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09 19:40:50
나에게 건강은 항상 급소였다.
심하게 아플 때는 거의 아무 것도 못 하도록 앓을 때도 종종 있었다.
비몽사몽, 거의 사경을 헤맬 정도로.
그래도, 병원은 안 간다.
병원인들 왜 안 가 봤겠으며, 나라고 낫기 위해 왜 발버둥을 치지 않았겠는가.
백약이 무통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크게 중병을 앓거나, 불구는 아니니까.
이마저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올 초가을부터 발작이 시작됐다.
처음엔 뭐, 환절기니까 그러려니 하고 앓다 넘어 갔는데.
조금 이런저런 일이 겹치긴 했다.
그렇다 치더라도 이렇게 된통 아플 줄이야.
가을 이래, 단 하루라도 감기를 벗어 난 적이 없었다.
과한 표현을 더한 게 아니다.
밤에 제대로 푹잠을 못 자는 것은, 뭐 감기 전에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다른 건 몰라도, 감기를 내내 앓고, 심한 체력 저하가 오는 것은 이제 한계치에 다달았다.
나름대로 비타민 복용하고, 추위를 느끼지 않으려고 옷을 껴 입고, 난방 조절 잘 하는 노력을 왜 안 해 봤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니.
추운 것도 추운 것이지만, 계속 나오는 콧물 때문에 아침부터 일어 나면, 잘 때까지 휴지를 달고 살지 않을 수가 없다.
도저히 이 건 아니다 싶을 정도의 생각이 불쑥 들었다.
감기가 잠깐 왔다가 가는 정도가 아니었다.
이제 겨우 한가을인데, 내년 봄까지 이 지랄을 맞아야 할 판이니.
11 월 7 일부로 100일 기도를 시작했다.
예전에 늘 가까이 가던 기도 자리가 있었다.
한 1 년 전부터 통 안 갔다.
1 년도 더 넘었을 것이다.
예전에 청소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가서 무릎을 꿇고 축원을 올렸다.
내가 예전에도 건강 때문에 종종 한 말씀 올렸는데, 내가 정성이 부족해서인 것 같다.
축원을 하지 않아도, 자구책으로 몸관리를 한다고 했음에도 몸이 이 지경이다.
내가 공부하기로, 열심히 잘 공부하고 있으면 아픔은 해결해 주신다고 배웠는데, 내 공부가 부족한 듯 싶다.
고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일러 주시던 지, 그런 게 아니라면, 이 몸을 다스려 달라고 올렸다.
100일 기도는 내가 왜 모르겠냐마는, 나는 꼭 100일이란 기간을 한정짓지 않아도, 내가 공부를 충실히 하고 있으면 무관하리라 여겼다.
하마터면, 100일이란 기간을 채우기 위해 요행식으로 하는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었고.
100일 기도를 하지 않아도, 내 진정성을 알아 주시리라 믿었다.
어쨌건, 나는 한계에 다다렀고, 내가 아프고 고생한 것은 아깝지 않다.
내가 받아야 될 건 받는다는 각오이니까.
허나,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이 곳에 와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결코 용납이 되지 않았다.
내가 뭘 하더라도 고생은 피할 수 없다.
이렇게 아프나, 저렇게 아프나, 나는 관계 없다.
다만, 어찌 고생을 하더라도, 뭐라도 성과가 있고, 남기는 쪽을 선택하고 싶다.
허망하게 생고생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축원을 올린 것이다.
그 날 밤이었던가, 다음 날 밤이었던가.
아마 그 날 밤이었을 것이다.
꿈에서 목으로 엄청나게 큰 가래 덩어리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
글쎄, 거의 큼직한 배 크기 정도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어 나서 아침에 목에 가래가 꼈다.
여태 감기에 걸렸어도, 목에 가래가 낀 적은 없었다.
그 날부터 오늘까지 간간히 목에 가래가 껴서 뱉어 낸다.
글쎄, 내 축원 덕에 다스려 주시는 지 모르겠다.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 지는 아직도 답을 얻지 못 했다.
처음엔 100일 기도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100일 기도를 올린다고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한 마디 축원한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라 생각해서 100일 기도를 하자는 쪽으로 결정했다.
공부 시작한 후로부터도 거의 몇 년을 이렇게 사니.
앞으로 영영 이럴 판인데, 그깟 100일이 뭐 대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