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속선의 삶

내가 일했던 프랜차이즈 뷔페 식당의 의혹

2021-02-17 16:11:37

by 속선

갓 사회초년생이 돼서 잠시 아르바이트했던 때의 일인데, 꽤 오래 전 일이다.

확실한 정보는 아니라, 구체적인 상호는 공개하지 않겠다.


경기도의 어느 대형 해산물 뷔페 식당이었고, 지금도 이름 들으면 다 아는 대기업의 프랜차이즈이다.

어차피 진즉에 폐업을 한 지 오래지만, 그 기업은 아직도 다른 브랜드를 운영 중에 있다.

나는 그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 갓 그랜드 오픈을 앞둔, 소위 말해 오픈 멤버였다.

정식으로 투입되기 전부터 하루에 일정 시간을 꼬박 교육을 받고, 예행 연습까지 시행했다.

단순 접시나 나르고 치우는 서빙이 아니었다.

외로 알아야 될 것도 많고, 외우고 숙지해야 될 게 많았다.

특히, 가장 식당의 얼굴이 되는 카운터를 본다던가, 와인에 대한 지식을 갖추는 소믈리에는 더욱 교육을 많이 받았다.

난 그래도 그 중에서 가장 흔하고 쉬운 서빙일이었다.


뷔페 식당인데다, 대기업이란 네임 밸류가 있어서 복장은 물론, 손님에 대한 예의가 철저했고, 손님이 먹은 접시를 치우는 것이나, 뒷 정리를 하는 것도 정해진 상황이나 눈치껏 해야 했다.

홀 서빙이 아닌, 치운 접시에서 나온 음식물을 버리고, 세척기에 돌리는 일, 세척돼서 나온 식기를 닦아서 정리하는 일을 '백'이라고 하는데, 주방 못지 않게 힘든 일이었다.

서로 돌아 가면서 두루 하는 편이었지만, 대게 홀과 기본적으로 서버가 알아야 할 사항을 다 숙지하지 못 한 초짜들이 도맡아서 하는 편이었다.

지금도 생각나는 게, 홀에서 나온 접시들을 치우면서, 백에서는 누가 보는 이들이 없으니까, 이따금 손님이 남긴 와인 잔 중에 깨끗한 게 있으면, 몰래 벌떡 마시다 매니저한테 걸린 일이 지금 생각해도 참 우습다.

그 와인이 버니니라는 저렴한 하우스 와인인데, 당시에는 시중에 쉽게 구할 수 없었다.

주류점이나 대형 마트나 가야 팔 법한.

거의 음료에 가까운 저가 와인이지만, 다른 와인은 맛을 잘 몰랐는데, 그 때는 영 젊을 때라 그런 지, 그 게 제법 맛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홀과 백을 오가며 일을 하던 중, 주방에서 일하는 나이드신, 당시 한 50 대로 보였던 아주머니한테서 놀랄 얘기를 듣고 말았다.


"냉장은 무슨, 고기라곤 아주 깡깡~ 알려 가지고!"


그랬다, 당시 그 뷔페 식당은 뷔페는 기본으로 하고, 다양한 메인 메뉴를 팔았는데, 응대하는 손님마다 오늘의 추천 메뉴라는 명목으로 권장하는 것이 서버의 의무였다.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주진 않았던 걸로 기억하고, 글쎄, 아주 많이 팔아서 매니저나 점장 눈에 들면 뭔가 다른 걸로 챙겨 줬던 걸로 기억을 한다.

거기에는 와인도 포함돼 있었다.

그래서, 일반 서버들도 소믈리에 버금가게끔 판매하는 와인에 대한 기초 지식을 교육받아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손님 중에는 가뜩이나 저렴하지도 않은 뷔페 가격에, 배가 넘는 메인 메뉴, 와인을 권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불편함을 은연 중에 느낄 수 있었고, 이는 서버 일을 보는 이들의 스트레스이기도 했다.

차라리 힘들지만, 그런 스트레스없는 백을 보는 게 편하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사족이 길었는데, 그 뷔페에서 팔던 메인 메뉴의 스테이크는, 절대 얼리지 않은 호주산 냉장육만 엄선해서 제공한다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했던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런 점을 강조해서 웃으면서 스테이크를 권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열에 한 둘 정도만 메인메뉴를 주문했다.


'얼리지 않은, 부드러운 육질의 신선한 호주산 냉장육 스테이크'


나는 요리에 문외한인 데다, 주방 담당이 아니라서 전혀 몰랐지만, 그래도 나는 그 업체가 광고하는 대로의 문구를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그 정도로 내세워서 광고할 정도면, 정말 그러리라고 믿었고, 또 구멍가게도 아니고, 천하의 대기업 식당이 냉동육을 냉장육으로 허위 광고할 리는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애사심까지는 아니었지만, 약간의 충격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당시 그 주방 아주머니의 얘기는, 누가 들으라고 한 얘기도 아니었고, 혼자 일하면서 푸념 식으로 무심코 내뱉은 말이었다.

원칙은, 서버는 주방에 들어 가면 안 된다.

그런데, 무슨 명목인 지는 몰라도, 나는 당시에 주방에 일이 있어서 가야 했고, 하필 그 순간에 그 얘기를 들은 것이다.


만일, 그 아주머니의 말이 사실이라면, 대기업 프랜차이즈 뷔페가 냉동육을 냉장육으로 속이고 영업을 하게 된 셈이다.

아무리 사회 햇병아리라도, 그 것이 만약 수면 위로 적발이 된다면, 엄청난 법적 처분을 받아야 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당시 갓 입사해서 일하던 사회 초짜여서 내가 그 걸 까발려서 도움될 것도 없을 뿐더러, 괜히 개미가 바위 덩어리를 부수겠다고 덤비는 꼴 밖에 안 된다고 생각했다.

또,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곤 하지만 냉동육을 냉장육이라고 한 게 뭐 그리 위생에 관한 것도 아닌데, 큰 잘못일까도 싶었다.

그 당시 나는 그렇게 묵과를 했고, 지금도 그 때 일하던 멤버들과 재밌게 일하던 추억이 생각나지만, 그 때 의혹은 지금도 궁금하다.

정말, 그 뷔페는 냉동육을 쓰면서 냉장육이라고 고객을 기만한 것일까?

아니면, 평상 시에 냉장육을 쓰다가 일시적인 냉장 시설에 문제가 생겨서 잠깐 그랬을 수도.

그렇다지만, 내가 들었던 그 아주머니의 얘기는, 어쩌다 한 번이 아닌, 늘상 있는 식의 늬앙스로 해석된다.


그래도 제 값을 톡톡히 받으면서, 서버들에게 거의 반 강매 식으로 떠 넘기다 시피 권장하는 메인 메뉴를 그렇게 기만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는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도 그런 판인데, 나머지 작고 영세한 식당인들 오죽할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가 외식하거나 구매해서 먹는 모든 음식들의 제조 과정을 볼 수 없고,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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