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19 12:46:39
'내가 겪은 건물주'라는 제목으로 이미 글을 쓴 적이 있지만, 이 번 안치환 씨 불법 건축물 논란을 보고, 다시 한 번 우리 나라 국민의 동경이자, 기득권 출세의 상징인 건물주에 대해 다뤄 보고자 한다.
나는 두 명의 건물주와 상가 임대차를 계약하면서 겪어 본 적이 있다.
한 명은 아예 건물주 얼굴도 모르고, 일면식도 없었고, 한 명은 계약 때는 아니었으나, 건물을 보수, 리모델링할 테니 비우라는 통지서를 받고, 빌러 갔을 때 만난 적이 있다.
건물주, 막강하지.
여기서 다루는 건물주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상가 건물주이다.
주택도 엄밀히 따지면 건물주이긴 한데, 상가만큼 알아 주진 않는다.
둘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주택은 그냥 주인이 기한됐으니 비우세요, 하면, 다른 집을 물색해서 훌렁 이사가면 된다.
만일, 상가 건물주가 비우라고 하면, 그 것은 청천벽력같은 소리이다.
그 안에 집기들고 그냥 다른 데서 장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전혀 점포 자영업에 모르는 분들이다.
집기가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박힌 인테리어와 권리금은 뜯어 갈 수 없다.
이 게 전체 투자 금액 중에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나가라고 하면, 내가 예를 들어 보증금 제외하고 1억을 들여서 점포를 차렸다, 그러면 그 중에 집기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7천만 원이 신규 인테리어 공사비이다.
그러면, 그 걸 포기하고 나가는 것이다.
권리금이라는 명목으로 거래가 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 탓이다.
집기비가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거액으로 바른 인테리어 비용, 우리는 장사가 이만큼 돼서 이만큼 매출이 오른다는 보장성, 이러한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이 권리금, 인테리어 비용이다.
그런데, 그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를 건물주가 보장해 주느냐, 전혀 아니다.
그들은 보증금과 임대료가 임차인과 계약 사항이지, 그 안에 임차인이 얼만큼 인테리어 비를 투자했는 지, 얼마의 권리금을 매매해서 들어 왔는 지, 또 얼마의 매출이 올라 왔는 지는 관여할 바가 아니다.
임대료만 잘 내고, 사고 안 치면 신경 끄고 산다.
이론 대로 따진다면, "잘 돼도 네 복, 안 돼도 네 복."으로 무심한 자들이 건물주인 것이다.
그런데, 건물주들이 바보가 아니고서야, 자기 건물에 거액의 인테리어 비와 권리금이 박혀 있다는 사실을 왜 모르나.
정말로 순수하게, 계약 기간 끝나고 우리는 그 건물을 우리가 직접 써야겠다, 정말 우리는 당신들이 얼마의 권리금, 얼마의 인테리어 비로 인해 부당 이득을 보고 싶은 뜻이 없다해도, 한창 영업 중인 임차인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같은 소리이다.
그러한 상황을 악용해서 임대료를 대폭 인상해서 말려 죽이려는 건물주도 있고, 진짜 독한 경우를 내가 몇몇 봐 왔는데, 일부러 거액의 임대료를 감당 못 하게 비 현실적으로 인상해서, 제 발 스스로 나가게끔 한 다음, 실내 인테리어는 그냥 건드리지 말고 나가라고 요구한다.
왜일까?
원리원칙 상 일반적인 계약으로는, 권리금 매매 형태로 다른 임차인과 계약이 유지될 경우가 아니라면, 그냥 비우고 나갈 때는 모든 실내 인테리어를 싹 철거하고 공실 상태로 반환해야 한다.
이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애써 큰 돈 들여 인테리어하고, 권리금 포기하는 것도 뼈 아플 진데, 건물주는 원칙대로 공실로 만들라고 한다.
여기서 또 철거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 간다.
그럼, 나갈 때 굳이 그 철거비 들이지 않아도 되니, 이 건 그냥 봐 주겠다는 것이다.
그럼, 임차인 입장에서는 철거비는 굳으니까, 그 거라도 고맙다고 하고 나갈 수 밖에.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그 건물주가 직접 그 가게를 운영하던 지, 인테리어가 돼 있으니까, 다른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고 계약을 하는 것이다.
내가 직접 하든, 내가 다른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던, 강탈인 것이다.
이래서 하느님 위에 건물주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임대료 올리고 싶으면 올려도 되고, 아니꼬우면 그냥 나가라고 할 수도 있다.
임차인이 얼마 목돈을 손해 보든 지, 말든 지.
상가 임차인은 거액을 그 건물에 투자할 수록, 부처님 손바닥 안이란 사실이기 때문.
그런데, 건물주라고 해서 그 보증금과 임대료를 100% 순수익으로 남기지 않는다.
왜냐 하면, 재산세부터 시작해서 다양하게 오르는 세금이 워낙 무겁기 때문이다.
임대 수익에서 그 걸 빼면, 그다지 남는 것은 많지 않다.
그래서, 건물주 입장에서 부득이하게 세금이 오르면, 임차인에게 전가할 수 밖에 없다.
수십, 수백 억을 투자한 것에 비한 수익율은 낮다.
쉽고 편한 대신에 그만큼 재미는 없는 것이다.
만일, 정말 수백 억이 있다면, 그 돈으로 서울 시내 건물을 사는 것보다, 차라리 중소기업을 차려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훨씬 낫다.
세인에게 건물주가 각광받는 이유는, 겉만 봐서 그렇다.
그냥 신경 안 써도 통장에 불로소득이 찍힌다고 생각하는데, 그 안에는 각종 규제와 무거운 세금, 유지 보수 및 관리의 책임, 임차인과의 분쟁, 상권의 변화로 건물 가치의 하락 등의 리스크도 안고 있는 것이다.
마냥 룰루랄라가 아니다.
특히, 임차인과 명도 소송이 일어 나면, 정말 건물주고 뭐고, 딱 정이 떨어 질 것이다.
예전에 서촌 족발집 사태, 가수 길 씨와 곱창집 소송을 떠 올리면 감이 올 것이다.
월세 안 내고 보증금 까 먹는 임차인, 보증금도 까 먹어서 즉각 비우라고 했는데도 버티고 안 나가는 임차인, 관리비, 공과금 밀려서, 단전, 단수 스티커 붙은 임차인, 저 웬수를 쫓아 내고 싶어도 쫓아 낼 수가 없다.
내가 주인인 지, 임차인이 주인인 지를 모르겠다.
나라가 공실됐다고 세금을 깎아 주는 것도 아니고, 공실 안 나게끔 잘 관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건물 이미지와 가치를 고려해서 업종도 제한해야 하고, 불법 업종이 들어 오는 것은 아닌 지, 소음을 일으 켜서 임차인 간 분쟁 일으키는 업종은 아닌 지, 생각 외로 아무 임차인이나 계약할 수 없다.
공실 생기면, 세금 청구서는 계속 날아 오지, 건물을 융자 없이 살 수 있나, 다달이 은행 이자 내야지, 그런데 월세는 안 들어 오지, 건물주도 압박감 느끼는 것이다.
주변 시세와 세금이 올라서 임대료 소폭 인상하겠다 하니, 읍소도 아니고, 득달같이 들고 일어 나지, 무서워서 말을 꺼내겠나.
물론, 최악의 경우를 들기는 했는데, 건물주도 고심이 많다.
정말로 기득권을 악용해서 탐욕스런 횡포를 부리는 건물주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많은 건물주들이 원만하게 타협을 보는 측면이 많다고 생각을 한다.
임차인도 이를 이해하고, 너무 피해의식을 가진다거나, 안 좋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