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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3. 2023

재즈에 대한 접근과 결론

2022-03-29 00:30:08 

나에게 재즈는 클래식보다 멀게 느껴 진 음악이었다.

록과 팝 중에는 손에 꼽는 뮤지션과 음반은 뚜렷하게 있었지만, 재즈는 그러지 못 했다.

"뭐, 괜찮은 앨범이지."하는 정도의 밋밋함.


록과 팝, 클래식, 이런 장르들은 일정하면서도 뚜렷한 형식이 분명히 존재한다.

주로 사용되는 코드와 리듬, 전개 방식 안에서 거의 모든 곡이 이뤄 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재즈는 그렇지 않다.

주제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또 흘러 가는 게 재즈이다.

형식이 있으면 있는 대로, 마찬가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흘러 간다.

가장 즉흥적이면서도 형식으로부터 자유로운 장르.


록은 장르를 구분하기 쉽다.

음악의 문외한도 일차적으로 기타의 드라이브나 드럼 비트 만으로도 알 수 있는 것이 록이다.

뭐, 더 세분화되면 같은 록 안에서도 하위 장르끼리 큰 차이는 있지만서도.

재즈는 그렇지 않다.

같은 재즈 안에서 전혀 스타일이 판이하게 다른 곡을 들어 보면, 재즈에 대해 문외한은 전혀 다른 장르라고 느낄 것이다.

그런데, 재즈를 잘 아는 애호가나 전문가는 그 것을 넓은 틀 안에서의 스타일이 다를 뿐, 엄연히 재즈로 규정해 버린다.


팝은 일정하게 획일화되다 시피 전제된 골격과 형식, 전개와 코드로 말미암아, 기승전결이 뚜렷한 하나의 잘 체계화된 곡임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장르를 팝이라고 뭉뚱그려 놓아도, 우리가 듣기 편하고 익숙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쓰여 지는 코드와 전개 안에서 크게 벗어 나지 않기 때문.

재즈는 그 걸 완전히 깬다.


나는 재즈를 이해하려고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였고, 내키지 않아도 새로운 재즈로의 접근은 큰 성과를 주지 않았지만, 나를 작은 결론에 도달하게 만들었다.

재즈를 이해하려는 접근 자체가 바보스러운 짓이었고, 재즈를 흥미없는 음악이라고 느낀다면, 그 것이 곧 결론이라는 것으로 내려 버린 것이다.

누군가 재즈를 듣고 즐거워 한다면, 그 건 그들이 향유하는 그들 만의 즐거운 재즈로 놔 두면 된다.

내가 그 재즈를 듣고 그다지 즐겁지 않다면, 나는 그냥 다른 음악을 들으면 된다.

다른 이들이 재즈를 즐거워 한다고 해서, 내가 즐겁지도 않은데 즐겁게 접근하려는 접근이 어리석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이다.


아직은 이 어리석을 지 모르는 재즈 여행을 계속해 보려고 한다.

그래도 쿨 재즈 계열은 그나마 매력을 느꼈으니까, 챗 베이커, 존 콜트레인, 폴 데스먼드, 캐논볼 아덜레이를 더 들어 볼 여지는 있다.

영국의 재즈와이즈에서 선정한 재즈 명반들이 있는데, 여러 전문가들이 선정했으니, 적어도 한 번 정도는 들어 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


보사 노바, 라틴 계열의 재즈는 나하고 맞지 않았다.

모호한 장르의 팝 재즈도 그랬고.

퓨전이나 모던은 약간 이질감이 있고, 마일즈 데이비스의 '비치스 브류'같은 실험적인 아방가르드는 도전심을 돋군다.

쿨 재즈는 그래도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런 매력이 있다.

고급 음악의 대표적인 장르, 클래식과는 다른 품격을 느낄 수 있다.

그 게 참 오묘하다.

재즈가 마구 후리는 것같지만, 다른 장르에서 느낄 수 없는 의외의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형식을 벗어 난 자유분방함, 이 게 가장 재즈의 큰 특징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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