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1 23:11:08
현 정부의 치적을 꼽자면, 역시나 대북 성과일 것이다.
북한과 평화적 분위기를 자아 내면서, 급기야 미국의 강성 대통령, 트럼프까지 회담의 반석을 쌓은 것은 문재인 정부의 노고였다.
북한도, 일본도, 과거의 작은 해프닝으로 영원히 적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웃국의 흠결을 먼저 꼬집기 보다는, 내 아픔을 감내하면서 상대의 흠을 포용하는 것이 대인배 정신이며, 이 것이 화해와 평화의 길로 향하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행보는 내 뜻과는 다소 달랐지만, 그래도 참 잘 한 일 중의 하나였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부터 북한과 관계가 경색되기 시작하면서, 현 정부도 많이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북한과 내내 우호적 관계를 예상했을 텐데, 무언가 본이 아니게 북한의 양보할 수 없는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다.
천안함 사태 마저 북한의 소행이라는 표명 조차 못 할 정도로 대북 관계에 공을 들인 문재인 대통령으로썬, 참으로 착잡할 것이다.
작금에 표명된 종전선언이라는 캐치 프라이즈는 이러한 위기를 전복하기 위한 타계책인 지, 북한과의 우호 관계를 쌓아 가면서 쓰게 될 월계관인 지는 모르겠다.
분명히 주장하고 싶은 것은, 그 것은 아무런 내용이 없는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시피, 6.25 전쟁이 휴전된 것이지, 종식된 것은 아니다.
우리 민족이 더 이상의 대립을 끝내고, 통일로 하나되자는 것인데, 이런 허례허식 따위로는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 정말 희박한 확률, 극적으로 북한이 응해 줘서 양국이 종전선언을 했다고 치자.
그럼, 더 이상 양국이 전쟁하지 않는다고 어느 누가 보장해 줄 것인가?
선언 따위는 뭉개 버리고, 그냥 서울에 미사일 갈겨 버리면 그만이다.
종전선언 했으면, 우리 군대는 휴전선에 빼도 되겠네?
앞으로 전쟁 날 일 없으니까.
그냥 하나의 멋진 파티 이벤트에 불과할 뿐이다.
종전선언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자국내 분열된 민심과 돌림병 비상 상황부터 수습하고 나서 공론화하자.
내 나라 코가 석 자인데, 지금 그런 것에 신경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째서 겉치레, 요행식에만 연연을 하는가.
현 상황부터 안정화를 시킨 후에, 북한과 코 앞에 얽힌 갈등 요인의 실타래들을 한 가닥 씩 풀어 나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북한과의 공감대와 주변국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배경에서, 일방적인 종전선언 주장은 근거 없이 섣부르다.
종전선언은 분명 좋은 것이다.
단순히 우리 민족의 대립을 끝낸다는 것이 아니라,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국가끼리의 화합의 길이 트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넓게 보면, 세계 평화의 첫 걸음이란 것이다.
종전선언은 세계 평화를 위해 분명히 밟아 나가야 할, 반드시 중요한 과정 중에 하나이다.
다만, 여러 징검다리 중 첫 돌을 건너 뛰고, 종전선언이란 먼 발 치 돌을 훌쩍 뛰어서 밟으려고 한다.
이래서는 갈등만 심화될 뿐,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큰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레임덕을 겪고 있다.
이 어두운 시기에 그래도 뭔가 눈에 띄는 성과라도 챙기고 싶은 모양인데, 정 수순을 무시하면서 욕심을 부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종전선언은 우리 민족과 민주, 공산 진영의 화합의 길을 여는 역사적 표명은 분명하지만, 정해진 수순을 무시한 돌발적인 주창은 생떼에 불과하다고 정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