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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2. 2023

Gary Moore - Back To The Blues

2021-03-20 23:43:47

여느 록 스타가 그러했 듯, 개리 무어도 화려했던 7~80 년대를 보냈다.

글쎄, 가장 전성기라면 아무래도 70 년대보다 80 년대, 블루스로 전향한 90 년대도 빠질 수 없다.

그런 개리 무어도 90 년대 후반에 두 장의 괴작으로 일탈을 해 버리는데, 그 성적이 가히 좋지 못 했다.

그 것은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가미된 록 앨범이었는데, 나 역시도 호평할 정도는 못 된다.

록에 일렉트로닉을 잘 배합하지 못 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 역시도 점점 창작의 영감이 밑천을 드러 냈다고 보는 것이다.

그 두 장의 앨범은, 아마 그의 기존 노선이었던 록과 블루스를 내 놓았어도 비슷한 결과였을 것이다.

아마도, 그 또한 그 것을 직감했기 때문에 뭔가 다른 변화를 주려고 발버둥을 쳤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몇몇 곡은 괜찮게 잘 뽑은 것 같은데, 아무튼 아쉬운 감은 있다.


연거푼 악성적을 뒤로 하고 21 세기에 다시 내 놓은 재기작, 글쎄, 재기작이라고 해 두자.

백 투 더 블루스였다.

제목이 정직해서 참 좋다.


"나 앨범 두 장 말아 먹은 건 나도 안다. 그러니까, 그냥 다시 블루스나 하련다."


그가 다시 블루스로 돌아 온 이유는, 머지 않은 과거의 실패가 철저히 그 배경인 듯 하다.

대중적 인기를 힘입어 활동하는 뮤지션들은 아무래도 수치적 흥행 성적이나 대중들의 반응에 초연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철저히 자기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순수성을 지키려는 뮤지션들도 있지만, 대중들이 반응이 싸늘하면,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의욕과 자신감이 꺾이게 마련이다.

그래서 다시 블루스로 회귀하여 내 놓은 작품, 백 투 더 블루스.

물러서면 물가가 기다리고 있는 배수의 진을 치는 심정이었을려나.


앨범 전체는 록적인 블루스와 락 큰 롤로 일관하고 있다.

이 앨범은 다른 거 없다.

픽쳐 오브 더 문, 더 프로펫, 이 두 곡만 기억하면 된다.

개리 무어만이 뽑을 수 있는, 개리 무어만이 능한 특유의 애잔하면서 진득한 감성으로 뽑아 낸 명곡이다.

글쎄, 전성기 때 패리지엔 워크웨이스, 더 로너, 엠프티 룸스에 못지 않은 곡이라고 평하고 싶다.


"진작에 이렇게 좀 하지."


개리 무어의 유작은 2008 년도에 내 놓은 배드 포 유 베이비이다.

하지만, 난 이 백 투 더 블루스가 개리 무어의 유작처럼 느껴 진다.

뭐, 이 후의 앨범이 영 시덥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개리 무어의 마지막 후기 명반이기 때문인 듯 하다.

내 기준의 명반, 명곡의 기준은 까다롭다.

여러 기라성같은 뮤지션 사이에서 이 앨범을 명반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감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개리 무어 개인 디스코그라피 안에서는 충분히 두 곡 만으로도 명반 대열에 놓을 수 있다.


기차 선로를 배경으로 플랫폼에 앉아서 기타를 잡은 개리 무어.

그는 필시 새로 오는 기차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이미 험난한 여정의 기차를 타고 블루스란 종착역에 내린 것이 틀림 없다.

이 앨범의 명곡과 더불어 소주 한 병까지 옆에 놓여 있었다면 아주 딱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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