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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3. 2023

중고 안마기 업자의 욕설

2022-10-22 18:40:24 

중고 거래를 많이 해 본 나는 그 업자의 심정을 이해한다.

나 역시도 그런 조건을 처음부터 내 건다.

거래에 관한 문의는 받아도, 물건의 세세한 성능에 대한 질문은 불필요한 것이다.

그런 것은 인터넷으로 상품 페이지를 검색해야 될 일이다.

실컷 물어 놓고 답변해 놓으면, 결국 생각해 보겠다거나, 답장 없으면 허탈하다.

물론, 고가 제품이거나, 세부적인 상품의 상태에 대해 문의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이나, 타당하다 싶은 질문은 답을 해 주는데, 살 의향도 없이, 물건의 용도와 정체 조차 모르고 일단 모르쇠 문의부터 하고 보는 자들이 많은 것이다.

어제도 그런 문의가 와서 답장을 안 줬는데, 다음 날에도 재촉하길래 어쩔 수 없이 인터넷을 통해 찾아 보라고 던져 주고 말았다.

판매자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욕설을 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되었다.


중고 거래를 할 적에 몇 가지 원칙이 있다.

판매자 관점에서, 첫 째, 절대 구매자의 모든 답변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다.

첫 메세지부터 바로 구매하겠다는 문자, 계좌 번호까지 받아 놓고선 입금하겠다는 문자, 절대 100 % 믿으면 안 된다.

구매한다고 해 놓고선 계좌 번호를 묻지 않고, 물건에 대해 이런 저런 걸 묻는다.

그러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안 산다.

심사숙고해서, 정말 필요해서 구매 의사를 타진하는 게 아니라, 즉흥적으로 아니면 말고 식이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산다고 할 게 아니라, 문의를 하던지.


계좌 번호 받아 놓고 깜깜 무소식인 건 하도 많아서.

웃기는 건, 그러다 한 며칠 후에 아직도 판매하냐는 문자를 슬쩍 보낸다.

답장 안 한다, 거래 우습게 아는 사람.


그리고, 안전 거래, 인증해 달라는 사람.

나는 구매할 때도 믿지 않는 사람은 거래 안 하고, 거래하면 일단 믿어 본다.

그렇기 때문에, 인증 요청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 대해 불신이 꽤 깔려 있는 것이다.

단호히 거절한다.

입금 받았다고 끝이 아니고, 팔고 나서도 세세히 살펴 보면서 흠잡을 가능성 높다.

팔고 나서도 뒤통수가 따갑다.

세세한 걸 가지고 이런 것은 안 올리지 않았느냐, 사진과 상태가 다른 것 같다, 푼돈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한테 질린다.

이런 요청하는 사람하고는 거래 안 하는 게 좋다.


직거래를 제외한 모든 택배 거래는 입금받고, 상대방이 물건 수령받아서 다음 날 지날 때까지 별다른 연락이 없으면, 그 걸로 정상 종료된 걸로 간주해야 한다.

입금 받았다고 끝이 아닌 것이다.


지금 이 거래는 개인 간 중고 거래가 아니라, 중고 가전 업자와 개인 간의 거래이다.

살 사람만 오라고 했는데, 사지 않았다고 해서 욕설을 했다.

판매자가 구매자 말만 액면 믿은 잘못이 있다.

그렇다면, 보러 왔을 적에 물건 보여 주고, 대략적인 설명만 하고 구매하실 거냐고 타진을 했어야 한다.

결심한 상태에서 온다고 해서 지금 온 게 아니냐, 하면서.

몇 시간을 보여 줬다는 것 자체가 그 구매자를 덥썩 믿으면서 말려 들어 간 것이다.

그 자리서 구매자가 머뭇거리면, 바쁘니까 빨리 돌려 보냈어야 했다.


그리고, 약속 시간을 잡아야 하는데 잡고 오지 않았다면, 사전에 몇 시에 올 건 지 정확하게 물었어야 했고.

정해 진 시간 외에 왔다면, 협의되지 않은 시간에는 불가하다고 기다리게 하던가, 그냥 갈 테면 가라 식으로 했었어야 했다.

판매자 본인이 파는 의욕이 과해서 지금 말려 들어 간 것 같다.

중고 거래는 내가 조건을 양보하게 되면, 판매 확율은 올라 가는데, 이런 스트레스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냥 보고 가면서 시간 뺐아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가 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나처럼 그런 게 싫다면.

조금 덜 팔려도 좋으니, 조건을 조금 타이트하게 할 필요가 있다.

괜히 사지도 않을 거면서 이런 저런 문의로 귀찮게 하지 말고, 진짜 확고하게 물건에 대한 확신이 있고, 구매 의사가 있는 사람한테 넘기는 게 좋다면, 초장에 판매자가 원하는 거래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아니면, 아예 선 입금받고 나중에 수령하라고 하던가.

그러면, 그 사람 절대 안 살 사람이다.

진작에 그랬다면, 애초에 이런 스트레스를 겪을 필요가 없을 텐데.


애초에 구매자 말을 믿은 게 잘못이었고, 자기가 팔려는 욕심이 과해서 상대방의 속마음을 간파하지 못 했다.

구매에 대한 확신도 없는 상태에서 판매자에게 구매 의사를 타진한 구매자의 태도도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이런 구매자를 분간해서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하는 판매자의 미흡함이 주요한 것이다.

판매를 할 때는 마음을 비우면서 해야 한다.

그래야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절대, 돈받고 물건 보내고 며칠 연락 없을 때까지는 구매자를 믿어서도 안 되고, 판매가 성사되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구매하겠다는 말 자체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야 한다.

계좌 번호 받고도 입금 안 하는 사례가 허다한데, 어찌 그 말을 믿었단 말인가.


자기는 지금처럼 사지 않고, 그냥 보고만 가는 게 싫다, 그럼 선 입금을 요구해라.

선 입금을 안 받고, 시간 약속을 명료히 하지 않은 판매자의 실수가 더욱 크다.

정녕 구매 의사가 있다면, 먼저 돈을 주나, 나중에 돈을 주나,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이 것 하나면 충분히 거를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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