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1 07:27:31
작은 새 한 마리를 입구가 좁은 호리병 속에 넣었는데, 그 새를 다시 빼 내라고 한다.
헌데, 그 새는 이미 몸이 커 버린 상태인데, 어찌 꺼낼 것이냐는 유명한 화두이다.
여기서 새는 그 화두에 골몰하는 제자이고, 호리병이란 난해한 설정으로 그 제자를 혼돈케 하는 관념이다.
화두 자체를 푸는 것이 아니고, 그 화두를 접한 제자의 응수타진을 찌르는 것이다.
새를 꺼냈느냐는 스승의 질문에, 제자는 "네, 나왔습니다.", 하면서 화두를 풀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다양한 답변들이 난무했지만, 본래 호리병이란 없는 것이므로, 그 관념 안에 갇히지 말라는 것이 답이라는 정설이다.
모순이 있다.
새라는 존재도, 호리병이란 존재도 스승이 지어 낸 가상의 설정이다.
여기서, 호리병이란 본디 없는 것이므로, 새는 본래 자유롭다고 하던데, 호리병이 본디 없는 것이라면, 새도 본디 있지 아니한데, 어째서 새만 남겨 놓고, 호리병은 본디 없었다고 하는 것인가.
둘 다 본디 없는 것이므로, 새가 자유로울 것도, 새가 갇힐 것도,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애초에 호리병, 새도 없다.
스승이 가상의 설정을 만들어서 제자에게 던져 주기 전까지는.
그러므로, "나왔다."는 제자의 대답은, 공을 깨친 것이 아니라, 새를 남겨 둔 것이 되는 것이다.
즉, 화두를 깨친 것이 아닌 것이 되는 것이고, 이를 인가한 스승 또한 얼간이다.
이 화두가 성립하게 된 것은, 실제 새와 호리병이 존재해서 갇힌 것이 아니고, 언어로 가상의 상황을 가공해 냈기 때문인 것이다.
말은 실체를 형성하지 못 하고, 그저 언어적 관념으로만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말 안에 갇히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그 상황이 존재한다면 어찌 해야 하나?
새를 호리병에 넣을 일은 없겠지만.
그 건 정답이 없다.
내키는 대로 하면 된다.
새를 살리고자 한다면, 그 화병을 깨면 될 것이고, 그 화병이 몹시 비싼 것이라 아깝다면, 차라리 새가 고통없이 빨리 죽도록 하던가.
내 화병,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나?
다만, 호리병 안의 새가 고통받는 게 안타까우니, 앞으로는 새를 호리병에 넣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새가 점점 클 줄 몰랐던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