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논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속선 Jul 12. 2023

밤에는 집 안을 다소 어둡게

2021-02-05 23:54:58

많은 집들이 천정의 전기등을 하얗고 밝은 것을 쓰고 있다.

어렸을 적에는 스위치를 켜면, 한창 깜박임을 반복하다 비로소 켜지는 형광등이었는데, 이제는 전기도 덜 소모하고, 효율이 좋은 LED가 많이 보급이 되었다.

내가 사는 집에도 아주 밝은 LED 등이 있지만, 쓰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쓴다면, 느즈막에 청소할 때 어두워서.

대신, 밤이 되면 노란 빛의 스탠드 등을 켜 놓는다.

밝기를 따지자면, 겨우 밤의 어둠이 가실 정도이다.

그렇게 산 지가 벌써 5 년 째 되는데도, 아주 잘 적응하고 있다.

도리어, 그 게 편하고 좋다.


나는, 밤에는 적당히 어두운 것이 우리에게 맞는 파장이라고 생각한다.

전기의 발달로 이제는 밤에도 어둡지 않게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연의 밤이 주는 천혜의 혜택도 잃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는 어둠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듯 하다.

그 것은 밤과 어둠을 부정적으로 이용하는 인간들의 탓이 아닐까.


밤과 어둠은 우리에게 깊숙한 휴식으로 인도한다.

낮보다 밤에 수험생들의 공부가 잘 되고, 집중력이 좋은 걸로 알고 있다.

또, 우리가 명상을 한다던가, 기도, 종교에 종사하는 성직자들은 낮보다 밤에 영적인 영감 교류가 활발하다.

자시 기도, 자시 수련이란 단어도 여기서 유래한다.

하루 절기 중에 가장 깊은 어둠에 묻히는 반환점이기 때문이 아닐런 지.

저녁이 되면 밝은 조명보다는 차라리 은은한 빛의 적당한 스탠드 조명 몇 개로 집 안을 밝혀 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체질 상 성격이 들뜨고, 산만한 편이었지만, 밤에 조명을 은은한 걸로 바꾸면서 정신이 맑아 지는 것을 스스로 체감한다.

밤의 적당한 어둠이 정신을 차분하게 하고,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실내에서 사물이 분간이 갈 정도의 밝기이며, 전혀 활동하는 데에 지장이 없다.

때때로 집 안을 밝혀야 할 일이 있다면, 그 때만 천정의 밝은 조명을 켜면 될 뿐이다.


우리가 방송이나 영화에서 보던, 유럽 중세시대에 촛불로 실내를 밝혀 놓은 장면이나, 우리네 선조들이 호롱불로 방 안을 밝히는 것과 같은 모습을 떠 올리면 된다.

지금보다 전기의 혜택을 전혀 볼 수 없는 시대지만, 도리어 그 것이 분위기 있고 운치있다고 느끼지는 않는 지.

옛 때에는 밤의 불을 밝히기 위해 기름을 구해야 하고, 초를 갈아 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요즘에는 터치 식 스탠드나 무드등이 있어서, 아주 간편하다.

나는 시골로 와서 천혜의 자연을 가까이 해서인 것도 있지만, 조명을 다소 어둡게 한 것 또한, 밤이 더욱 오묘하고 신비스럽게 아름답다고 느낀다.


우리는 한 낮에도 충분히 환한데도, 그 것도 모자라 실내에 밝은 조명을 켜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자신의 보금자리인 집 안에서도 밤에는 밝은 조명을 켠다.

거기다 TV에 나오는 빛, 여러 가전기기들에서 나오는 빛, 우리가 젖어 있어서 그렇지, 우리는 잘 때를 제외하곤 하루의 태 시간을 밝은 조명과 함께하는 것이다.

딱 일주일 만이라도, 아니, 사흘 만이라도 집 안을 어둑하게 만들어서 지내 보라.

그러면 내가 얼마나 밝은 조명에 절어서 사는 지를 비로소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처음엔 어색하고 잘 적응이 안 될 테지만, 도리어 어둠에 적응하게 되면, 의외로 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제는 환한 조명이 너무 밝아서 불편하다고 느낄 것이다.

집 안을 적당히 어둡게 해 놔도, TV나 여러 가전에서 나오는 불빛들이 있기 때문에, 의외로 어둡다는 생각이 안 들 것이다.


집 안의 아늑하고 차분한 분위기도 살리고, 전기 절약도 되고, 우리가 잊고 살았던 천혜의 밤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편하게 안정감을 주고, 숙면 유도에도 도움이 되는 지 모른다.

이 것이 전 날의 이완과 휴식으로 말미암아 아침이 됐을 적에 활력을 주는 것이며, 자연의 사이클에 맞는 선순환이라고 생각한다.

낮에는 밝은 곳에서 활동하고, 밤에는 적당히 어둑한 곳에서 휴식하고.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간단한 이치지만, 많은 분들이 스탠드 등이나 무드등을 쓸 생각을 않고, 그냥 천정에 달린 밝은 조명을 쓰는 것 같다.


아직도 집 안의 조명을 환하게 지내는 분이 있다면, 권장하고 싶은 방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귀농, 귀촌과 텃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