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6 00:00:28
오늘 모처럼 동해 나들이를 갔다.
산지에 사는 나는, 산이 좋기도 하지만, 때로는 산으로 둘러 싸인 이 곳이 답답하기도 했다.
그래도 여기 살면서 좋은 것은, 그래도 동해 바다가 수도권보단 훨씬 가깝다는 것이다.
동해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아무 생각없이 네이버를 켜자 마자 뜬 첫 기사, 정의당 현 대표의 성추문 혐의로 사퇴한다는 특보였다.
"월요일 오전부터 이 게 뭔가."
여러 권력자들의 성추문 기사는 이제 특별할 게 없는 이벤트 거리가 될 정도로 익숙하였지만, 어쨌든 현직 정당의 대표, 그 것도 거의 여성 인권에 대해 엄격한 사상을 가진 정의당이란 점에서 충분한 주목 거리가 되었다.
"다른 꼰대 기성 정당이라면 몰라도, 여성 인권을 부르 짖는 정의당에서 절대 그런 일이란 없겠지?"
그런데, 그 일이 벌어 졌어.
그 것도 대표가.
그 것도 여성 당원한테.
나는 정의당에 대해 그렇지 않아도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정의당의 상징적이면서도 가장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심상정 전 대표가 사퇴하고 난 후, 정의당에 대해 아예 관심을 끄고 살았었다.
어차피, 정의당은 민주당보다 더욱 치우친 좌파 성향 정당이었고, 그들이 소수자를 챙긴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것이지만, 그들 또한 소수자 편을 들 수 밖에 없는 정당이라, 한계는 더욱 뚜렷했다.
소수자를 챙긴다는 것과, 편을 든다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소수자를 도와서 우리 사회의 뒤쳐진 소수자를 없애는 것은 챙기는 것이고, 그들을 돕는 척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을 명목화로 자신들의 세력을 발전시키는 끄나풀로 유용하는 것이, 편을 드는 것이다.
소외당하는 소수자를 소수자가 아닌 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소수자 상태를 그대로 놔 두고, 그 상태 그대로 그들과 결탁해 버린다.
정말, 그들을 위하는 것이 맞나?
우리 사회를 위하는 것이 맞나?
그러면서 자신들은 소수자를 대변하는, 정의로운 정당이란다.
그들 입장에서는 그런 소수자가 많아지면 좋을 것이다.
만일, 정말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 세상의 모든 소수자가 아무런 차별과 불공평을 받지 않는다면, 그래서 이 세상의 소수자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정녕 자신들은 기꺼이 행복하게 정당 본연의 목적 달성을 선포하고, 정의당을 해체할 수 있는가?
내가 이런 글을 썼다고 해서, 나를 과격 우파자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현재 모든 기성 정당, 그리고 기성 종교에게도 이처럼 물을 수 있다.
만일, 정말 2000 년 전의 예수가 이 땅에 다시 몸을 입고 교황청에 나타 난다면, 그를 기꺼이 영접하고 가르침을 청할 수 있는가?
만일, 2500 년 전의 석가모니가 인간의 몸으로 다시 조계사에 나타 난다면, 그의 참된 제자를 자처하는 자로써 모실 수 있는가?
내가 보기에는, 예수는 또 다시 그대로 십자가에 박힐 것이다.
태조 왕건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한 장면, "금 부장은 뭣 하는 게야, 어서 저 마구니를 때려 죽여라, 어서!"
그 장면이 그대로 재연될 것이다.
왜?
그들은 예수를 섬기는 것이 아닌, 성경을 섬기고, 석가모니가 아닌, 불경을 섬기기 때문에.
본론으로 돌아 오자면, 정의당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그들이 내세우는 극좌 사상은, 그들 스스로도 현실적으로 지킬 수가 없는, 그냥 허울 좋은 이론이라는 것이다.
그들 말대로 남성의 폭력으로 여성들은 항상 피해를 보고 있는데, 여성을 성적 대상화를 삼는 그런 짓은, 남성들의 우월주의적 파렴치적 행태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그 말이 맞다면, 그 당 내에서 더욱 그런 일이 벌어 져서는 안 되며, 도리어 여성의 성적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불철주야하고 있어도 모자란 시간을 보내야 맞는 것 아닌가?
난, 그 이름도 생소한 대표가 해당 당원에 대해 성적인 추행을 일삼고 있을 때도, 한 편으로는 얼마나 좌불안석에 시달렸을 지를 생각해 봤다.
본인 스스로도 그 것이 문제의 여지가 될 수 있다는 것 쯤은 분명히 알고 있을 터.
글쎄, 그 대표는 설마 그들의 관계가 소위 말해, '썸'이라는 감정으로 무언의 합의라고 착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당 대표라는 권한으로 그 녀가 저항하지 못 할 거란 계산이 깔린 것일까?
진실은 모르지, 다만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다는 것으로 봐서, 그 이유가 어쨌든 지 간에, 자신의 행위가 온당치 못 하다는 것 쯤은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정의당이 큰 지지를 받지는 못 해도, 자기들 스스로 사상적으로 알 찬 진골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민주당이 좌파 정당이기는 해도, 그들 역시 정경유착과 비리에 자유롭지 못 할 정도로 비대한 반면, 정의당은 그래도 헝그리하지만 순수성을 간직하고 있다는 메리트라도 있었던 게 아닌가.
그런데, 그 마저도 무너 졌다.
나는 공산주의, 사회주의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본주의라던가, 또 다른 여러 사상들도 마찬가지이다.
그 시대의 빈 틈과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역사적 몸부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사상들 또한 막상 경험해 보니 폐단이 드러 났고, 이제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사상으로 실험 중에 있다.
글쎄, 단순히 그렇게 정의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 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그래, 좋다, 민주주의를 해 보자, 이 거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있어야 해 보는 것 아니겠는가?
글자 그대로 해석에 의하면, 왕조가 아닌, 국민이 주인이 되는 주의라고 한다.
여러 정당들이 사상은 조금 씩 다르지만, 그래도 민주주의라는 다양성 울타리 안에서 존립하고 있음에도, 반 민주적 행태를 벌이고 있다.
쉽게 말해서 국민들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주인이라며?"
민주주의 살려야 되지 않나?
아니 정확히는, 한 번도 못 해 봤으니까 이제 제대로 해 봐야 되지 않나?
말 안 듣는 정치인을 족치기 위해 그나마 말 잘 듣는 정치인 찍어 주는 것 말고.
어차피, 누가 됐던 색깔만 바뀐다는 것, 이제는 냉탕, 온탕 다 왔다갔다 해서 알지 않나.
정말 민주주의 국가가 맞다면, 국민들을 이런 식으로 우롱하는 역사를 만들어서는 안 되지.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 어떤 확고한 메세지를 심어 줄 수 있지 않을까?
뭘로?
'백지투표'
"너희들 모두 답이 아니다. 우리 말을 듣지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