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속선 Jul 13. 2023

체르노프 유토피아 리미티드 에디션 스피커 케이블

2022-10-15 22:14:18

체르노프 케이블은 이미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성향인 지를 파악하고 있었다.  

다만, 체르노프도 어느 오디오 회사가 그런 것처럼, 급에 따라 소리와 가격이 다르다.


그 전까지는 스페셜, 클래식을 써 오다, 한 두 달 무렵 전에 구한 프랑스 에스쁘리 케이블을 쓰게 되었다.




체르노프와 인연은 묘하다.


여타 인터 커넥터 케이블, 전원 케이블을 큰 변동 없이 자리를 굳건히 지킨 반면, 스피커 케이블 만큼은 많은 변화를 겪는다.


사실, 스페셜 시리즈는 클래식 시리즈를 매물로 구하지 못 해 궁여지책으로 구입했다.


또, 케이블 특성 상 그대로 장터에 내 놓아서 다시 팔면 되는 수월함도 있고.


그래서, 부담없는 가격으로 한 번 거쳐 가 보자는 심산과 언제 클래식 시리즈를 구할 지 모른다는 불확실함 때문에 구입하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클래식 시리즈보다 더 좋은 게 스페셜 시리즈이다.




그러다 한 일주일 만인가, 어쩌면 일주일도 안 된 며칠 만일 것이다.


장터에 올라 온 클래식 시리즈를 구입하게 되었다.


심선이 더 추가되었기 때문에 더욱 풍부한 잔향과 제품의 완성도는 더 나았다.


그런데, 클래식 시리즈가 스페셜 시리즈보다 모든 면에서 상향은 아니었다.


도리어, 차폐에 있어 스페셜 시리즈가 클래식 시리즈보다 낫다.


그런 탓에 스페셜에서 클래식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었음에도 약간 갸우뚱하였다.




최근까지 쓴 것이 프랑스의 에스쁘리 케이블.


고순도 OCC 도체였는데,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OCC와는 제법 달랐다.


처음에는 고운 결이 느껴 지다가, 나중에는 그 결마저 사라 져서 공기처럼 느껴 진다.


에스쁘리 케이블의 자체의 특성은 사라 지고, 오로지 체르노프 인터 케이블과 파워 케이블의 특성이 남는다.


극도의 순도와 결정 구조로 신호의 전도성이 극에 달하면, 케이블의 특성이 사라 지는가 보다.


뭐, 내가 듣기엔 그랬다.


케이블의 특성이 없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내가 겪어 본 케이블 중에 가장 묘한 녀석이었다.




어쨌든, 체르노프 스피커 케이블만큼은 인연이 길지 않았고, 최근에 쓰던 에스쁘리도 한 두 달 가량 쓴 듯 하다.


지금 맞이하게 된 유토피아 리미티드 에디션은 우연한 기회에 저렴하게 구하게 되었다.


사실, 이마저도 꽤 큰 금액이지만.


기대 반, 우려 반이 있었다.


레퍼런스 인터 커넥터를 쓰고 있기 때문에, 레퍼런스 특유의 쾌활함과 박력을 알고 있다.


그러나, 클래식 시리즈는 고역에 대한 한계와 너무 진한 잔향이 다소 갑갑했다.




유토피아는 그 이름부터 알 수 있듯이, 정식 라인 업은 아니고, 레퍼런스와 얼티밋 사이에 존재하는 스피커 케이블 한정판이다.


처음 물건을 받아서 열어 봤을 때, 확실히 고급 라인 업이라는 느낌을 팍 주기 위해, 겉 박스의 때깔부터가 확연히 다르다.


평범한 클래식 시리즈와 다르게,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금박 포장지이다.


게다가, 얼티밋 시리즈에 보았던, 체르노프 로고가 쓰인 검은 벨벳 파우치에 잘 감싸 져 있다.


확실히, 고가 라인이라 포장부터 제법 신경 쓴 테가 난다.


아예 007 가방 형태로 주는 북 유럽 브랜드, 예컨대, 요르마 정도는 아니지만.


원래 체르노프는 포장에 대해 크게 돈을 쓰지 않는다.


내가 신품으로 구입한 체르노프 레퍼런스 USB도 그랬다.


그냥 얇고 작은 박스 안에 케이블만 덜렁 있었으니까.


이 정도만 해도 얼티밋 다음 가는 급이라 상당히 신경을 쓴 것이다.




레퍼런스보다 가격은 높은데, 도리어 레퍼런스보다 심선의 굵기가 얇다.


그러나, 레퍼런스 시리즈도 의외의 약점이 있으니, 쉴드가 X-Shield가 아니다.


저렴한 스페셜 시리즈에도 있는 차폐인데, 도리어 월등한 등급의 레퍼런스 시리즈에는 이 차폐가 없다.


X-Shield가 있고 없고의 차이를 난 분명히 느꼈다.


스페셜과 클래식 시리즈를 둘 다 들어 보았기 때문에.


배경과 소리의 분리도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체르노프의 핵심적 기술인 이 X-Shield가 비로소 유토피아에 적용되었다.


대번 익스팬더에 비쳐 지는 사선 무늬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것은 X-Shield 특유의 얇은 동박이 둘러 져 있는 것이다.




레퍼런스와 차이라면, 금도금이란 면에서 같지만, 단자의 형태가 내가 현재 서브 스피커에 연결 중인 클래식 시리즈와 외관이 완전 동일하다.


글쎄, 정말 유토피아에 클래식 시리즈의 단자를 그대로 썼을까?


체르노프는 급에 따라 단자도 차등을 나눈다.


중요한 것은 단자의 검은 몸체가 아니다.


내가 정말 알고 싶은 건, 동선이 맞닿은 바나나 단자 부분이다.


이 것 또한 얼마나 순도가 높고, 도금의 두께가 얼마 만치 도포되었느냐가 다르다.


내가 면밀히 이 정도를 알고 싶어서 찾아 보았는데도 찾을 수가 없었다.


정식 라인 업이 아니기 때문에, 체르노프 공식 홈페이지에도 없고, 한정판 출시라 다른 이용자의 후기도 이런 디테일한 부분이 없다.


다만, 고순도의 베릴륨 동 단자를 썼다고 하는데, 이 것은 클래식 시리즈도 동일하다.


그런데 설마, 체르노프 사가 레퍼런스도 클래식보다 좋은 단자를 쓰는데, 설마 레퍼런스보다 비싼 케이블에 클래식 시리즈 단자를 썼을까, 위안을 해 본다.




그 다음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별도로 노출된 접지선.


이 접지선의 굵기가 굵어 졌고, 클래식 시리즈에는 수축 튜브 바깥으로 나왔다가 다시 단자 안으로 들어 가는 형태였다가, 지금 유토피아는 아예 따로 연결해 줘야 한다.


더군다나, 클래식 시리즈는 이 접지선은 피복이 없이 생으로 되어 있는 형태라 금방 산화된다던 지, 끊어 질 염려가 있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 유토파아의 접지선은 투명하고 얇은 피복으로 감싸 져 있어, 훨씬 보기도 좋을 뿐더러, 산화에 대한 염려라던가, 단선에 대한 염려도 사라 지게 되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소리.


급한 마음에 선 정리도 대충하고 바로 연결부터 해 봤다.


받기 전에 대략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고, 뭐 체르노프 성향은 잘 안 다지만, 내가 구입한 최고가 케이블이므로, 당연히 기대를 하게 된다.


크게 의미있는 얘기는 아니지만, 국내 출시 정가는 무려 780만 원이다.


나는 중고로 저렴하게 구매했다.




소리는 내가 RCA로 접해 본 레퍼런스의 특성이 여실히 나타 난다.


쾌활하면서도 스테이징의 폭이 넓은 소리, 이 것이 클래식 시리즈와 레퍼런스 시리즈를 가르는 큰 차이이다.


클래식 시리즈가 잔향이 풍부하고 진하게 배어 나온 것이 특징인데, 이 것이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아날로그 적이면서도 부드럽고 풍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 것이 도리어 디테일한 해상도를 묻히게 하는 요소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케이블을 체르노프로 통일하고 스피커 케이블 마저 클래식 시리즈로 갖추었을 땐, 이 잔향이 다소 과해서 고음질 음원은 많이 갑갑했다. 


잔향 때문에 소리가 겹쳐서 좋은 해상도가 다 묻히는 듯 했고.


정보량과 음질이 매우 낮은 MP3, CD 급 음질은 소리에 살집을 붙혀 줘, 도리어 도움이 되었을 지언정, 정보량이 방대한 고음질은 많이 갑갑했다.


레퍼런스 시리즈는 스피커 케이블로 써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지금 유토피아는 그런 잔향이 깊지 않다.


소리의 심선이 살집이 있는 것은 체르노프 특성이라 당연하지만, 클래식 시리즈처럼 뭉치고 갑갑한 느낌이 현저히 덜하다.


클래식 시리즈보다 심선이 더 추가가 되었음에도 도리어 잔향은 덜 하다.


이로 인해 해상도가 더 살고, 세밀한 소리의 표현과 악기 파트가 더 구분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파악해 본 체르노프의 설계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급을 나눠서 비싸게 파는 게 아니고, 낮은 급에서의 약점과 아쉬운 점이 급을 타고 올라 갈 수록 보완되고 진화되는 형태처럼.


확실한 이론과 기술력을 갖고 있는 회사고, 이를 활용해 라인 업 분배를 할 줄 아는 스마트한 제작사라는 느낌이 들었다.


급이 올라 갈 수록 막무가내로 심선이 굵어 지고, 그냥 계단 타고 오르 듯이 물리적 추가가 되는 게 아니다.


중, 저급의 케이블이 가지고 있는 한계성, 대역의 불균형을 털어 내서 전 대역이 고르고, 다이나믹함을 살렸다.




게리 무어의 'Still Got the Blues', 'Loner'를 청음하며 고역의 표현력이 어느 정도인 지 파악해 보았다.


이 두 곡은 개리 무어의 대표곡이자, 클라이막스 때 하이 프렛을 모두 다 운지하는, 정교하고 빠른 초 고음 연주곡이다.


고음을 표현하긴 하는데, 시원스런 개방감이 약간 아쉬운, 조금은 뒤로 쑥 빠지는 느낌이다.


체르노프도 어쩔 수 없는 동선의 한계인가, 아니면, 원래 고역이 약한 클래식 시리즈 파워 케이블로 도배되어 있는 탓일까.


원래 고음에 대해 큰 감흥은 없지만, 유토피아에 대한 기대감에 한 번 들어 봤다.


고음은 파워 케이블을 더 고급으로 교체하면서 보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저음부터 중고음까지는 균일하게 잘 표현하는 듯 하다.


초 고역은 매칭의 변수로 아직 단정하긴 이르지만, 그런 대로 좋은 표현력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전체적인 소리의 느낌은, 클래식 시리즈에 느꼈든 지극한 평범함, 밋밋함도 개선되었다.


그래도 체르노프의 밑 바탕이 되는 소리이기 때문에, 밋밋함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은 세련되면서 청량감이 느껴 진다.


구리 특유의 온도감, 펀칭감은 말할 것도 없고, 소리에 달콤함이 묻어 있고, 약간은 투명함도 느껴 진다.


클래식 시리즈 대비 그렇다는 것이다.


난 이 부분에 대해 특히 중요시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클래식 시리즈를 쓰면서 체르노프는 한계가 있다고 한 이유가 여기도 있는 것이고.


난 이 톤에 관해서 레퍼런스나 얼티밋 급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여겼는데, 막상 들어 보니 중성적인 소리는 유지하되, 아주 밋밋한 정도는 아니라고 느꼈다.


역시 레퍼런스 급 이상부터는 여러 모로 다르다는 차이점을 체감하게 되었다.




유토피아는 쉽게 얘기해서 레퍼런스에서 X-Shield를 추가해서 얼티밋의 턱 밑까지 차고 오른 급이라고 규정하면 이해가 빠르겠다.


체르노프의 모든 기술력이 총 응집된 얼티밋의 극한의 하이-엔드적 소리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케이블이다.


난 로듐 도금을 좋아 하지 않는 관계로, 얼티밋 시리즈보다는 레퍼런스나 유토피아가 딱 맞는다.


마치, 유토피아는 포칼의 유토피아를 위해 나온 것이라기 보다, 나를 위해 출시된 케이블이란 착각이 들 정도로 매우 훌륭하다.


뜻하지 않은 큰 지출을 하게 되었지만, 훌륭한 만듦새와 무엇보다 중요한 소리가 매우 세련돼 졌고, 전 대역이 고르고, 전체적인 소리에 뻥 뚫린 듯 한 개방감 및 활력과 쾌활함을 불어 넣어 준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 유토피아 케이블 구매로, 이젠 진짜 케이블에 대한 바꿈질을 향후 몇 년 간 끝일 거라는 못 미더운 안도감과 함께.

매거진의 이전글 오디오 신호의 저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