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속선의 삶

뒤늦게 알게 된 크릴오일의 과대 광고

2021-02-17 20:26:27

by 속선

평소에 안경이 없으면 생활이 안 될 정도로 시력이 안 좋은 데다, 스마트폰, 모니터를 보는 시간이 매우 많은 특성 상, 나에게 눈은 어느 부위보다 가장 혹사되는 신체이다.

그래도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섭취하고 있는 루테인 영양제 덕에, 눈에 피로도가 조금은 주는 효험을 보기도 했다.

그런 나도 눈 영양제는 루테인이 전부인 줄 만 알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지아잔틴, 아스타잔틴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로 안구에 미치는 성분이기는 하지만, 미묘하게 다르다고 하니, 세 종류 다 골고루 섭취하면 좋을 것 같았다.

문제는 아스타잔틴이 상대적으로 비싸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검색 중에 크릴오일에 아스타잔틴이 함유돼 있다고 하고, 가격 또한 아주 저렴했다.


영양제라고 믿지 않을 만큼 크릴오일이 너무 저렴해서 기분 좋게 주문을 넣었는데, 뭔가 석연찮은 생각이 들었다.

너무 크릴오일에 대한 과열 마케팅이 심하고, 그 비싼 아스타잔틴이 든 성분이면, 아스타잔틴 영양제와 비슷한 가격을 형성해야 되는데, 왜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더 자세한 검색을 통해 알아 본 바로는, 이미 예전에 크릴오일 열풍이 불었었고, 그 효능의 논란 끝에 당국에서 일부 업체에 과장 광고로 시정명령까지 내린 것이었다.


어쩐지.

크릴오일에 아스타잔틴 성분이 함유돼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것이 아스타잔틴이 우리 인체에 효능을 기대할 만 한 함량이냐는 것이다.

거의 먹으나 마나 한, 매우 극소량이었다.

안구 건강을 위해 크릴오일은 섭취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임을 뒤늦게 깨닫고, 바로 주문을 취소해 버렸다.

도리어, 크릴새우에서 영양 성분을 추출하기 위해, 유해한 성분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내세울 만 한 성분이 인지질이라는 것인데, 인지질은 굳이 크릴오일이 아니더라도 다른 음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데, 인지질을 섭취하기 위해 크릴오일을 따로 섭취할 필요도 없다.

즉, 영양제의 기능을 한다고 볼 수도 없는, 그냥 기름 덩어리 일반 식품인 것이다.

왜 여러 업체에서 너도나도 크릴오일을 팔기 위해 과열 경쟁까지 하게 되고, 정상가보다 10 분의 1,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폭락해서 재고 처리를 하지 못 해 안달났는 지도 알게 되었다.


비슷한 사례로 한 5 년 전에 불었던 아로니아 열풍이 떠 오른다.

아로니아의 안토시아닌 성분이 노화를 늦추고, 염증을 가라 앉게 하며, 시력까지 회복한다는 슈퍼푸드로 각광받았던 것이다.

아로니아가 블루베리, 복분자보다 월등한 성분으로 인기를 얻자, 갓 주목을 받기 시작한 아로니아는 비싼 가격에 팔렸고, 폴란드 수입도 모자라, 이제는 농가에서도 아로니아를 지어서 점입가경까지 이어 졌다.

심지어, 나라에서 아로니아 농가에는 지원을 해 준다고 하니, 그야말로 큰 열풍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떨어 지는 맛과 그냥 별다른 베리 류 열매와 다를 바가 없다고 느낀 대중들은 아로니아를 외면하기 시작했고, 가격은 폭락했으며, 아로니아 농사를 짓던 농가들은 힘들다고 아우성을 했다.

그 비싸던 폴란드 산 유기농 아로니아 원액이 헐값에 재고 처리되었고, 나도 그 때 몇 리터 사서 영양 차원에서 싸게 먹었다.


아로니아 뿐인가.

노니 역시 신의 선물이네, 어쩌네, 하와이에서 자생하는 신비의 열매라더니, 인기가 좋으니까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기후가 비슷하니까 마구잡이로 지어서 팔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고약한 맛과, 가격 대비 큰 효능을 못 느끼자, 지금은 재고 처리를 못 해 안달들이다.

깔라만시도 예를 들 수 있고.


크릴오일 또한 똑같은 전처를 밟았던 것이다.

지금은 그냥 평범한 아스타잔틴 영양제를 주문해서 택배로 받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크릴오일에 대한 성분을 검색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부 하나같이 로보트, 앵무새처럼 크릴오일에 대해 예찬 일색들이던 블로거들, 전부 협찬이거나, 남들 열풍에 자기도 혹해서 쓴 글들로 나는 정확한 진실을 찾지 못 했었다.

어쩌면, 그렇게 팔기 위해 피눈이 된 업체들의 과장 광고도 문제지만, 거기에 결탁해서 좋은 평을 쓸 수 밖에 없는, 앞잡이 노릇을 한 블로거들이 더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찌 제대로 되고, 진실된 후기와 평을 쓴 블로거를 찾기가 어려워던 지.

나는 식약청의 시정명령을 받은 업체들의 협찬 블로거들도 마찬가지로 단속대상에 포함돼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 본다.


그 "이 거 한 번 먹어 봐~"로 유명하던 종로 3 가의 노상 약팔이가, 인터넷 상의 평범한 개인 블로거의 약팔이가 더욱 신뢰감이 들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하는 것이다.

업체는 당국의 제재라도 받지, 그런 블로거들은 상품 제공, 돈을 받으면서 제재도 받지 않는다.

그러니 정체성도 없는 별의 별 약팔이 블로거들이 판을 치기 좋은 세상이 되고 말았다.


여차하면 정말 코 베일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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