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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 별세

2021-11-23 12:37:32

by 속선

아무 생각없이 스마트폰의 포털을 접속하다가 깜짝 놀랐다.

제목처럼 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속보였다.


마치, 노태우의 뒤를 따르 듯이, 거의 나란한 시기에 눈을 감고 말았다.




노 전 대통령(노태우)의 경우, 전두환과 더불어 같이 욕을 먹긴 했어도, 그나마 국민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유한 모습으로 여생을 일관했기에, 사후, 과거 행적에 대해 그다지 큰 성토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 정부가 좌파 정권임에도 국가장도 추진된 것이다.


반면, 고인이 된 전두환 전 대통령은 항상 강경의 일변으로 소신을 굽히지 않았는데, 남은 여생을 소송과 추징금 납부로 마찰을 빚으며 마무리 지었다.




이제 남은 것은, 고인이 생전에 남긴 행적에 대한 평가를 정리하는 숙제가 남겨 졌다.


극우파가 아닌 한, 전 전 대통령은 우파 정당에서도 버림을 받았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진영 논리를 떠나, 모든 인간은 살면서 과오와 공로가 공존하기 마련인데, 전 전 대통령은 과오에 묻혀, 공로를 인정받지 못 한 점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가장 말이 많은 광주 사태에 대해서도 잠깐 다뤄 보자면, 그라고 많은 사상자를 낸 광주 사태에 대해 어찌 인간적인 죄책감과 고뇌, 마음의 짐이 없었을까.


대통령이란 최고의 자리에 올라, 쓴 소리를 했다 치더라도, 자신의 국민을 피흘리게 한 것이 마냥 편치는 않았으리라 짐작한다.


다만, 당시 전 대통령이 판단하기에 사태가 더욱 커지기 전에 확실히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마무리를 지어야 했고, 사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다소 과격하게 되어 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조금 더 유연하게 광주 시민 대표 측과 대화로 풀면서 중재해 나갔다면, 그렇게 사태가 커질 일은 없었을 텐데, 사태의 당사자가 아니라서 내가 함부로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전 전 대통령이 판단하기에는, 전국적 동요로 번지기 전에 강경진압만이 유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한 듯 보인다.


단순히 사태를 더욱 커지지 않기 위해 싹을 자르려는 대통령으로써의 실무적 판단과 결정이었을 뿐, 거기에 사사로운 악감정의 말로였다고 보기엔 무리인 듯 하다.


적어도 내 작은 소견으로 보기엔 그렇다는 것이다.




헌데, 거기에 대고 전 전 대통령을 단순히 살인마로 치부하는 것은, 너무 사태를 감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고인 본인은 아직도 정당한 정치적 판단이었음을 철썩같이 자부하고 있는데, 어찌 그에게 사과를 하란다고 해서 덥썩 사과를 할 사람인가.


도리어, 당시 사태는 과한 부분이 많았지만, 그래도 당시에 당신이 본 시각에서는 어쩔 수 없는,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이해한다고 위로를 했다면, 전 전 대통령은 분명히 광주 사태의 고인과 유족에 대해 사죄의 표명을 했었을 것이다.


그런 전 전 대통령을 이해하려는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단순히 무릎을 꿇리고 사죄를 강요한다면 사죄는 커녕, 반감만 키우는 것이다.


본인 딴에는 최선을 다 한 것인데, 어찌 그 걸 사과하라고 하나, 어느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 그런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항변하는 것이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접근 방식 자체가 잘못돼 있기 때문에, 전 전 대통령은 결단코 사과를 하지 않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느 누구 하나 광주 사태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두환은 '살인마'라는 답을 이미 내린 상태에서 접근하니까.


잘못이 잘못으로 인식이 돼야 사과를 하는 것이지, 당사자가 잘못으로 인식하지 못 하고 있는 부분을 억지로 강요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불과 얼마 전, 윤석열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도 일부 잘 한 점이 있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되었다.


명백히 맞는 말이다.


나는 그 때를 계기로 해서 광주 사태와 관련한 전 전 대통령의 오해도 풀고, 좌, 우로 분열된 국민의 민심도 서로 화합할 수 있는 정국이 마련될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살아 생전에 그러한 최소한, 그런 오해는 풀고 가셨으면 좋겠는데, 참으로 안타깝게 되었다.


전 전 대통령의 공로가 있는 부분은 인정해 주고, 당시 진압에 대해서도 참작할 부분은 참작한 향후에 전 전 대통령도 당시 광주 사태에 대해 유감 표명을 분명히 하면서 정국이 풀렸을 것인데 말이다.




광주 사태에 대한 사과.




분명히 참작의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피흘리게 한 것에 대해 인간적인 아픔과 연민은 당연한 것이고, 전 전 대통령 본인은 분명히 그 점에 대해 사과 한 마디 하고 싶었을 것이 분명하다.


내가 보기에 그는 악마가 아니니까.


그라고 왜 국민이 피 흘리고 아파하는 것을 보며 유쾌해 했을 것인가.


그 점이 참으로 한스럽고, 그 말 한 마디 한 번도 못 한 것이 답답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마침 대선 정국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판인데, 전 전 대통령의 별세로 인해 더욱 시끄러워 질 것이다.


이제는 전 전 대통령과 그 시대가 남긴 숙제를 바르게 정리해서 해소하는 것도 우리에게 물려 졌다.


이 것을 바르게 해결하지 못 하면, 한 쪽에서는 악마다, 한 쪽에서는 아니다로 계속 국민 분열 양상이 계속 될 것이다.




누구 한 명이라도 용기있게 바른 목소리를 냈으면 하는 바램과, 후세인으로서 고인을 조금이나마 추모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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