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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3. 2023

한 수 아래로 봤던 가나에게 패배,

2022-11-29 09:18:46

초유의 주심의 경기 종료 및 벤투 감독 퇴장, 그리고 안하무인 손흥민


살다 보니 이런 초유의 경기를 다 보게 된다.

꼭 월드컵이 아니더라도 축구란 게 다사다난한 일들이 생기게 마련이라지만, 그 주인공이 우리 대표팀과 감독이 되리라곤 생각 못 했다.

그 것도 월드컵이란 중요한 세계적 무대에서.


초반 20 여분 까지는 리드하며 좋았는데, 그 후부터 흐름이 가나에게 넘어 가면서 경기가 꼬이게 되었다.

가나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발이 빠른 선수들이었다.

그 것을 우리 선수 개개인이 마크하기엔 역부족처럼 보였고, 이를 조직력이나 전술로 흐름을 끊고, 우리가 공을 차지해야 하는데, 그 것이 잘 되지 않았다.

우루과이하고 할 때만 해도 우리는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 줬고, 몇몇 위험한 장면들을 운 좋게 넘기면서, 그래도 강팀 우루과이를 상대로 비등한 경기력을 보여 주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후반전에 만회 골, 머지 않아 터진 가나의 추가 골, 그리고 이를 다시 따라 잡기 위한 계속 되는 우리의 쉼없는 공세.

그렇게 기회가 많이 왔는데도 우리는 뭔가 연결이 매끄럽지 못 해서 슛을 차지 못 하거나, 상대 수비에 번번히 막히고 만다.

우루과이 전때도 수비는 좋지만, 우리 팀의 결정력은 무척 무딘 느낌이 들었는데, 그 약점이 이 번에도 패배로 직결되는 것 같다.

경기 내용을 총평하자면, 상대편 가나가 잘 했다기 보다, 우리가 못 했다고 본다.

가나의 객관적 전력이 우리보다 우위라기 보다, 우리가 우리의 장점을 살리지 못 한 경기였고, 우리가 가나에게 일방적으로 말려서 진 게 아니라, 우리의 헛점을 잘 파고 들어서 빠른 역공을 그대로 골로 연결시켜 버렸다.

후반에 분전하기는 했어도, 분명 좋은 경기는 아니었다.


본격적인 사고는 이 때부터 터지기 시작했다.

나 역시도 생중계를 보면서, 추가 시간 10 분 즈음에 마지막 세트 피스를 마치고 주심이 휘슬을 불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뜬금없는 경기 도중에 휘슬을 불다니.

어떤 축구 경기라도 할당된 경기 시간이 지나더라도, 마지막 세트 피스 상황은 마무리될 때까지 유지를 시켜 주는 게 관행이었다.

칼같이 바로 끝나는 게 아니란 걸 많은 이들이 안다.

나 역시도 그 어이없는 광경을 보면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싶었다.


그 주심이 과거 손흥민 선수에게 퇴장을 줬다고는 하지만, 그 건 그 주심의 성향이니 그럴 뿐이고, 이 번 경기 내내 그래도 공정하게 보는 편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이 번 경기 종료는 축구 역사에 유례가 있나 싶을 정도로 이상한 종료 선언이었다.

동네 조기 축구도 이런 식으로 경기를 마치지 않는다.

주어 진 시간을 넘기더라도, 완전한 세트 피스 상황 종료때까지는 유지를 하는 게 당연한 것이었고, 내 기억으론 심지어 주어 진 시간을 넘기지도 않은 것 같다.

매우 납득 안 가는 주심의 종료.


그런데, 굳이 경기를 더 하더라도 변할 건 없다고 본다.

추가 시간 10 분이면 우리가 추가 득점할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이 주어 진 것이다.

보통, 5 분이면 많이 주어 진 편인데, 10 분이면 공격에 아쉬운 우리에게 관대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우리 결정력이 너무 좋지 않았고, 상대편에 그다지 위협을 주지 못 했다.

가나가 수비를 강화한 탓도 있지만, 그렇게 우리가 공격 기회가 많았음에도 득점하지 못 했다면, 그 마지막 세트 피스인 들 그다지 기대가 가지 않는 기회였다.

그러나 어쨌든, 주심은 형식적으로라도 할당된 추가 시간을 보장해 줬어야 했다.


이에 대해 당연히 우리 벤투 감독은 주심에게 항의를 했고, 다소 격앙되기는 했어도, 레드 카드를 줄 정도였는 지도 모르겠다.

심판에게 위협감을 줄 정도로 격렬한 항의는 분명히 하면 안 된다.

그러나, 벤투 감독이 다혈질적인 측면이 있다 할 지언정, 그래도 감정 억누르며 논리정연하게 잘 부당함을 역설한 것 같은데, 그런 항의마저 받아 들일 수 없다면, 어떻게 주심을 할 것인가.

그리고, 경기가 끝난 것이 맞다면, 어차피 경기도 끝났으므로 이 건 레드 카드를 줄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벤투 감독의 레드 카드가 유효하려면, 이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경기가 끝나지 않은 것이라고 보던 지, 아니면, 경기가 완전 종료되었으므로, 무슨 레드 카드를 준단 말인가.

제재를 받아야 할 건 벤투 감독이 아니라, 주심이다.


"주심이 가나로부터 가나 초콜렛 한 박스를 뇌물로 먹은 게 틀림없어!"


내용 면에에서 경기에 당연히 질 수도 있지만, 이래선 안 된다.

더군다나, 월드컵같은 국제 경기에서 말이다.


그보다 더욱 문제인 것은, 경기 후 벤투 감독이 손흥민 선수를 다독이는 장면이었다.

열심히 뛰어 준 손흥민 선수를 격려하는 벤투 감독의 손길을 뿌리 치는 모습, 나는 경기 끝나고 바로 중계를 껐지만, 오늘 자고 일어 나 보니 이런 기사가 떠 있었다.

이래선 안 된다.

아무리 손흥민이 슈퍼 스타이고, 우리 대표팀의 중요한 공격수라고 해도, 감독한테 저런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일선에서 팀을 이끄는 주장이 저러면, 나머지 선수들도 이런 모습을 보면, 감독과 주장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갈 수 밖에 없다.


가나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현재 상황에서, 이런 패배로 인해 정신적으로 위축이 되고, 흔들리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이럴 때 정신적으로 가다듬고, 다시 선수들을 하나로 봉합하는 것이 첫 째가 감독, 그리고 주장인데, 손흥민이 감독한테 정말 저러면 안 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평소에 손흥민은 감독에 대한 신뢰가 없는 것 같다.

그냥, 어쩌다 인연이 돼서 같이 뛰는 것일 뿐, 벤투 감독을 신용하지도, 존경하지도 않는 것 같다.

그러한 것이 쌓이다, 이 번 경기 패배로 표출된 것 같다.

글쎄, 둘이 아주아주 막역한 사이라서 저런 솔직한 표현도 서슴없이 가능한 것일 지도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손흥민과 감독 사이에 뭔가 같이 훈련하면서 사적인 소원함이 있거나, 그런 것도 아니라면, 손흥민은 정말 건방진 안하무인이다.

아무리 실력도 중요하지만, 위, 아래는 분명해야 한다.


마지막 경기는 우리와 호각세였던 우루과이을 2:0으로 완파한 포르투갈.

우리 조 내에서 가장 강팀이며, 벤투 감독의 조국이기도 하다.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벤투 감독은 레드 카드를 받아서 정식으로 벤치에 설 수도 없을 뿐더러, 조 최약체였던 가나에게 패배한 충격이 큰 상황이다.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크게 흔들릴 상황에서 감독과 주장이 이를 잘 봉합해야 하는데, 감독은 퇴장으로 벤치에 설 수도, 주장인 손흥민은 감독에게 반항스런 태도를 보이면서 내분하는 모습이다.

이 따위 식으로는 포르투갈에게 세 점, 네 점 차로 대패할 판국이다.

표면적인 경기 결과 패배, 주심의 판정 때문이 아니라, 이를 도화선으로 한 외우내환으로 팀이 내분하고, 정신적으로 와해되고 있는 것이 앞으로 포르투갈 전이 절망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단시간 안에 감독의 신뢰와 팀의 봉합을 이뤄 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경기적인 부분으로 조직력을 잘 만들었을 지언정, 팀 내적으로, 정신적으로 규합을 시킨 것 같지 않다.

감독 입장에서는 당연히 잘 봉합해서 남은 경기를 대비하려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그 것은 응급처치에 불과할 것이다.

이런 정신력과 단합력이라면, 강팀 포르투갈에 잘 해야 한두 점 차 패배, 여러 가지가 운좋게 맞물려서 아주 잘 해야 무승부라고 본다.

내가 보기엔 이 따위 식이라면, 세네 점 차로 패배할 것 같다.

최악의 경우, 스페인 - 코스타 리카 식으로 아주 무너 질 수도.

감독부터 선수까지 정신적으로 와해되었기 때문이다.


섣부른 예견이지만, 우리는 16 강 진출에 실패하고, 우리 축구협회는 감독 경질에 대해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벤투 감독이 자진 사임할 것이다.

우리보다 약체인 가나에게 패배, 사상 초유의 경기 종료에 대한 항의로 퇴장을 당해 그렇지 않아도 망신스럽게 최악의 월드컵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장 손흥민 마저 등을 돌린 것은, 감독으로써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

우루과이와 호각세를 겨뤘던 우리가 충분히 꺾으리라 여겼던 가나에게 쓰라린 패배.

가나가 랭킹이 낮지만, 포르투갈에게 2 골을 넣으며 진땀을 뺄 정도였으니, 실제론 그다지 약체도 아니었다.

물론, 벤투 감독도 경기 결과에 대해서는 받아 들일 수 있다.

주심의 경기 종료도 이상하고, 이에 대해 항의하다 퇴장을 당한 것은 억울하다 하더라도 이 또한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 게 감독이니까.

그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선수의 주장인 손흥민 선수에게 저렇게 외면을 당한 것은 정말 자존심이 많이 상할 것이다.

선수들의 외면을 받는 감독이, 어떻게 팀을 지도할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글쎄, 내 예견이 맞다면, 다가 올 포르투갈 전은 대패 및 16 강 진출 조 최하위로 탈락.

그 후에 벤투 감독 자진 사임으로 이 번 월드컵은 씁쓸하게 마무리 지을 것 같다.

그동안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강팀들에게 번번히 졌어도, 이길 상대는 확실히 이긴 것으로 기억한다.

나름 꼼꼼하게 잘 만든 우리 팀이었는데, 이렇게 정신적으로 무너 져, 아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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