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7 09:55:00
속보로 뜬 기사인데, 오늘 새벽에 운명하셨다고 한다.
노환과 건강 악화로 사내 이사서 물러 난다는 기사를 접한 지 불과 며칠 되지 않았는데, 마치 신 회장 스스로가 곧 떠날 때임을 직감한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 전부터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에게 이미 일정 권한을 일임했겠지만.
경영 승계에 있어, 형인 신격호 롯데 회장과는 참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주며 떠났다.
롯데는 회장 말년에 정말 온갖 흉한 모습을 전부 보여 줬는데, 이는 본인 스스로가 너무 오랫 동안 직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이미 고령으로 판단력이 많이 흐려진 상태였고,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가 없는 상태로 회장직에 머물러 버렸다.
그 전에 경영권을 물려 줬으면 그렇게 시끄러운 사태가 벌어 지지 않았을 텐데, 이를 두고 내분의 불씨만 키운 것이다.
그로 인해, 외부 언론에는 일체 접촉하지 않는 롯데가, 이례적으로 언론에 많이 비춰 졌다.
그 것은 순전히 회장직을 둘러 싼 두 아들들의 여론전이었다.
그에 반해 농심은 이미 장남 신동원 부회장을 승계자로 못을 박아 두던 터라, 전혀 이런 내분이 없었다.
롯데가 외형적으로 분명히 5 위 안에 드는 대기업이지만,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은 기업이다.
롯데가 너무 외형 위주의 성장에만 골몰했던 반면, 농심은 식품 기업에 국한되더라도 내실이 튼튼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해 온 것이 고 신춘호 회장의 공로가 절대적이다.
창업부터 떠나는 마지막 승계까지, 큰 사건사고 없이 잘 마무리했다.
그냥 회장직을 아들에게 물려 주면 되는 것 같지만, 경영 승계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도 경영권 승계 문제로 벌써 수십 년을 고생하고 있고, 이재용 부 회장이 수감된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현대 가문도 그로 인해 그룹이 쪼개 진 것은 국내 기업사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기업과 왕조 국가를 맞비교하긴 다소 무리가 있지만, 역사적으로도 왕자의 난으로 내분이 일어 나고 역사가 바뀌는 일은 비일비재하지 않았나.
그만치 경영권을 승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고 신 회장은 아무런 탈없이 아주 잘 마무리했다.
글쎄, 농심 가 형제는 아마 잘 화합하고 있을 것이다.
외에도 삼양 우지사건을 잠깐 다뤄 보자면, 그 사건으로 인해 농심이 수혜를 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누군가의 밀고로 인해 당시 우지 파동이 벌어 졌고, 그 것을 농심이 사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삼양에 불만을 품은 내부 직원일 수도 있고, 그와 무관한 삼자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경쟁 관계에 있는 농심이 의심이 가게 된다.
많은 이들이 이를 통해 농심이 1등 기업으로 발돋움했다고 하지만, 그 사건이 아니었더라도 언젠가 농심은 삼양을 꺾고, 1 위로 가게 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당시 신 회장의 제품 개발과 품질에 대한 의욕이 컸기 때문에, 그 사건으로 꼭 혜택을 보지 않더라도, 1 등 기업 등극은 시간문제였을 것이다.
삼양이 우지를 쓰는 것이 건강에 해롭지 않다는 누명을 벗을 때까지 상당한 어둠의 세월을 보내긴 했지만, 신제품 개발에 농심보다 소홀했던 것은 사실 아닌가.
오늘 날 농심을 있게 한 많은 스테디 셀러 제품,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안성탕면, 육개장, 새우깡에 비해 삼양이 내 놓은 제품들은 딱히 주목할 만 한 것이 많지 않다.
요 근래에 불닭 볶음면 시리즈로 그나마 인기를 탈 뿐.
창업부터 형 롯데 회장과의 불화로 사명을 바꾸면서 홀로서기를 할 때까지, 그 후에 국민 기업과 세계로 수출하는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발돋움할 때까지.
농심의 역사는 곧 신춘호 회장의 일생과도 같았다.
이제 신 회장은 눈을 감았지만, 장남인 신동원 부 회장이 그 유지를 이어 받아 농심을 더 잘 이끌어 나가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