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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2. 2023

Santana - Europa

2021-01-10 17:46:10

고등학교 시절에 작은 음악학원을 다녔었는데, 거기 기타 선생이 나한테 여러 록의 명곡을 녹음한 테이프를 주었다.

그 중에 한 곡이 지금 소개하는 산타나의 유로파인 것이다.

그 전부터 이 곡을 어딘가 종종 듣기는 했는데, 정확하게 그 테이프를 통해서 아티스트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글쎄, 내가 알기로는 이따금 아마추어 밴드가 있는 주점에서 자주 연주되는 곡 중의 하나가 이 유로파로 안다.

그런 데를 안 가봐서 잘 모르기는 하지만, 소위 말하는 노땅들이 듣기에는 확실히 좋은 곡 같다.

그러다 간혹 만취한 손님이 무명 기타리스트 얼굴에 술을 퍼 부으며, "연주가 뭐 이 따위야! 술맛 안 나게시리!", 하는 장면도 떠 오른다.

무명의 삼류 기타리스트는 착잡하지만, 애써 설움을 삭히며, "다시 하겠습니다.", 하면서 손수건으로 얼굴의 술을 닦고, 유로파 첫 구절을 구슬프게 뜯는다.

뭐, 소설은 여기까지 접고.


밤이 되면 울적할 때가 있다.

그 때 되면 어김없이 나 역시도 창가에 앉아 술을 적시곤 한다.

허전한 구석을 누구 하나 채워 주질 못 하고, 겨우 술로 달래 본다.

술맛을 모르는 이들은 술이 쓰다고 하는데, 인생의 쓴 맛을 본 자는, 술이 달다.


산타나의 영롱한 PRS 기타와 잘 어울리게, 애잔하게 퍼지는 오르간 반주.

서양음악이지만, 참으로 운치가 있으면서도 진한 맛이 느껴지는 명곡이다.

곡 후반부의 폭발하 듯이 질주하는 솔로는, 곡의 끝말미를 아련하면서도 강렬하게 장식한다.


불현듯 밤에 홀로 이 곡을 듣고 있다면, 이미 당신은 나이를 먹었거나, 인생의 쓴 맛을 본 것이 틀림없다.

면접에서 탈락 문자를 받았거나, 애인한테 차였거나.

헌데, 꼭 그런 배경이 없더라도, 산타나의 가장 대표적인 명곡임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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