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속선 Jul 13. 2023

진공관 앰프에 오석을 깔다

2022-10-07 20:39:33 

오디오를 구축하다 보면, 처음 얼마간은 액세서리의 도움 없이 쭉 즐길 수 있다.

저렴하고 간소한 시스템이란 가정 하에.

그러나, 금액이 올라 가서 고가, 대형기로 발전하게 되면 반드시 액세서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액세서리란, 스파이크와 슈즈 세트, 오석과 댐퍼 등을 말한다.

오디오 자체가 근본적으로 울림이라는 진동의 원리로 작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스피커의 진동으로 인해 주변 기기, 앰프를 비롯한 재생기, 케이블 등에 진동을 전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기를 기반으로 하는 스피커를 제외한 모든 기기들은 진동의 영향력으로 인해 전기 신호가 안정적이지 않게 된다.

그래서 방진 시스템이 중요한 것이다.

그 밖에도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대인의 주거 환경 상, 이웃에게 오디오 소음, 특히 강한 진동의 저음이 전달되지 않도록 막는 것도 주요한 이유이다.


나 역시도 예전부터 저렴한 것이라도 오석과 스파이크 슈즈 세트를 맞춰서 이용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방진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다분히, 남들 따라서 있어 보이고 싶은, 꾸미고 싶은 욕구였다.

뭐, 기능적으로는 저음이 산다고 해서 시도한 것도 있었지만.

어쨌든, 지금은 번듯한 댐퍼와 오석, 스파이크 슈즈 세트로 멋들어 지게 꾸며 놨다.

이로 인해 부밍이 줄어, 테이블에 느껴 지는 진동이 거의 느껴 지지 않을 정도로 감소했다.


진동에 대해 그다지 의식하고 즐기고 있었고, 그 정도 진동으로 앰프에 그다지 문제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름 진동으로 전해 지는 테이블의 느낌이 재미있다.

장식의 개념이 더 컸다.

사실, 스피커만 방진품을 깔아 놓아도 족하지만, 기왕이면 세트로 앰프까지 통일시키면 근사할 것 같았다.

이 번 달에 자금 여유가 조금 생겼고, 그 계획을 실행에 옮겼으니, 진공관 앰프에 오석을 깔아 주기였다.


국내에 오석을 맞춰서 재단해 주는 업체가 몇 없다.

인터넷 판매로는 거의 유일하다 시피 한 업체에 주문을 넣었는데, 택배비가 예전보다 많이 올랐다.

뭐, 요즘 물가에다, 무거운 제품이니 그러려니 한다.

오석만 깔아 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아래에 댐퍼를 먼저 깔고, 그 위에 오석을 올려 놓아야 한다.


스피커 한 조 용 댐퍼 세트를 저렴하게 클리어런스로 싸게 파는 곳을 알고 있다.

예전부터 조금 씩 구매하고 있던 곳이다.

그 곳 대표 님이 조금 재고 관리를 잘 못 해서 살짝 문제가 있었지만, 저 번 달에 구매할 때도 그랬다.

어찌어찌 저렴하게 구매했다.

오석도 사이즈 주문한 대로 빠르게 도착했고.

생각보다 오석이 무거웠다.

거의 쌀 한 가마니 정도?

스피커 용은 사이즈도 작고, 나눠서 들 수 있지만, 앰프 용은 길쭉한 형태에다가 통으로 돼 있어 제법 무겁다.

나 혼자서 해야 하고, 케이블을 해체하지 않고 해야 해서, 설치하는 데 제법 애를 먹었다.


지금은 보기 좋게 댐퍼 8 개를 일정한 간격으로 깔아 놓고, 오석 위에 진공관 앰프를 반듯하게 올려 놓으니, 참으로 멋스럽고 보기 좋다.

진공관 앰프는 이미 고무발을 달고 있어서, 따로 댐퍼를 깔지 않고 바로 오석 위에 놔도 된다.

놀라운 것은, 장식적인 효과만 보고 설치했음에도, 소리가 더욱 좋아 졌다는 것이다.

글쎄, 엄청나게 무겁고 단단한 돌을 깔고 있어서일까, 그처럼 소리도 탄탄해 졌다.


나는 소리가 좋아 질 것이란 기대는 안 하고 있었다.

이미 스피커에 방진이 잘 돼 있고, 진공관 앰프가 진동을 전달받는다 하더라도, 지극히 미약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딱히 소리가 좋아 질 만 한 요소는 없었는데, 기분 탓일까, 소리가 좋게 들린다.

기분 탓이라기엔, 항상 오디오를 듣고 있어서 소리를 잘 알고 있는데, 오석을 깔기 전보다 소리의 차이가 느껴 진다.

모르겠지만, 어쨌든 소리가 전체적으로 명징하고, 탄탄해 졌다.

세세한 해상도가 좋아 진 것과 다른 느낌이다.

의외의 상당한 소득이다.


이 재미 때문에, 돈 나가는 오디오질을 끊질 못 한다.

오디오 안 했으면, 아마 나는 삼시 세 끼를 진수성찬을 먹고 있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Trio - Da Da D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