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7 12:22:00
이 것은 올 여름에 있었던 일이다.
내가 매일 뒷 산에 운동삼아 다니는 코스가 있다.
그 산은, 국립공원인데다, 전국 각지의 무속인들이 찾아 오는 성지이기도 했다.
나는 무속인을 무척 경멸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들 보고 그러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얼굴, 차림새만 봐도 일반적인 등산객인 지, 빌어 먹으러 왔는 지를 알 수가 있다.
그러던 하루, 내가 당도해서 잠시 앉아 쉬는 터가 있었는데, 거기서 머지 않은 곳에서 목탁 소리가 들렸다.
월요일었는데, 뻔할 뻔 자로 무속인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자리서 앉아서 가만히 생각했다.
고작 몇 발자국인데, 확 가서 한 마디 지를까도 생각했지만, 그런다고 일이 원만히 풀릴 것 같지 않았다.
분명히 그 목탁 소리는 그 전부터 몇 달 단위로 들어 왔었던 지라, 그 자리를 고정적으로 쓰고 있는 무속인같았다.
나는 국립공원에 신고를 하기로 했다.
글쎄, 단지 무속행위만으로 단속 대상인 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아는 걸로는 무속 행위는 금한 걸로 기억을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나는 결연히 반대하는 것이, 거기에 계곡이 흐르고 있는데, 그 계곡은 이웃 주민들의 생활수이자, 또 내가 떠서 마시는 식수이기도 했다.
가장 용납할 수 없는 것이, 무속행위를 하고 가더라도, 깨끗이 치우고 가지를 않고, 계곡이며, 주변이며, 온통 먹을 걸 버리고 가는 것이 문제였다.
전화를 해서 인근 주민이라는 것을 밝혔고, 이 것은 분명히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니, 해결을 해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자리를 알면 날보고 어딘 지를 안내해 달라는 것이었다.
기꺼이 그러겠노라고 하고, 전화한 지 불과 10 분도 안 돼서 남녀 두 공무원이 차를 타고 도착했다.
나는 뒷 좌석에 앉아서 그들이 있는 곳까지만 위치를 알려 주고 쏙 빠졌다.
먼 발 치서 살짝 봤는데, 비구니 행색의 무속인 한 명과, 의뢰자로 보이는 평상복 차림의 둘이 있었다.
괜히 얼굴 보여서 뒷탈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그 현장을 빠져 나오는 찰나, 두 공무원이 어떤 일행을 마주 쳤는데, 나는 그 무속인 일당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게 아니고, 내가 신고하기 전에 먼저 그 무속인에게 쫓아간 인근 주민들이었다.
아주머니 둘과 아저씨 한 분이었는데, 나는 순간 놀랐던 것이, 그 아저씨 손에는 무려 낫이 들려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낫이란 게, 그 동안의 악감정도 있는 데다, 좋게 얘기가 될 것 같지도 않아서 위협용으로 들고 있었던 것일 게다.
산골 사람들이라 조금 투박한 것도 있고.
그래도 나는 설마 낫까지...
그 공무원들도 조금 섬칫했을 것이다.
주민들이기는 해도, 그 아저씨 인상이 푸근한 인상도 아니고, 그 외길 산 속에서 그렇게 조우했을 적에는 나보다 더 놀랐을 지도 모른다.
그 무속인들이 있었던 자리는, 엄연한 국립공원 내부이므로, 그 안에서 금하는 행위는 단속대상이 된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출동해서 민원을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근 주민들도 그 현장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살아서 소음으로 피해보고, 계곡 오염으로 화가 잔뜩 났을 것이다.
그런데, 나처럼 신고할 생각을 못 한 건 지, 안 한 건 지를 모르겠다.
개인이 가서 말하는 것보단, 그래도 적법하게 공무원을 대동해서 주의를 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고 원만한데 말이다.
그 후로 그 자리에는 그 무속인을 보지 못 했고, 아마 텀을 더 길게 두고 올 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괜찮겠지, 하는 식으로.
반 년이 지난 지금까지는 그래도 감감 무소식이고, 내가 그 일대를 시간날 때마다 깨끗이 치웠다.
내가 매일 당도해서 쉬는 쉼터이고, 주민들 수원지임과 동시에, 내 식수원이기도 한 곳이니까.
그런데, 그 자리가 워낙 접근하기도 좋고, 알려진 자리라 그런 지, 그 무속인 말고 다른 자들도 와서 빌고 가면, 어김없이 계곡이며, 주변은 버리고 간 음식물로 너저분하다.
내가 발견할 때마다 일일히 다 치웠다.
국립공원 내에서 무속행위도 문제지만, 청정 강산을 더럽히는 미신적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
아무리 이름난 전국 명산이지만, 이 게 쓰레기 산이지, 누구 하나 어지럽히기는 해도, 치우는 이를 보질 못 했다.
무속인 쓰레기가 상당히 심각한데, 그들이 제물로 바치는 돼지 머리, 다리짝을 통 채로 계곡이나 길바닥에 버리고 간다.
거기 지나다니는 차는, 그냥 무심하게 그 걸 또 밟고 지나 간다.
그러니, 그 꼴을 보면, 참 가관이 아니다.
썩은 악취며, 파리, 혐오감을 주는데도 내 사는 집 아니라고 치우는 이들 아무도 없다.
나는 그 길목을 지나가다 그런 토막이 보이면, 나뭇 가지에 꿰서 안 보이는 곳으로 던져 버린다.
올 가을에 등산로 입구를 청소했는데, 돼지 해골이며, 다리 뼈가 얼마나 묵어 놓고 안 치웠는 지, 그 게 태반이다.
쓰다 보면 더 할 얘기는 많은데, 이 쯤에서 맺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