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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2. 2023

게리 무어의 천안함 헌정곡 유감

2021-01-11 19:39:34

벌써 10 년이나 지나 버렸다.

게리 무어의 처음이자 마지막 내한이었던 올림픽 공원의 현장에 나도 있었다.

자리는 앞 좌석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은 자리였었다.

그의 열렬한 팬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당시 게리 무어는 세계적인 기타리스트의 위상이 있었고, 그의 대표적인 명곡들을 직접 들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었다.


그 때 올림픽 공원 근처에서 택시를 탔는데, 그 기사가 하는 말이, "예전에 누가(나는 휘트니 휴스턴으로 기억) 왔을 때도 그랬는데, 오늘도 차가 많이 막히네. 그런데, 오늘 그 때까지는 아니야.", 역시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떨리는 심정으로 내 자리를 찾아 앉고 기다리다, 드디어 오프닝과 함께 그의 연주가 시작된다.

사실, 그 때의 공연 기억은 거의 나지 않는다.

뭐, 그 당시에 내한했을 때 영상은 유튜브에 검색하면 잔뜩 있겠지.

내가 여기서 쓰고 싶은 내용은, 그 당시 공연의 추억을 쓴다라기 보다는, 비판을 하는 것이니까.


게리 무어가 내한할 당시에 우리 천안함이 불의의 공격으로 떠들썩 했었다.

북한은 아니라고 하지만, 북한 말고 이런 짓을 할 일이 있나, 싶다.

그 시점에 게리 무어가 내한을 왔었고, 아직도 기억나는 게, 그의 영어 멘트 속에 '천안함'이라는 단어는 알아 들을 수 있었으므로, 그가 예정대로 천안함으로 숨진 장병과 유족을 위한 헌정곡을 연주할 거란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설마 그 곡이 그의 대표적인 스틸 갓 더 블루스라던가, 페리지엔 워크웨이스는 아니리라 믿었다.

그 곡은 그의 빠질 수 없는 셋리스트로, 어차피 연주되어 마땅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그가, 이 번 국내 사태를 위한 추모곡을 따로 작곡해서 연주했으리라는 기대를 걸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웬걸, 그는 스틸 갓 더 블루스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의 대표곡이니, 나 역시도 그 분위기에 환호하기 시작했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어차피 연주할 곡을, 그 것을 헌정한답시고 멘트만 얹은 것에 큰 실망을 했다.

가사 내용도 천안함 사태에 대해 어울리는 내용도 전혀 아니며, 그냥 위로하는 척에 불과한 것이다.

하긴, 그가 어떻게 그와 거리가 먼 국내의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갖겠냐마는, 그 걸 내한하는 데서 그런 멘트로 엮는다는 것에 불쾌감을 느꼈다.

그냥 그런 멘트없이 조용히 공연하고 끝냈으면 차라리 나으련만.


세계적인 기타리스트라도, 꼭 거기에 인성적 척도와 비례되지 않는다는 것에 새삼스러웠다.

그의 연주와 공연은 좋았지만, 그의 그런 부분은 참 야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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