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속선의 삶

유니세프 후원 경험담 1

2020-12-29 22:26:54

by 속선

때는 2014 년도 무렵이었던 듯 하다.

그 때 나는 서울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굴곡이 있었지만, 그 때 그래도 제법 잘 되던 시기였다.

돈이 모이니 자꾸 뭔가를 접하고, 내 시각을 확장하고픈 욕구가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유니세프 후원이었다.


후원을 하기 전에 여러 후원 단체의 성격이나 행태를 인터넷으로 알아 보았다.

이 것이 물건을 사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내는 돈이 어떻게 유용하고 투명하게 쓰이는 지는 알고서 해야겠다는 발로였다.

개 중에는 종교 사업의 성격을 띈 후원 단체, 즉 아프리카의 빈자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실제는 자신들의 선교가 주된 목적이라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지는, 단체의 활약상을 홍보하는 내용이나 규모가 미약하여, 원활한 활동을 하는 지도 미덥지 않은 곳도 있었다.

그 중에서 그래도 믿을 만 한 단체가 역시 유니세프였다.

UN에서 오랫 동안 활동하고 홍보해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표면적인 것만 보고서 후원을 결정하고 싶지 않았다.

인터넷에 떠 도는 여러 유니세프에 대한 의견들 중에 좋지 않은 내용도 있었지만, 그 중에 그래도 신뢰가 가는 것이 유니세프였던 것이다.


정기 후원과 일시 후원이 있었는데, 정기 후원은 달마다 자동 이체로 나가는 것이었고, 일시 후원은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었다.

일시 후원 중에는, 10만 원 이상을 기부하면, 상장 형식의 감사장을 받을 수 있었다.

매장의 이미지도 챙기고, 자랑도 할 겸 해서 10만 원을 후원해서 그 감사장을 잘 보이는 훤한 곳에다 걸어 놓았다.

사실, 자랑으로 걸어 놓은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 후에도 정기 후원을 소액으로 일만 원 씩 했었다.

한 2 년 넘게 했었던 것 같기도 하고, 3 년인 것 같기도 한데, 제법 오래 했다.

그 것은, 내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써 나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했었고, 아프리카의 빈자를 위해 후원금을 내는 것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행동하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장사를 폐업하고 다시 개인으로 돌아 가게 되었는데, 내 생활조차 녹록치 않으니, 작은 일만 원이라도 조금 아까운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후원을 끊었다.


그렇게 유니세프 후원과 영영 작별을 고하는가 했더니 웬걸, 한 달에 한 번 꼴로 빠짐없이 후원을 재개하라는 문자가 날아 왔다.

처음에는 몇 달 하다가 그만 두겠지, 하고 말았는데, 그 게 1 년도 넘었던 듯 하다.

그 동안 좋은 생각으로 후원했던 우호적인 감정에 정나미가 점점 떨어 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소액이고, 꼭 의약이나 식량이 아니더라도, 유니세프 운영에 쓰이는 것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으로 아깝지가 않았지만, 유니세프가 정녕 진정성있는 구호 단체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후원을 끊을 적에, 상담원이 강하게 만류하지 않고 담담하게 처리했던 걸로 기억을 한다.

이유만 물어 보고, 바로 이체를 끊어 줬다.

하지만, 한 달마다 거의 날짜까지 일정하게 문자를 전송하는 것을 보고, 후원자를 수익의 시각으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편한 의심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문자 뿐이 아니고, 아마 이 메일도 보냈던 듯 하다.

정확하지는 않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내가 한 선택이 자랑을 떠는 객기이자, 돕는 것이 아닌, 도리어 그들의 어려움을 중첩시킨 것이라는 것을 알고, 후회가 들었다.

이유인 즉슨, 아프리카가 열악하고 가난한 것은, 그들에게 근로의 여건이 주어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산이 없는데, 그 만한 수확이 없는 것은 지극히 자명하고도 자명한 게 아닌가?

그러니,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들려는 노력도 없게 될 것이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더욱 질병에 노출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프리카인들이 전부 그렇지도 않다.

동북 아프리카 일부, 소말리아 쪽 만 그렇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난은 열심히 노동으로 극복한다는 각오와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관념이 전무하다.

어디선가 후원은 계속 들어 오는데, 어찌 이들이 고되이 일을 해서 가난을 극복하고자 하겠는가.

나는 그 악순환에 투자를 한 셈이었다.


후원을 끊을 당시에는, 그저 내 생활 형편이 안 되니까 끊는다는 작은 생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천만 다행한 일이었고, 잘 한 일이었다.

이제, 다시는 어느 후원 단체에 임의로 기부할 일을 결단코 없을 것이다.

금전적으로 후원을 하는 것에는, 그 만한 참여와 관심, 활동이 기반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돈을 던져 주는 것은 이 사회의 병폐를 키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유니세프에는 유명 연예인이나 유명인, 특히 선한고 건전한 이미지의 유명인을 앞세우면서 후원을 독촉한다.

이제 두 번은 안 속는다.

유니세프 선전에 출연하는 유명인들은, 자신들이 아무리 생각해도 보람되고 긍정적인 일을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들 스스로도 속고 있는 것이다.

단단히 속아서 어떻게 최전선에서 돌격 대장을 자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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