.

힘의 우위로 자신의 뜻을 억지로 관철시키거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일방적이지도 않다.

상대와 타협하며 가장 최상의 답을 도출해 나가며, 조화를 이뤄 낸다.

이소룡이 말한 조화는,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한, 자신의 수단 내에서의 무술 기법적 조화인 것이지, 상대가 적이란 데에는 달라질 게 없다.

상대와의 조화가 아닌, 자신의 무술 내에서의 조화, 그 안에서 물과 같은 것이다.

서로 입장 차이가 있다면, 상대방과 잘 의견교환을 하면서 상호 타협을 이루는데, 거기서 어떻게 적대시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거기서 어떻게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무술을 쓸 필요가 있나.

상대를 적이 아닌, 조화를 이뤄나갈 대상으로 인식하면, 武란 부질 없는 것이다.

서로 상생하면 더 좋은 결과물이 도출되는데 왜 싸우나?

물과 같아라.

주먹이 빠를 지, 발이 빠를 지를 계산하지 말고, 내가 가진 힘으로 상대의 빈 잔을 내가 어떻게 채워 줄 지, 상대에게 물과 같아라.


만일, 가장 강하고 누구든 이길 수 있는 자가 되길 원한다면, 그 것은 무력 최강국, 미국 대통령에 당선돼라.

그에게는 세계 최강 미군이 있고, 그의 사무실에는 빨간 핵 버튼이 있다.

이 글을 쓰는 현 시점, 곧 퇴임하겠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절권도는 커녕, 제대로 된 운동도 하지 않는, 배나온 할아버지이다.

그런데도, 앉아서 말 한 마디, 핵 버튼 하나로 이 지구 어딘가를 쓸어 버릴 수도 있다.

물론, 야당이 있고, 그런 정신나간 짓은 안 하겠지만.

이소룡이 살아서 도널드 트럼프에게 도전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총을 찬 경호원을 때려 잡아야 하는데, 그 게 될까 싶다.


제 아무리 절권도로 무술 최강자가 된다 한들, 칼을 든 깡패 무리를 이길 수 없고, 총을 따라 갈 수 없다.

이제는 총이 아니라 탱크, 항공모함, 전투기가 뜨면 절권도 고수 한 사단은 그냥 전멸이다.

만일, 절권도가 정말 武의 궁극적 형태라면, 모든 군대가 총이 아닌, 절권도를 수련하고 있어야 한다.


역사 속의 히틀러는, 헤아릴 수 없는 유태인을 죽음에 몰아 넣고, 거기에는 자국 군대와 소련, 연합군도 포함된다.

토탈 합계를 내 보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음에 이르렀는가.

만일 히틀러가 이소룡이 주장하는 이기는 법으로 전쟁을 했다가는 그 게 될 것 같은가.

그에게는 절권도 책이 있었던 게 아니라, 잘 훈련된 정예 군대와 지휘관이 있었다.


굳이 멀리서 찾지 않아도, 연약한 여성이었던 고유정은, 카레, 감자탕에 약을 타서 전 남편을 살해했다.

그가 절권도를 수련했나?

그냥 일반 여성이다.

왜 무술로만 상대방을 제압한다고 생각하는 지.

무술 안에서만 물과 같지, 넓게 바라 보지 못 했다.


더군다나 이제는 질서의 시대, 함부로 폭력을 휘둘렀다가는 경찰서로 잡혀 간다.

중국은 어떤 지 모르겠지만, 우리 나라에는 폭행죄로 형사 처벌되고, 진단서를 끊으면 민사 배상까지 해야 한다.

그런 걸 배워 뭐 하나.

이제는 힘의 우위, 武로 돌아 가는 세상이 아니다.

옛날에는 법의 지배력이 다 미칠 수 없었고, 그래서 하극상이라던가, 질서가 없이 힘으로 제압하는 세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武를 으뜸을 칠 수 밖에.


상대와 잘 타협해서 상생할 수 있다면, 싸움, 武같은 건 필요가 없다.

이소룡이여, 물과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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