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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2. 2023

퀸 팬의 영원한 화두, 머큐리 없는 퀸은 퀸이 아닌가

2021-01-11 00:35:36

힌 2 년 전부터 퀸 열풍이 불었다.

퀸에 열광하는 팬은 아니었지만, 전체 록 씬에서 황금기를 구가하던 퀸이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한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여러 록 밴드들 중에 왜 하필 퀸인가, 잠시 생각을 해 봤다.

주다스 프리스트, 아이언 메이든, 메탈리카, 딥 퍼플,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블랙 새버스, 그들이 록 씬 안에서는 모두 전설적인 존재인 것은 사실이지만, 퀸은 록 안에서도 먹히고, 록 밖의 팝 씬에서도 먹히는 점이 차별인 것 같다.

그들 음악 특징이 클래시컬한 우아함이 흐른다는 점이다.

마냥 부수고 때리는 밴드가 아닌, 그래도 남녀노소에게 어필할 수 있는 파퓰러함에 절충했던 점이 먹히는 것 같다.

특히, 여성들에게.

외에도 프레드 머큐리의 독보적 아우라, 그의 파란만장하고 비극적인 삶이 많은 흥미 요소가 되었을 것이다.


제법 오랜 기간 동안 퀸 열풍은 오래 갔는데, 퀸의 영화가 상영되고, 그들이 국내 최초 맞나, 유일할 것이다.

퀸이 몸소 내한하기까지 이르렀다.

그 현상을 보면서도 나는 이미 퀸을 한 번 거쳐 갔고, 그들의 음악에 큰 흥미를 느끼진 못 했던 지라,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 갔다.

나에게 있어 퀸은, 내 음악적 고향과 같은 록의 황금기에서는 다소 변방에 위치한 밴드였다.

말인 즉슨, 자주 듣지는 않았다.

그랬던 터라, 프레디 머큐리가 없는 퀸이 퀸인가, 하는 고질적인 논쟁에서도 한결 편했다.

어차피, 가끔 퀸의 음악을 들었고, 현재의 퀸이 활동하더라도 내 흥미와는 무관했으니까.


문득 다시금 이 화두에 대해 숙고해 보기로 한 것은, 그래도 나름의 결론을 짓고 가야 편할 것 같아서였다.

뭐, 나 혼자만의 결론이지만.

프레디 머큐리가 세상을 뜬 후에 베이시스트 존 디콘이 탈퇴를 했다.

머큐리가 없는 퀸은 제대로 된 퀸이 아니라면서.

지금의 퀸의 모습을 보자면, 그냥 종가집 시어머니가 팔팔한 며느리를 앞세워서 명목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까지 퀸을 유지해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든다.


그냥 퀸의 명곡은 많으니까, 그 걸로 투어는 얼마든지 하겠지만, 이 건 뭐 반쪽 짜리 퀸도 아닌 듯 하다.

프레디 머큐리의 그림자가 이토록 크다.

프레디 머큐리는 단순한 프론트 맨이 아니다.

밴드 간판인 메인 보컬이면서도, 중요한 작곡과 녹음 작업이 프레디의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짜여진다.

라이브는 실질적으로 퀸으로 내 걸리지만, 프레디 머큐리의 독무대, 나머지 멤버들은 백밴드에 가깝다.


새로운 퀸의 보컬, 무슨 미국 프로그램에서 노래 잘 해서 섭외된 것 같은데, 신곡은 안 내니까 그렇다 쳐도, 라이브에서는 그 멤버로는 어림도 없다.

전성기 퀸의 무게감이 확 내려 간다.

혼자서 보컬과 기타, 피아노를 번갈아 연주하면서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프레디 머큐리의 아우라를 절대 메꿀 수 없다.

그런 에너지도, 재능도, 열정도 없다.

쓰면서 그 보컬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본인도 잘 알고, 브라이언 메이도 잘 알고, 모든 퀸의 팬들도 잘 안다.

그냥 구색 맞추기 식으로 전성기 때 셋리스트로 투어나 돌면서 과거 영광 마케팅이나 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다.

차라리, 레드 제플린처럼 결연한 모습을 보였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 말이다.


존 본햄 사망 즉시, 밴드는 전격 해체되고, 핵심 두 멤버는 솔로로 활동했다.

레드 제플린이란 이름은 쓰지 않았다.

그 후로 2012 년 O2 아레나 공연은, 나 역시도 참 감동적이었다.

지미의 연주도 예전같지 않고, 플랜트도 체력적으로 힘들었겠지.

그렇지만 그 연주 외적으로, 밴드의 순수한 히스토리를 간직한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던 것이다.

퀸의 행보와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퀸 자체가, 프레디 머큐리가 여왕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나는 존 디콘이 정말 잘 했다고 말해 주고 싶다.

여왕이 죽고 없는데, 어떻게 퀸이 성립이 되나.

여왕이 살던 성은 남아 있고, 여왕을 지키던 기사들도 둘이 남아 있다.

하지만, 정작 옥좌에 여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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