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0 21:08:28
처음 시청 홈페이지 공고를 보고 나서 고뇌에 빠졌다.
선정되기도 너무 까다롭거니와, 그 신청 과정 또한 쉽지 않았다.
원칙을 우선적으로 내세우는 담당자, 그로 인한 회의감과 포기.
지원하더라도 제한조건에 걸리기 때문에 안 될 것이라는 답변에, 거의 포기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면서 시간을 보내다, 목요일에 카페에 시간을 보낼 적에 도청에다 전화를 걸었다.
약간은 따지려는 심산이었지만, 시는 도가 추진하는 사업에 따라 가는 형국이었으므로, 도청 담당자라면 또 얘기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랬더니, 일단은 신청서를 넣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권유한 답변이, 응어리진 내 마음을 누그러 뜨렸다.
쉽지는 않지만, 어차피 접수해 봐야 손해볼 것은 없다.
서로.
집에 도착해서 신청서 양식을 받았는데, 한글 프로그램이 없어서 새로 체험판을 설치해서 부랴부랴 세부적으로 들여다 봤다.
양식에서는 의외로 까다로우면서 다소 수준있는 내용을 요구하고 있었고, 못 할 건 없겠지만, 시간이 걸리고,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지원을 받는 것만 보고, 실무적인 부분에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이들이라면, 엄두가 안 날 듯 한 수준이었다.
과거 장사 경험과 내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양식을 전부 채웠다.
글쎄, 제약 조건에 걸리지만 않으면, 내가 보기엔 현실적이면서도 도에서 추구하는 수준, 그 이상의 내용물이었다.
초저녁에서 시작해서 새벽 서너 시까지 걸렸다.
옛날에 독서실서 중간고사 벼락치기를 하던 분위기였다.
대충 양식만 채운다는 식으로 하면 현저히 쉽게 할 수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창업의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 주는 것이므로, 그런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많이 생각하고 다듬느라 시간이 걸렸다.
그에 비례해서 분량은 안 나왔지만, 중요한 것은 장수의 두께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메리트 있는 신청자인 지를 어필하는 것이었다.
낮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탓도 있지만, 싱숭생숭 설레는 심경으로, 그 새벽까지 무리를 했는데도 잠이 통 오질 않았다.
그렇게, 자는 것도 아닌, 눈 뜬 것도 아닌 채로 스마트폰을 켜 보니, 딱 정각 6 시였다.
남은 절차는, 해당 건물을 유용할 수 있다는 증빙, 건물주의 확약서만 받아 오는 것이었다.
다소 이른 시각이었지만, 서류를 들고 주인을 찾아 갔다.
도착하니 7 시 반이었는데, 역시나 아직 안 일어나셔서 그냥 돌아 왔다.
평상 시 일찍 일어나시는 분으로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른 시각인 것 같아서 잠시 후에 다시 오기로 했다.
다시 집에 와서 몇 시간 자고 일어 나니, 이제는 10 시였다.
전 날에 전화로 구두 약속을 받아서, 임대 확약서를 받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주인 분과 이런 저런 얘기를 잠시 하고 나서 시청가서 완료된 서류를 제출했다.
잠시 서류를 살펴 본 담당자는, 기초적인 것만 확인하고 접수를 해 주었다.
이대로 도청에 전달돼서 도청 공무원이 심사를 보겠지.
당연히 경쟁률이 치열하므로, 또 제약조건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는 지라, 될 거란 기대는 크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예 안 될 거란 생각도 않는다.
제약조건도, 적합요건도, 완벽하게 정해진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황에 따라 자격이 미달되더라도 다른 부분에서의 장점이 크면, 그런 부분은 보완될 수도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도청 담당자도 일단 넣어 보라고 한 것 같다.
집합건물이란 부분에서 설령 걸릴 지라도, 다른 경쟁 지원자보다 분명 나은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은 얼마든지 보완하거나 타협의 여지가 존재하는 것이다.
어쨌든, 큰 시험 치룬 듯 한 기분이었고, 그 동안의 무거웠던 마음은 해소가 되었다.
꼭 돼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될 가능성 또한 높지도 않다.
된다 하더라도, 내 앞에는 커다란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즉, 산 너머 또 고산이다.
너무 내가 편한 생활에 안주하고 있었는 지, 사회에 접근하고자 하면서도 이제는 사회에 접근하는 데에 부담감을 느낀다.
어찌 되어도 나는 좋다.
안 되면 다른 길을 가면 된다.
결과 여부를 기다리지만, 얽매이지는 않는다.
이제는 홀가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