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속선의 삶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속선 Jul 13. 2023

폐업, 다시 원점으로

2022-06-06 20:39:10 

보기 좋게 망했다.

원인은 아무래도 입지가 외진 곳에, 생소한 업종을 차린 것이 컸을 테지.

상품의 컨텐츠와 서비스의 질이 입지의 불리함을 극복할 것이란 내 지론이 근본적으로 틀렸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다만, 그 것을 일반화한, 내 과한 자신감이 잘못인 듯 하다.

또, 그 것은 일반적인 수요층이 풍부한 수도권이라던가, 하다 못 해 지방이라도 중심가에 해당하는 지론이었고.

여튼, 망했다.


어느 정도 망했느냐하면, 한 달에 한 팀 조차 구경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 정도면, 한 달 온 라인 홍보비도 안 나오는 것이다.

오죽하면, 내가 여태까지 온 손님의 얼굴을 기억하고, 그들이 어떤 술과 차를 마셨는 지를 기억할 정도니까.

부끄럽기 짝이 없다.

장사가 망한 것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귀한 손님들께 미흡한 수준으로 접대한 것이.

창피스럽다.


집 주인은 돌림병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데, 겉으로는 수긍하는 척 해도, 전혀 얼토당토 않는 위로에 불과하다.

집 주인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안쓰럽고, 미안해서 하는 소리겠지.

왜냐 하면, 나와 비슷한 입지에 있는 곳도 잘만 성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전히 내 실력 부족이다.

다른 핑계를 대어선 안 된다.

내가 작년 겨울에 연신내를 둘러 봤는데, 연신내의 투 썸 플레이스에는 두 개 층의 대형 매장임에도, 평일 저녁에 자리가 없어서 난리일 정도였다.

돌림병 때문이란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힘겹게 개업하는 것도 혼자 내 손으로.

이제 폐업하는 것도 내 손으로 해야 할 판이다.

이 몸 하나 고생하는 것은 아까울 것이 없으나, 시간 또한 좋은 경험했다 생각하면 그래도 그다지 아깝지 않을 텐데, 없는 돈을 짜 내서 손해 본 것은 참으로 뼈 아프다.

수천 만 원을 손해 봤다.


폐업에 대해서는 할 얘기는 많지만, 이 정도로 줄이겠다.

참으로 나약하고, 어리석은 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픽 카드 대란, 그 끝자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