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니오스 와인 잔

2022-09-21 10:52:12

by 속선

평소보다 기온이 떨어 질 때는 맥주보다 와인을 마신다.

사실, 와인을 맛으로 즐겨서는 아니다.

다만, 밤에 취기가 오르지 않으면, 잠에 들 수 없기에.

당연한 얘기지만, 맛 좋은 와인일 수록 가격은 비싸다.

내가 마시는 와인은 마트에서 아주 저렴하게 파는 것들이며, 가끔 행사로 싸게 진열되는 것들이다.

어쨌든, 나에게 와인은 맥주 다음으로 즐겨 마시는 술이다.

당연히, 와인 잔도 탐심이 있을 수 밖에.


여태 몇몇 와인 잔들을 써 봤다.

저렴한 가격의 체코 보헤미안 와인 잔, 대중 적인 쇼트 즈위젤 센사, 오스트리아의 소피엔왈드.

그 밖에 눈독을 들인 것이 있다면, 우선 잘토가 있겠고, 지허도 있겠다.

둘 다 와인 잔 중에서 가장 최 고급일 것이다.

리델도 좋지만, 다소 평범하고 캐주얼해서.

저렴한 것이라면, 프랑스의 쉐프 앤 소믈리에도 튼튼하고 멋져 보였다.

어쨌거나 나의 최종 선택은 결국 시도니오스.


최고다.

이런 우아한 볼륨감의 형태는 아무도 따라 오지 못 한다.

물론, 잘토가 비슷하겠지.

아, 지금 언급하는 것은 '르 셉뗑뜨리오날'이다.

용량이 무려 1 리터에 달하는 것으로, 참 크고 풍만하다.

여러 와인 잔들을 많이 물색했지만, 시도니오스의 우아한 볼륨감에 근접한 것은 아무도 없다.

그나마 비슷한 것이 잘토 잔, 지허는 우아해서라기 보다는 유니크해서.


여유 돈이 생길 때 큰 마음먹고 구입했는데, 참 두고두고 마음에 든다.

가히 와인 잔을 예술품으로 승화시켰다.

투명함,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 강도, 무엇보다 얇고 가벼운 것이 가장 강점일 것이다.

이렇게 얇으면서도 가벼울 수가 있나.

1 리터 짜리 와인 잔이 크기에 비해 제법 가뿐하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적자면.

첫 째, 프랑스 브랜드이지만, 외주로 제작한다.

OEM이라 해도 될런 지 모르겠다.

난 이런 것을 그다지 좋아 하지 않는다.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홍보하지만, 실제 품질은 중국이나 다른 회사에 외주를 넣어서 생산한 것이기 때문에, 품질도 기대에 못 미치고, 조금은 구매자를 기만한다고도 볼 여지가 있다.


잔의 박스나 카탈로그, 인터넷 페이지 어디에도 '메이드 인 프랑스'라는 표기를 발견할 수 없었다.

프랑스 생산이 맞다면, 원산지를 표기 못 할 이유가 없다.

왜 당당하게 '메이드 인 프랑스'를 써 넣지 못 할까.

단, 직접 적인 원산지를 밝히지 않았지만, 그들이 보헤미아 (체코 지역)의 숙련된 장인 손에서 생산된다고 밝힌 것으로 봐서, 이는 외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또한 외주라 단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시도니오스가 체코에 생산 라인을 설립, 직원을 고용하여 제작하는 것을 '외주'라 볼 수 없다.

자체 생산 시설에서 제작했다면, 비록 타국일 지라도 직접 생산이지, 외주는 아닌 것이다.

영국의 다이슨이 말레이시아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처럼.


그러나, 내가 보기엔 이는 후자의 경우일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이미 잔을 생산하는 인력이 풍부한 체코에, 굳이 뭐하러 공장을 짓는단 말인가.

외주를 주기 위해 체코를 선택한 것이지, 체코에 공장을 짓기 좋아서라 보긴 어색하다.

비록, 원가는 더 들더라도 외주를 줘서 만드는 것이 간단하다는 것이다.

해외에 공장을 설립하고 직접 인력을 고용해서 관리하고 유지한다는 것은, 어느 만큼의 고급 인력과 자본력, 경영진의 노력이 많지 않으면 쉽지 않다.

시도니오스가 그만 한 자금과 인력을 갖춘 회사라 보기 어렵다.

신생 회사이기 때문에.


어찌 됐건, 이러한 찜찜한 점을 뒤로 하고, 결론 적으로 품질은 훌륭하다.

어쩌면, 프랑스에서 제차 생산하는 것보다 오히려 품질이 나을 지 모른다.

프랑스는 와인 강국이지, 와인 잔도 잘 만든다고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체코는 전통 적인 유리 제품 생산지이다.

체코 중에서도 보헤미아의 명성은 말이 필요 없다.

다만, 내가 원산지를 중요하게 따진 것은, 자체 생산과 외주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잘 표현해 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대한 염려였는데, 시도니오스는 그런 염려가 없을 정도로 두께와 볼륨감을 잘 표현했다.

이 정도면, 원산지, 외주에 대한 걱정은 접어도 괜찮다.


둘 째는, 너무 얇아서 그런 지, 입술이 닿는 립에 닿는 감촉이 약간 아프다.

처음 몇 잔까지는 괜찮은데, 몇 잔 연거푸 들이키다 보면, 립이 너무 얇아서 입술이 살짝 아프다.

글쎄, 이런 점을 개선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얇기를 포기하면 되는데, 그럼 굉장히 무겁고 투박해 지기 때문에, 시도니오스 본연의 얇상한 매력이 사라 진다.

이런 면에서 도리어 쇼트 즈위젤이 편하게 마셨다.

제법 튼튼해서 다루기도 편했고.


지금 구매한 시도니오스도 그런 대로 내구성을 갖췄겠지만, 그래도 본질적으로 얇기 때문에 항상 주의해야 한다.

크기도 가장 크고.

파손되기 가장 쉬운 잔이다.

쇼트 즈위젤 썼을 때는 가격도 저렴하고, 튼튼해서 닦을 때 부담은 없었는데, 시도니오스는 다소 긴장하게 된다.

이 걸 깨 먹으면, 그냥 생돈 날아 가는 셈.

고가 와인 잔의 숙명이다.


나는 르 셉뗑뜨리오넬과 앙쁘랑뜨를 가지고 있는데, 벌써 다른 시리즈를 또 사고 싶어 진다.

르 섭띨이 키가 작아서 더 볼륨감이 있어 보이는데, 이 걸 꼭 사고 싶다.

르 메르디오날은 와인 잔의 스탠다드라서 하나 쯤은 있어도 좋을 것 같다.

버건디 잔을 놔 두고 마실 일은 없겠지만.


시도니오스는 아주 우아하고 세련된 예술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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