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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2. 2023

연애, 결혼할 때 궁합을 볼 필요가 없는 이유

2021-02-27 16:34:33

점집에서 보는 궁합이란 게 알고 보면 별 게 아닌 게, 양 쪽의 사주를 보고 그냥 대조하는 것이다.

그 걸 응용하면, 굳이 연인이나 부부 지간이 아니더라도 친구, 동료, 어떤 인간 관계에 적용이 가능하다.

나도 대략 파 봐서 아는데, 별 거 없다.

그냥 물과 불이라서 안 맞다, 불이 나무를 태운다는 식의 논리일 뿐이다.

띠 별로 궁합이 맞지 않는 이유도 인터넷에 찾아 보면 나와 있다.

그 것 대로 설명해 줄 뿐, 띠란 우리가 태어 날 때 받아 나오는 사주 중의 한 구성으로, 우리는 육신이라는 동물적 요소가 있는데, 각 띠의 동물 별로 습성을 지니고 있다는 논리이다.

그 논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데, 예를 들면 용띠와 원숭이띠, 쥐띠는 궁합이 잘 맞는다고 알려져 있다.

바로 아래로 내려 가면, 뱀띠와, 닭띠, 소띠끼리도 잘 맞는다.

그 것은 각 동물 별로의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먹이를 두고 다투지를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싸울 일이 없다는 뜻이고, 그래서 네 살 차이는 궁합도 볼 필요가 없다는 말이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물론, 이 것은 기초 논리이며, 여기에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도 한다.

내가 지적하는 문제는, 기존의 역학, 무속인들이 기초 골자를 토대로 해서 자의적 해석으로 풀어 준다는 데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아마, 한 쌍의 남녀가 여러 군데서 궁합을 보면 기초적인 부분에서 공통적인 얘기를 한다.

잘 맞는 부분이 있기는 한데, 이런 데서 서로 좋지 않다는 식으로.

저마다 다른 곳에서 궁합을 봐도 공통적인 얘기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이 뭐냐면, 서로 다 똑같은 책을 공부했기 때문에 틀릴 수가 없다.

그럼에도 해석에서 엇갈리는 견해, 그 이유와 결론 마저도 전혀 판이하게 다르게 말을 하는데, 이 것은 책에 나와 있지 않은, 지극히 자기 식의 논리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누구는 빨간 색안경을 끼고 보면서 말해 주고, 또 누구는 검은 색안경을 끼고 보면서 풀어 준다.

그러니 맞지 않을 수 밖에.


궁합을 보고서 남녀가 서로 살다가, 싸우고 헤어질 때는 그제서야 궁합을 본 데서 서로 맞지 않다는 말을 상기하면서 그 무속, 역학인을 신뢰해 버린다.

정말 그 풀이가 맞아서였을까?

맞게 풀이했다고 치자.

물론, 나는 역학을 전혀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신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학문의 문제라기 보다는, 역학인이나 무속인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잘 살 커플도 헤어지게 만들기도 하고, 서로를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커플도 그러한 노력없이 방치하게 해서 악연으로 만들기도 하니까.

절대로 궁합이 잘 맞으니까 결혼해라, 절대로 둘은 만나면 안 되는 인연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예.

다만, 서로 많이 다를 적에는 서로의 빈 요소를 채우거나, 이해하고 맞추기 위한 노력을 무던히도 해야 하며, 그 것이 힘든 길이라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상대의 길을 존중해 주면서 좋은 짝을 만나기를 기도하며, 잘 매듭을 짓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고 빨리 내 갈 길을 가다 보면, 전보다 잘 맞는 인연을 만나게 될 것이고, 그 때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역으로 이 번에는 서로 궁합이 잘 맞는다고 가정해 보자.

둘은 기분좋게 교제를 하겠지만, 만일에 둘이 언젠가 불화를 일으켰을 때, 둘은 원인을 전혀 종잡지 못 한다.

철썩같이 궁합 탓이라는 생각은 배제하고, 다른 데서 원인을 찾으려 한다.

극단적인 예로, 만일에 둘이 결별하거나 이혼하고 자기들 궁합봐 준 곳에서 따진다고 하면, 분명히 궁합이 모든 것을 결정하거나,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예측할 수 없다는 식으로 둘러대 버릴 것이다.

그럼 진짜 원인이 무엇일까?

그 것은 양쪽의 눈높이와 인생의 방향이 한 방향으로 통일돼서 가지 못 했다는 뜻이다.

궁합이 근본적인 이유가 아니란 것이다.


실질적으로 서로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풀이가 나오면, 대책이란 없다.

그냥 서로 싸우지 않게 잘 지내라는 말 정도가 고작이며, 대부분은 그냥 서로 맞지 않으니까 잘 생각해 보고 헤어 지라는 식으로 말해 버린다.

글쎄, 그런 데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궁합 안 맞는다고 부적쓰라고 하거나, 굿하라고 하지 않는다면 다행이려나.

쓸 모가 없다.

아니, 도리어 안 보고 둘이 사는 게 낫다.


맞다, 안 맞는다는 둘이 직접 부딪혀 보면서 서로가 더 잘 아는 것이지, 책에 나온 표본대로 에둘러 보는 것이 더 정확하리라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궁합이 안 맞는다고 나와도, 그 것은 책에 나와 있는 문자 적 결론이지, 실제로 살아 본 당사자가 느껴 보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

서로의 궁합이 잘 맞는 것에는 다양한 요소와 결합에 따른 변수와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그 것을 고대의 학문에 국한해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 책이 나와 있는 때와 이 시대를 살아 가는 우리들의 때는 전혀 다르다.

또, 그 때는 그 시대의 관점에서 본 것이지, 지금처럼 확장되고 발전된 시대에 따른 변화와 가능성을 예측하지도 못 했다.

즉, 그 사주와 궁합이 그 시대에는 곧잘 맞았을런 지는 몰라도, 지금 우리네하고는 잘 맞으리란 예상을 해서는 곤란하다.

하나의 참고 사항 정도로 받아 드려야지, 더군다나 궁합을 보는 개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왜곡된 정보를 맞는 것처럼 신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궁합이 최악으로 나오더라도 그다지 신경쓸 필요가 없다.

진짜 중요한 것은, 서로가 얼마나 한 마음, 한 뜻으로 한 방향을 보면서 같이 갈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둘의 눈높이가 중요한 것이지, 둘이 정말로 일심동체의 경지에 이른다면, 궁합 따위의 작은 문제는 그냥 묻어 가게 된다.

궁합 상의 상극도, 서로가 맞춰 나가면서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지, 이 것이 고정되어 극복하지 못 할 요소도 아니란 것이다.

도리어, 궁합을 보고서 찜찜한 느낌이 들거나, 괜시리 서로의 약점을 파고 들어서 잘 살 커플도 안 되게끔 하는 식이라면, 보지 말도록 권장하고 싶다.

둘 사이를 둘이 더 잘 알지, 옛날 글자로 파고들고, 자기들도 궁합을 다 맞추고 못 사는 와중에, 누가 누구에게 훈수를 둔단 말인가.


둘이 정말 죽을 때까지 같이 갈 수 있는 동반자인 지, 둘의 눈높이는 정말 비등한 정도인 지를 깊이있게 점검해 보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다.

불화란 왜 일어 나는가?

둘 사이에 어느 한 쪽이 자기 방향대로 일방적으로 끌고 가려고 하고, 상대는 또 자기 식으로 살려고 하다 보니까 진로 때문에 다투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서로가 평생 한 길로 살 수 있는 급수인가를 보라는 것이다.

만일, 서로의 생각과 마인드 수준이 현저히 차이가 난다면, 어느 한 쪽은 상대가 가까운 데서 채워 주지 못 하기 때문에 다른 인연을 찾아 떠날 수 밖에 없다.

그 현상이 외도인 것이다.

그 때 자신을 떠나 다른 인연에게 간다 해도 원망하지 않거나, 상대가 자신보다 위임을 인정하면서 살아 가야 한다.

그 게 싫고,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살 거라면, 빨리 정리해서 자신과 눈높이가 비슷한 인연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이 게 현실적인 궁합이지, 옛날 식 띠가 어떻고, 사주가 어떻고 하는 식의 선무당 얘기에 미혹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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