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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2. 2023

오야이데 2구 콘센트

2021-05-11 23:19:31

내가 구한 것은 두 구 모두 팔라듐 도금된 것이다.

팔라듐이 내 성향은 아닌데, 중고로 나온 것이 그 것 뿐이라, 그렇게 구하게 되었다.


물건을 받고, 차단기를 내리고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 해 보는 작업은 아닌데, 네 가닥 선 중에 죽은 선이 섞인 줄을 몰라서 많이 헤맸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작업을 완성하고, 떨리는 심정으로 곡을 틀어 봤다.


이 게 뭘까...

분명 소리를 따지자면 음질 향상은 분명하다.

콘센트를 통한, 콘센트에 연결된 전체 시스템의 음질 변화 또한 또렷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되먹지도 않은 실버골드 RCA 케이블에서 실텍 동선을 교체했을 때의 변화감보다 더욱 크다.

그 때의 놀라움보다 큰 변화이다.

그러나, 그 변화가 내가 원한 변화였는가, 그 것은 아니었다.


먹먹한 심정이었다.

중고로 그나마 싸게 구입한 것이었지만, 신품가는 70만 원 제품이었다.

오야이데 콘센트와 멀티탭은 오디오 애호가에게 매우 인지도가 있는 상품이었다.

나 역시도 듬직해 보이는 외관과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무척이나 갖고 싶었고, 입금을 하고 물건을 받는 순간까지 내심 기대를 많이 했다.

그 것은 마치, 돌처럼 단단히 응집되면서도 뭉툭한 소리였다.

아날로그 적인 수려함을 추구하는 나와는 맞지 않는 소리였다.

MP3나 CD의 저음질 음원에는 도리어 도움을 받기는 했다.

음역대를 뭉치는 것인 지, 전도율을 극대화해서 소리에 살집을 붙히는 것인 지에 대해 고민을 해 봤는데, 단순 전원 장치가 음역대를 컨트롤 하는 것 같지는 않고, 후자일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고음질이나 저음질이나, 뭉친 소리는 매 한가지였다.

둘의 구분을 무산시켰다.

고음질에서는 더욱 좋아야 하는 것과는 반대로, 계속 듣고 있자니 부담스럽고 답답한 소리였다.


한 사흘 정도를 이 어렵게 구해서 설치한 콘센트를 다시 되 팔지를 심히 고민하였다.

대체품으로 후루텍 NCF 콘센트를 물색했는데, 구하기가 매우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에 쓰던 트리니티 르 그랑 콘센트로 다운 그레이드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직은 에이징의 여지가 남아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 보자는 심정으로 더 들어 보기로 했다.

닷새 가량된 지금은, 그래도 한결 나은 소리로 들린다.

물리적으로 얼마 안 되는 크기라 에이징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는데, 다행히 강한 소리가 누그러 졌다.


오야이데가 얼마나 강하냐 하면, 내가 가진 시스템 전체 중에서 그 성향이 가장 강해서, 콘센트 하나 만으로 오야이데 비중이 가장 크게 두드러 진다.

단단하면서도 심이 굵은 소리, 스피커에서 돌덩이가 내 뱉는 것이 상상이 될런 지.

단순 전원 콘센트임에도 출력이 굉장하다.


다음 대체제인 후루텍 콘센트를 구하기 전까지 반대 성향의 케이블과 멀티탭을 조합하면서 소리를 맞춰 나갈 계획이다.

아마, 유한 성향의 구성으로 희석이 되면, 오야이데 콘센트의 교체는 필요치 않을 지도 모른다.

도리어, 심지가 굵으면서도 유려함까지 갖춘 이상적인 소리일런 지도.

그래도 후루텍 콘센트나 멀티탭은 꼭 구매해서 매칭시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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