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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년에 논란이 되었던 해리스 미국 대사의 콧수염

2021-02-12 19:18:01

by 속선

기사가 떴을 당시에도 느꼈지만, 우리가 아직도 일본에 대한 트라우마가 상당히 깊구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머니만 일본인일 뿐, 실질적인 성장과 활동은 아예 미국에서 자란 미국인이나 다름이 없단다.

콧수염은 개인 기호에 따라 기른 것일 뿐, 우리에게 불쾌감을 주려는 것으로 볼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역사적으로 배운 배경을 바탕으로,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꼬아 보는, 참 별난 상상력을 지녔다.

그 이면에는 해리스 대사의 직설적 발언이 관련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 걸 개인적 수염과 결부시킬 일도 아니다.

콧수염을 기른 해리스 대사의 모습을 두고 일본 총독을 연상시킨다는 발언은 글쎄, 우리 국민 대다수의 범 국민적 공감대는 아닐 것으로 본다.

소수의 일부 반미적 성향, 반일적 성향의 무리들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꽤 유치하지 않나.

과거 역사책으로 봐 오던 일본 총독의 이미지일 뿐이고, 해리스 대사의 반박대로, 콧수염은 옛날 우리네 선조들도 길렀다.

그럼, 총독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싫다고 하는 이들, 우리가 기르는 수염은 좋은 수염이고, 일본인도 아닌, 그 것도 일본인 혼혈 미국인이 기른 수염은 아주 나쁜 수염이네?

그 걸 나쁘다라고 보는 이들의 눈이 이상한 것이다.

왜 이러는 걸까?

일본 총독 수염보고 놀란 가슴, 해리스 수염보고 놀란 것이다.


정말 당시에 일정 시대에 당한 어르신들이라면, 조금 단순한 논리로라도 그렇게 말하는 것에 대해 납득할 만 하겠지만, 우리 세대들은 당시 일정 시대를 겪어 보지도 않은, 그 후 세대들이다.

지금의 우리는 그 역사를 미디어와 제도권 교육을 통해 간접적으로 주입받았을 뿐, 콧수염을 기른 일본인에게 직접적으로 당하지도 않았다.

일본에게 그다지 악감정을 가질 일도 아닌데, 희안하게 역사책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일본에 대해 악감정을 돋궈 주고 있다.

오랫 동안 기른 수염이고, 내가 보기엔 신경써서 잘 관리한 것처럼 보이는데, 그냥 기르게 내 버려 두지, 꼴을 못 본다.


해리스 대사는 결국 그 아까운 수염을 잘랐는데, 그래도 참 잘 했다는 생각이다.

그가 고집스러운 자라면, 맞불로 대응할 수도 있지만, 역시 생각이 참 유연하고, 호쾌한 미국인답다.

정말로 그가 여론에 굴복해서 수염을 잘랐을까?

그냥 우는 아이 달래는 심정으로 그 까짓 것, 나중에 다시 기르면 되니까, 일단 잡음을 끄기 위해서 화끈하게 잘라 버린 것이다.

참 멋진 남자다.

고위 공직자라면, 한 국가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대사라면, 비록 어이없는 이유라 할 지라도 이런 결단은 할 줄 알아야 한다.

저런 상황에서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저렇게 할 사람이 누가 있을 지, 떠오르지가 않는다.


언젠가 해리스 대사가 다시 수염을 기르고, 버거킹에서 대게 와퍼 세트를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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