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LG 롤러블, 결국 스마트폰 사업 말아 먹었다고

천명하는 마지막 작품 (2021-01-20 20:38:12)

by 속선

오전에 이베이 코리아가 매물로 내 놓았다는 기사를 접하고 난 뒤였는데, 이제는 우리 LG에서 모바일 사업 부분에 있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뒀다."는 식의 묘한 사내 메일을 발송했다는 기사가 떴다.

LG가 유독 스마트폰 시장에 있어서 빛을 발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은, 이미 익숙한 사실이기는 했다.

오랜 적자 속에서, 그래도 스마트폰 시장의 미래 발전 가능성, 자사의 IT 제품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서, 그 동안 산소호흡기로 버텨 온 것도 사실일 것이다.

LG에서 공식 발표를 한 것은 아니지만, 사내 임원에게 보낸 메일의 내용은 심상치 않다.

아직 공식 결정된 것은 아니나,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거나, 매각하는 방향으로 흘러 가는 쪽으로 전망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누적 적자가 무려 5조 원이란다.

설령, 극적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유지한다고 발표하더라도 딱히 반전할 대안이 있나?

있다면 진작에 썼겠지.


공식 발표가 아니라지만, LG는 조만간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 것이라고 이미 공언한 제스츄어라고 봐도 과하지 않다.

어쩌면, 이미 결정이 난 상태라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고용은 유지될 테니 안심하라는 얘기를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대표가 임원에게 보낸 메일은, 그 매각 작업의 직접적 가시화인 것이다.


사실, LG가 스마트폰 이전에는 제법 잘 나갔다.

나 역시도 강동원이 선전한 샤인폰, 소녀시대가 모델이 된, 길쭉한 초콜릿폰을 사고, 너무도 좋아 했다.

그만큼 디자인을 잘 뺐다.

어차피 스마트폰도 아닌 때라, 성능 차가 큰 의미가 없었고, 예쁘면 그만이었다.

당시 팬텍도 잘 나갈 때는 엘지와 삼성과도 대등하게 경쟁했지만, 판도가 스마트폰으로 바뀌자, 완전히 도태되고 말았다.

LG 역시 스마트폰으로 접어들자, LG만의 아이덴티티를 정립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 하고 도태된 듯 싶다.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프리미엄 사양으로 세계 시장에 선전하는 삼성,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확고한 애플 사이에서, LG는 그 둘과 다른 특별한 강점이 없는 것도 사실 아닌가.

물론, LG라고 가만히 도태되는 것을 지켜 보지는 않았다.

음질이라는 차별화로 G, Q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사실, 나 역시도 G6를 잠시 써 봤는데, 괜찮은 기종이라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워낙 삼성과 애플의 메리트 사이에서 빛을 발하지 못 했을 뿐.


만일, 애플과 삼성이 프리미엄 라인 제품만 출시하고, 중저가 라인을 출시하지 않았다면, LG가 이토록 어려워 지진 않았을 것이다.

충분히 빛을 볼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기업일 텐데, 워낙 삼성의 약진과, 개성있는 애플의 위세에 눌려 버렸다.

반면, 치열한 스마트폰 시장으로 말미암아, 발전이 굉장히 빠른 분야임을 상기해 본다.

이제는 정기적으로 출시하는 스마트폰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굉장히 높아져 버렸다.

오죽하면, 최신 모델이 거듭 출시될 때, 환호하는 것보다는, 고작 이 정도냐는 평이 나올 정도니까 말이다.


LG 롤러블이 발표돼서 많이 관심과 호평을 받았다.

삼성의 폴더블과는 또 다른 혁신과 가능성을 연 제품이었으니까.

그런데, 롤러블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메일이 떴다는 것은 무엇일까.

옛부터 전해져 내려 오는 우리네 표현 중에, "말아 먹었다."는 말은, 하던 일을 그르쳐서 망쳤을 때 하는 말이다.

마는 스마트폰, 롤러블의 출시와 이러한 메일의 출시가 묘하게 교차하여 도출된 결론으로 제목을 꾸려 봤다.


아직 공식적인 발표가 난 것은 아니지만, 부진한 스마트폰은 정리하고, LG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 강화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스마트폰에서 이제 LG를 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지만, LG가 선전하고 있는 가전, TV 분야의 제품은 더욱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는 것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옥션, 지마켓 매각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