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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2. 2023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 표절인가

2021-02-03 00:14:35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에서 이런 평을 쓰기엔 뜬금없는 감은 있다.

그렇지만, 언젠가 쓰기는 써야겠다는 심산이었는데, 이제사 써 본다.


당시에 처음 논란이 되었을 때 원곡과 비교해서 들어 봤을 적에는, 다소 비슷하다고만 느꼈다.

그 비교 영상이 일부 부분만 편집해서 들려준 것이어서 그랬는 지, 단순히 음악적 비교만 봤을 때는 표절이라는 확증까지는 들지 않았다.

뭐, 곡 외적으로 여러 정황들이 아주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얼마 전의 기사가 난 기와장 사건으로 다시 전인권 씨를 재조명하게 됐는데, 전인권 씨 하면 아무래도 대표적인 것이 마약 사건, 고 이은주 씨와의 문자 사건 등이 있지만, 가장 근래에 벌어진 표절 논란이 아무래도 먼저 떠 올랐다.

이 참에 제대로 원곡을 다시 들어 봐야겠다고 덤볐다.


당시 들었던 것과는 판이하게 표절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 이 거 작정하고 덤빈 거다!"


곡 전체의 분위기, 컨셉부터 느낌이 팍 들었으며, 세부적으로 템포, 코드나 멜로디까지 거의 통으로 떼어다 썼다.

그 안에 미세한 박자나 멜로디만 살짝 꼬았다는 느낌이 팍 들었다.

나는 그 독일의 블랙 푀스의 곡을 들으면서, 걱정말아요 그대의 코러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가 저절로 연상이 됐다.

곡의 80% 이상이 유사한 정도가 아닌, 일치한, 명백한 표절이다.


전인권 씨는 그래도 국내 록에 전설적인 존재로, 그래도 표절에 관해서는 클린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당연히 실망이 컸다.

애초부터 팬이 아니라 치더라도, 나는 그가 수준 급 아티스트라고 여긴 것에 대한 실망감이었다.


좋은 표절 대상이 되었겠지.

블랙 푀스? 나 역시도 음악을 오래 들었어도, 그런 밴드가 존재하는 줄도 몰랐다.

유명한 명곡일 수록 표절해서 내 놓으면 히트를 치겠지만, 요즘 시대에 그 건 너무 무리겠고, 알려지지 않으면서도 숨은 듯이 존재하는 히트곡들이 참 좋은 대상이었을 것이다.


표절 논란이 된 국내 가요들은 이 외에도 많다.

개 중에는 참 외줄을 타 듯이 아슬아슬하게 유사하게 흘러 가는 반면, 걱정말아요 그대처럼 거의 배짱에 가깝게 둔갑하는 경우도 있다.


클래식의 종가였지만, 현대 음악 판도에서는 실질적으로 거의 존재감이 미비한 독일 아티스트들, 나만 해도 떠 오르는 뮤지션이 스콜피온스 말고 없다.

아, 레이지라는 밴드가 있기는 하다.

미국이나 영국, 일본 음악 소비자도 생소한 독일 음악, 더군다나 우리 음악 소비자 중에 블랙 푀스를 아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참, 쓰면서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완벽하게 무명 밴드의 명곡을 잘도 찾아 냈다.


본인은 결단코 아니라지만, 마음 대로 생각하라지만,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해도 그런 생각이 드는 걸 당신이 막을 수는 없다.

표절이 아니라면서도 왜 그 비행기값 비싸고 먼 독일로 직접 가셨는 지.

표절이 아니라면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그 것도, 저작권 수익과 관련해서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표절을 인정한 셈인데.

내 곡이 표절이 아닌데, 왜 엄한 밴드와 저작권 협상을 해야 하는 지.

이 것이야말로 블랙 푀스가 법적 대응으로 문제를 더 키우기 전에 직접 가서 사과하고, 조기 진화하려는 것이 아닌 지.

저작권 수익 일부 떼어 줄 테니까 봐 달라고 독일가서 빈 것처럼 보일 수 밖에 없다.

그 얘기가 잘 되니까, 무슨 블랙 푀스와 합동 공연을 하네, 표절 아니라고 큰 소리 친 모양이다.


어차피, 그 곡 아니면 히트될 수 있지도 않은데, 그렇게 들켜도 수익 떼어 줘도 본전은 건진 모양이니, 표절이 밑지지는 않는가 보다.

걸리지만 않고 죽을 때까지 묻어 가면 더 대박이었을 텐데, 참 아쉬울 법 하겠다.


그렇지만, 표절과는 별개로 나는 그 곡, 걱정말아요 그대가 좋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본래 원곡은 포크 스타일인데, 발라드 풍으로 전인권 씨 특유의 염세적인 분위기를 잘 자아 냈다고 본다.

원곡도 좋지만, 나는 걱정말아요 그대가 더 나은 곡이라고 평할 수 있다.

뭐, 표절이라는 그 배경은 빼고 평했을 때의 관점이지만.

표절도 실력이고, 원곡을 바탕으로 새로운 곡을 만들어서 히트를 치는 것도 엄연히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뭐, 표절에 대해 정당화는 결코 아니고, 실력은 실력으로 인정해 줘야 하는 것이니까.


전인권 씨, 그 때 그렇게 들킬 걸 알았으면, 그냥 원 저작자 밝히고 리메이크 곡으로 내 놓던가 하지, 참.

이미 흘러 간 얘기이고, 지금은 옆 집이 증축으로 전망을 가린다는데, 조속히 그 것부터 잘 해결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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