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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의 오랜 투병과 사망,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계속 되는 삼성家의 우환 (2021-01-20 21:46:17)

by 속선

그의 구속 기사를 접하면서, 구속 가능성이 없었던 걸로 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뜻 밖인 것은 사실이었다.

법은 만인에 공평하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법이 만인에 공평하다고 표방하고 지향한 것이지, 실제로 그런 것은 아니다.

왜일까?

우리가 공평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오랜 투병 끝에 별세한 고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을 이재용 부회장.

고 이 회장이 이미 투병 중에 있을 때부터 실질적인 회장 대행을 해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얼마 전의 별세 소식은, 이미 예견된 고 이 회장의 유고를 공식화한 초읽기의 끝이랄 수 있겠다.

어쩌면, 고 이 회장이 호전될 가능성이 없는 것을 이미 알면서도, 인위적인 의술로 수명을 연장해 온 듯 보인다.

왜냐? 아직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을 완전히 장악하기엔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본인 뜻이든, 그룹 이사들의 결정이든, 누워만 계시더라도 고 이 회장의 존재감은 그만큼 컸다.


이러한 매우 중요한 시점에서 이재용 부회장마저 구속된다면, 삼성은 그야말로 총수의 부재로 또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우리 나라 경제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는데, 너무 큰 기업이라 그런가, 솔직히 나는 구체적으로 잘 체감이 되질 않는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총수가 구속되는 것은, 임직원의 사기를 떨어 뜨리고, 삼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의 갈피를 잡지 못 하고 방황할 가능성이 커진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나는 국정농단 사태의 내막을 잘 모르고, 법적인 부분을 잘 몰라서 제한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지만, 대통령이 강요를 하면, 일반적으로 거스르기 힘든 것 또한 사실 아닌가.

삼성이 먼저 대통령에 접근한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불러서 호통을 쳤다던데, 이 게 사실이라면, 많이 참작을 했었으면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위에 언급한 대로 삼성이 국내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의 배경이라는 점, 또, 일반적으로 여태까지 대기업 총수들에 대해 많이 관용를 베푼 관행으로 미뤄 보아, 2 년 반 년의 형기는 약간 의외였다.

물론, 형을 마치기 전에 사면이 될 가능성도 있지만, 또 워낙 상징성이 큰 인물이라서 본보기로 더욱 사면에 엄할 수도 있다.


고 이 회장의 장기투병과 별세, 그리고 얼마지 않아 이 부회장의 구속.

이를 보면서 왜 삼성 총수 일가에 우환이 끊이지 않는가를 잠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신라호텔에서 시식한 만두의 속을 파헤쳐서 원가를 조사한 이병철 회장, 그 유명한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으로 오늘 날의 삼성을 이룩한 이건희 회장, 이 둘에 비해 이재용 부회장은 아직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도 못 했다.

카리스마 적이면서도 품질과 인재란 기업 화두에 대해 철저히 파고들었던 경영 철학자였던 둘에 반해, 이재용 부회장은 그에 비해 다소 유약한 이미지로 비춰 지는 것은 아닌 지, 싶다.

만일 고 이건희 회장의 살아 생전, 박 전 대통령이 독대해서 호통을 쳤다면, 기세에 눌려서 가히 가만히만 있었을까.


난 이재용 부회장이 뛰어난 아버지로부터 제대로 된 경영수업을 다 마치지 못 한 상태에 야전으로 뛰어 들다가 오늘 날의 고초를 겪는다고 평한다.

이병철, 이건희 두 회장은 이상이 크고, 최고의 기업을 일궈내겠다는 집념으로 일으켜 세운 기업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 두 선친의 무게감을 감당하리라고 보기엔, 아직은 조금 부족해 보이는 것이, 솔직한 나의 견해이다.


내가 보는 삼성의 미래 전망은, 밝지 않다.

큰 기업인 만큼 큰 이상과 비전을 제시할 무게감있는 인물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

꼭 그 인물이 총수여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정신적인 버팀목이 기업 내의 중직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

단순히 갤럭시만 많이 팔아서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삼성이 국내 기업을 넘어, 세계 기업으로써의 존재 가치를 역설할 수 있는 이상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인물이 과연 있는가, 싶다.

그래서, 단순히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을 넘어, 삼성이 앞으로 힘들 것이라고 내다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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