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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2. 2023

Metallica -

Hardwired…To Self-Destruct

메탈리카는 룰루로 너무 실망을 했다.

사실, 메탈리카 뿐이 아니고 어떤 밴드, 어떤 거장 급 아티스트라도 시간이 흐를 수록 하락세는 피하기가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 걸 감안하더라도, 또 메탈리카의 새로운 시도라고 하더라도, 참 좋은 평을 하기가 많이 어려웠다.

이대로 메탈리카는 끝인가 보다,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려 버리고 말았다.

바로, 가장 최근 작인 하드 와이어드를 듣기 전까지는.

나온 지가 벌써 5 년이나 돼 버린 메탈리카의 신보를 모르진 않았다.

하지만, 더 들을 필요도, 어떤 호기심도 내키지 않았다.


"이 번에도 뻔하겠지 뭐, 메탈리카도 이제 레전드 반열에 올라 과거에 안주하는 걸로 만족하고 있을 거야."


나는 여태까지 하드와이어드를 그렇게 외면해 버렸다.

그러다 우연히 하드와이어드의 일부를 잠깐 듣게 되었다.

그 것은, 메탈리카가 아닌, 네이버에서 다른 음악을 검색하다 찾게 된 것이었는데, 아마 새로 장만한 스피커를 통해 하드 와이어드를 틀어 놓은 영상이었던 듯 했다.

기왕 검색에 걸린 김에, 내 예상이 맞는 지 어떤 지, 한 번 들어나 보자는 심산으로 들어 보았다.


"어? 외외로 괜찮은데? 전성기 때 사운드에 근접하네!"


약간의 설레임으로 하드와이어드 앨범을 통으로 들어 봤다.

전체적인 소감은, 메탈리카도 내가 하던 식의 대중들의 혹평에 상당히 고심을 많이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심기일전해서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전성기 때 앨범들이 전체적인 완성도가 좋은 와중에 확실한 한 방이 몇몇 트랙 박혀 있는 반면, 이 번 신보는 그런 트랙의 메리트가 그보단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지만, 마찬가지로 버릴 만 한 트랙이 없을 정도로 전체적인 완성도가 좋다.


AC/DC가 오로지 록 앤 롤 하나에만 파고드는 단순함이라면, 메탈리카는 헤비 메탈 하나만 파고 들지라도 그 안에 훨씬 다채로운 곡의 구성과 사운드를 들려 준다.

앨범 첫 트랙부터 폭발하고 질주하기 시작해서 쭉 달리다가, 간간히 몇몇 트랙에서는 살짝 템포를 늦추면서 고삐를 잡는다.

곡이 평균적으로 5~6 분이 넘으며, 그런 트랙이 앨범 전체 12 곡으로 가득하다.

중요한 건, 그러면서 그다지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다.

헷필드의 강력한 뮤트 다운 피킹, 시종일관 두들겨 대는 라스의 드러밍, 라이브에서는 별로지만, 스튜디오에서는 그래도 괜찮은 솔로를 보여 주는 커크, 이 것이 고대하던 메탈리카 사운드의 귀환.

물론,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특유의 느슨하고 팝스런 사운드가 이 앨범에서도 조금씩 묻어 나지만, 많이 절충을 봤다고 해야 될 것이다.

갑자기 고수하던 스타일을 완전 바꾸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난 이 것도 나쁘지 않다.

전성기 때 스타일이 헤비하고 스피드감은 있어도, 살짝 드라이한 감이 있었으니까.

드디어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중도를 찾았다고 해야 할까.

앨범은 마치, 헤비 메탈 황제의 건재를 포효하기 위해 만들어진 앨범같다.

이 앨범 한 장으로 충분한 메탈리카의 현대적 전성기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다고 평하고 싶다.


그 간에 메탈리카에 대해 좋지 않은 평을 쓴 내가 미안할 정도로, 이 앨범은 참 만족스럽다.

마음 고생 많이 했구나, 전성기 사운드 구현하려고 노력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팍 들었다.

자연스레 나는 다음 신보에 대해서도 작은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사실, 지금 쓰면서 생각나서 추가로 적어 보는데, 데스 마그네틱도 그리 혹평할 앨범은 아니다.

룰루에 비하면.


앨범 표지에는 헷필드가 제 정신이 아닌 것처럼 나와 있지만, 이제사 그들이 제 정신으로 돌아 왔다.

어쩌면, 메탈리카는 제 정신이 아닐 때가 비로소 제 정신인 듯.


2021-02-15 19: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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