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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3. 2023

하이다이아몬드 D3.5 파워 케이블

2022-11-03 19:55:53 

하이다이아몬드란 브랜드는 예전부터 간간히 접해 봤던 브랜드였다.

여러 쟁쟁한 케이블 브랜드 사이에서 하이다이아몬드는 조금은 영세한, 마케팅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미지였다.

가격대는 의외로 꽤 된다.

하이-엔드 브랜드 진입하기 바로 아래 급 정도.


중고로 꽤 괜찮은 매물이 올라 왔는데, 의미는 없지만, 신품가보다 현저히 떨어 진 시세였다.

신품가가 의미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대로 대략의 실력을 가늠할 기준은 된다.

국내 출시가가 200만 원 조금 못 미쳤는데, 이런 가격이라면, 꽤나 실력기인 셈이다.

국내 인지도가 생소한 탓 때문인 지, 시세가 많이 떨어 졌다.


메이드 인 이태리를 강조하지만, 물론 괜찮은 만듦새라 하더라도, 오디오 계에서는 메이드 인 이태리가 그다지 프리미엄은 없다.

도체는 자신들의 독자적인 4VRC란 도체를 사용한다는데, 결론은 동선이다.

외적으로는 그다지 큰 인상은 없다.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소리겠지.


하이다이아몬드의 D3.5 케이블을 DAC에 연결해서 청음해 봤다.

첫 인상에 놀란 것은, 엄청난 차폐에 의한 노이즈 정제였다.

배경이 정말 암흑같이 느껴 졌고, 다소 산만했던 소리의 엣지가 말끔히 잔가지가 쳐 진 것처럼 단정히 들렸다.

전에 쓰던 것은 체르노프 클래식 XS 케이블이었다.

내가 참 칭찬했던 체르노프의 차폐 기술, X-Shield.

그 기술이 적용된 것이 체르노프 파워 케이블이었고, 그다지 큰 효과를 느끼 진 못 했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한 차폐가 이뤄 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내 딴에는 정말 이 정도면, 차폐는 잘 돼 있을 거라 생각했던 생각이, 하이다이아몬드 파워 케이블을 연결하면서 제대로 카운터를 맞고 말았다.


체르노프의 차폐가 배경을 말끔하게 흰 도화지로 희게 만들어 준 것이라면, 지금 하이다이아몬드는 아예 배경을 없애 버렸다.

아무런 빛이 없는 암흑 같은 무음 속에 차분하게 그려 내는 한 폭의 그림과 같다.

확실히 가격에 따른 급이 다르긴 다르다는 체감을 여실히 하게 되었다.


이태리 브랜드 제품이라, 이태리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고 예견하기도 했다.

이는 양날의 검과 같은데, 이태리적 감성이 과하면, 전체 시스템을 그 방향으로 끌고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허나, 내가 들어 봤을 때는 다행인 지, 불행인 지, 그런 감성은 느낄 수 없었다.

화려한 성향을 예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실리적으로 아주 단정하고 필요한 소리만 내어 준다.


소리는 음상이 또렷하고, 약간 타이트한 느낌이다.

명징하고, 질감이 느껴 지는.

조금은 윤기가 없이 건조하게 느껴 지기도 한다.

그 탓에 살짝 어두운 감도 있다.

은선처럼 밝은 브라이트함을 원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래도 온감있는 화사한 톤을 원하는 점에서 조금 아쉽다.


워낙 차폐가 좋은 점은 분명 급이 높은 요소이기도 하지만, 막상 듣다 보면, 이 것이 실제 원음에 가까운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차분, 단정하고 명징하게 들리는 것은 좋은데, 조금 인조적인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자연의 아름다움이라기 보다, 인공적으로 다듬고 가공되고 칼질된 아름다움, 약간 그런 느낌.

원음에 가까운 것이라면 상당한 기술력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디오적 즐거움을 위한 좋은 '왜곡'이다.


총평하자면, 그래도 가격에 걸맞는 아주 좋은 케이블이다.

쟁쟁한 케이블 브랜드 사이서, 그다지 어필되지 않을 뿐, 멋드러 진 이름만큼이나 제법 실력을 발휘하는 브랜드이다.

참 나도 도둑놈 심보인 게, 살 때 저렴하게 샀으면서도, 팔 때는 또 제 값을 주고 팔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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