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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3. 2023

1500 받고, 1500 더

2022-04-22 04:22:47

꿈 자체는 꽤 선명한 선몽이었으나, 다소 줄거리가 길어서 몇몇 주요 장면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글쎄, 자기 전에 여느 날보다 강의를 듣고 잔 탓이었을라나.

일단 토막이라도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자고, 감겨 지는 눈을 띄워서 남겨 본다.


강의장의 모습이다.

전형적인 불교 법당처럼, 마루 바닥에 여럿 앉았고, 나는 그 중에서 제일 끝 열에 앉았다.

처음에는 타 도반의 질문이 낭독되더니, 그 질문이 끝나고 내가 예전에 편지로 보낸 질문이 낭독될 줄이야!

내가 영상 속, 근래 11000 번 째의 낭랑한 목소리가 인상적이던 여성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와 유사하나, 마치 아나운서나 전문 성우 못지 않은 또박또박하고 또렷한 발음과 능숙한 낭독이었다.

나는 그냥 인간적이고 프리하게 편지를 썼는데, 그런 부분도 있지만, 그 것인 필경, "자로가 공자께 물었다."처럼 완연한 중국 고전 풍 질문이었다.


강의장 제일 뒤에 앉았고, 재미있게도 선생님과 선생님의 가까운 제자는 강의장 제일 앞에 앉은 것이 아니라, 법문장 뒤의 따로 딸린 대기실에서 이뤄 진 낭독과 장면이었다.

내가 보낸 편지를 읽으신 것으로 해석된다.

헌데, 그 편지는 이미 벌써 보낸 지가 반 년 가까이 되는데, 그 걸 이제사 읽으셨는 지, 현실감은 많이 떨어 진다.

이 것을 액면 그대로 "내가 보낸 편지를 선생님이 읽으셨다."로 해석해도 될 지 머뭇거려 진다.

더군다나, 이미 멍석은 정리하기로 결심, 주인에게 말을 안 했을 뿐이지, 집기들을 이미 서서히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정말, 그 편지는 이제사 읽혀 진 것일까?

이에 대한 답변 강의를 하셨는 지, 안 하셨는 지, 그 것이 꿈 속에 있었는 지, 꿈을 깨고 내 상상이었는 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중요한 만찬 장면이다.

제일 중요한 첫 째 제자, 그리고 오른 편에 늘 흰 옷을 입고 계신 선생님, 그리고 누군 지 모르지만, 그 편지를 대독했던 것처럼 느껴 지는 다른 제자가 오른 편, 그리고 남 쪽에 앉은 나.

뭘 먹었는 지는 기억 안 나는데, 타르트 파이가 생각 나고, 회 뜨고 먹는 매운 탕이었나, 하여튼 정말 호텔에서 먹는 것처럼 좋은 음식들이었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선명한데, 부모님이 주신 차를 그냥 놓고 간다고 하니까, 그럼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뭐 괜찮다고 답변.

처음에는 계속 대화와 만찬이 이어 지다가, 나중에 선생님이 수중에 덥썩 1500만 원 현찰 뭉치를 던져 주신다.

그 것은 전형적인 세종대왕 1만 원 권이 다발로 묶여 진 현찰 다발이었다.

아무런 돈 봉투도 없는.

그러더니, 제일 왼 쪽에 앉은 첫 째 제자에게 그대로 1500만 원을 달라고 하신다.

제자는 바로 1500만 원을 선생님께 넘겨 주고, 선생님은 넘겨 받는 그 돈을 또 그대로 나에게 던져 주신다.

즉, 도합 삼천만 원을 받게 된 것.


어찌나 고맙던 지, 꿈 속에서 벅찬 나머지, 고맙다는 말 조차 할 수도 없었다.

그 돈을 받고 뭘 해야 될 지도 생각 못 했고.

내가 타고 온 부모님의 차를 놓고 간다고 하니까, 그 차의 시세만큼 1500만 원을 주신 것이고, 추가로 받은 1500만 원은 보답 차원에서 주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글쎄, 현실에 대입해서 해석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만, 무슨 뜻인 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찬찬히 지켜 볼 예정이다.


다음 장면은 전 장면과 판이하게 다른데, 그 것은 내가 살고 있는, 현재의 내 일상으로 돌아 왔다.

언제나 그랬 듯이, 나는 남루한 옷 차림을 하고, 하얀 배접 봉투 속 가득한 분리수거 용기를 들고, 집을 나왔다.

헌데, 내 집 주변의 도로 풍경이 아니고, 갑자기 웬 생선 경매장, 노량진 수산시장같은 건물로 들어 선다.

처음 들어 설 적에는 분리수거 봉투를 들고, 사람들이 식사하는 곳에 들어 가는 것을 실례일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괜찮겠지, 하면서 강행한다.

많은 사람들의 북적임, 오가는 말들로 어수선한, 전형적인 시장판이었다.

하얀 형광등 조명 아래, 겨울 옷차림의 분리수거 봉투를 들고 있는 어색한 내 모습.

다른 사람들이 나를 안 좋게 보는 것은 아닌가, 조금은 불안한 심기가 서려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 가족은 안 보이더라도, 내 친척이나 아버지의 친구 분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 분들을 왜 생뚱맞은 그 곳에서 보였을까?

이 전 꿈과도 개연성이 없어 보이고.

연예인 오지명 씨도 보이고.

아무튼, 그렇게 신기해 하다가 다음 장면 없이 꿈이 깼다.

두 번 째 꿈은 참, 주요 선몽의 줄거리와 확연히 분리된, 모를 꿈이었다.


어쨌든, 꿈을 꾸고 나서 예를 갖추고, 액자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글쎄, 두 번 째 꿈은, 내가 희망하고 있는 사회 생활 진출을 본격적으로 하게 될 것이라는 해석이 문득 떠 올랐다.

그런데, 왜 하필 노량진 수산시장 같은 곳일까?


이 꿈이 어떻게 매칭이 될 지, 찬찬히 지켜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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