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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3. 2023

16강 턱걸이 진출 대한민국,

2022-12-03 03:18:23

3차전 패배 전담 포르투갈, 페이스 메이커 우루 과이, 왜 졌을까? 가나


당초 강팀 포르투갈을 이기기 어려울 것이란 개인적 전망은, 후반 추가 시간의 기적같은 황의찬 선수의 역전 골과 함께 날아 갔다.

우리 대표팀이 롤러 코스터를 타긴 했지만, 이 모든 것이 결국 우리 나라를 위해, 마치 잘 차려 놓은 근사한 진수성찬같은 느낌이었다.


초반 5 분만에 터진 실점으로 그 불길한 예감대로 되는 것 같았고, 이대로 무너 지지 않고 잘 해서 무승부, 내지는, 최저 실점으로 마무리짓는 것이 그래도 현실적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이 그토록 질 때마다 욕을 먹었던 특유의 아집, 독선이란 비판을 받았던 '빌드 업' 축구가 드디어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상대를 압도하고 마구 몰아 붙이는 화끈한 축구는 아니지만, 최소 지지 않는 축구, 잘 하면 강팀도 이길 수 있는 축구를 만든 느낌이었다.

이처럼 조직력을 기반으로 한 축구를 만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오랫 동안 같이 꾸준히 훈련하면서 서로 이심전심으로 합을 맞춰야 하고, 체력 저하나 부상으로 인한 선수 교체로 인해 빈 틈이 생기기 쉬운 것이다.

하지만, 완성되기만 하면, 마치 견고한 성처럼 수비와 공격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경기 주도권을 갖는 것이기도 하다.

수준높은 경기력의 일급 선수들이 즐비한 팀은 굳이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돌파력으로 경기를 풀어 나갈 수 있는 반면, 우리 나라는 그런 스타 플레이어 선수가 없다 보니,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팀 웍 중심의 전술을 구축한 것은 벤투 감독이 정말 심혈을 기울여 잘 만든 것 같다.


가나 전을 고비로 이러한 팀 웍이 무너 진 것은 아닌가, 싶었지만, 그 것은 섣부른 판단이었다.

감독과 코치 진이 위축된 선수들을 잘 규합해서 강팀 포르투갈을 상대로 정말 잘 싸워 줬다.

가장 경계했던 호날두는 그다지 존재감이 없었고, 내용적으로 우리와 랭킹 차이가 크게 느껴 지지 않을 정도로 대등한 경기를 펼쳐 줬다.

후반으로 시간이 갈 수록, 동점으로 무승부에 만족해야 하는 듯 싶었지만,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거짓말같은 황의조의 골, 그리고, 마치 우리의 열망에 부응하기라도 하 듯, 우루 과이의 가나를 상대로 승리, 그 것도 아주 잘 짜 맞춰 진 우리에게 밀리는 다득점 조건.

점점 내 눈 앞에 근사한 임금님의 수라상이 차려 지는 듯 한 느낌이었다.


포르투갈은 어찌 됐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어도 전혀 자축하는 느낌이 아니었고, 뒷 맛이 몹시 더러웠을 것이다.

가나에게 조금 고전했어도 승리, 치열한 경기를 예상했던 우루 과이는 사뿐히 승리해 버렸다.

포르투갈에 있어 우리 대한민국은 그저, 어차피 확정지어 놓은 전승으로 16강 진출이라는 마지막 샴페인을 터트리기 위해 밣고 지나 갈 희생양이었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전력을 다 해 덤빌 것이고, 그로 인한 경계는 하고 있었지만, 조 최약체 가나에게 마저 진 한국에 설마 지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포르투갈은 공격을 몰아 치면, 우리가 수비에 급급하느라, 자신들의 수비는 저절로 이뤄 질 거라 생각하고 방심한 모양인 듯.

예상 외로 우리 대표팀의 조직력은 끈끈했고, 공격을 하느라 허술해 진 포르투갈의 수비를 뚫고 기어이 역전을 해 내고 말았다.


벤투 감독이 오랜 기간 동안 만들어 온 맞춤 식 '빌드 업' 축구는 이렇게 감독의 부재 하에서도 자발적으로 감독의 의도를 알고 스스로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잘 만들었다.

상대 전력에 따라 유기적인 대응, 전술의 변화가 제한적이라는 단점도 있지만, 그래도 총평을 하자면 실보다 득이 큰 것 같다.


이렇게 포르투갈은 2002 월드컵 때 조별 리그 3 차전 때 한국을 만나서 통한의 1 점 차 패배를 당한 이후로, 정확히 20 년 후에 똑같이 3 차전 때 우리 나라를 또 다시 만나, 또 한 점 차의 한서린 1 점 차로 패배하는, 대한민국의 '월드컵 조별 리그 3 차전 패배 전담 국가'가 되고 말았다.

우루 과이는 1 차전 때 만나, 승률을 나눠 가지면서 페이스 메이커 역할, 가나 전 패배로 위기에 몰린 우리 대한민국을 대신 설욕해 주면서 물귀신 작전으로 사이 좋게 가나와 동반 탈락해 주는 가장 중요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주면서 우리 대신 침몰하고 말았다.

이런 우리 나라가 정작 가나한테는 지고 말았으니, 우리는 약팀에게 약해 지고, 강팀을 만나면 한 없이 강해 지는 면모를 보여 주게 되었다.

여차 하면 가나가 우리를 이긴 기세를 살려서 우루 과이를 꺾고 올라 갈 수 있었을 텐데, 우루 과이가 포르투갈에게 져 주고, 가나를 딱 2 점 차로 이겨 줬으니, 언제인 지 기억은 안 나지만, 예전 우루 과이에게 원통하게 패한 것을 간접적으로 설욕한 셈이라고 해야 할까?

결국 이 모든 것이 우리 나라의 16 강 진출을 위해 잘 준비된 한 상의 진수성찬 같았다.

전부 우리 나라를 제물로 여기던 나라들을 향한 통쾌한 마지막 결정타를 주면서 가장 기분 좋게 조별 리그를 장식하게 되었다.


다음 상대는 아마 브라질을 16 강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호날두와 메시 다음의 네이마르의 브라질.

이 번 월드컵에서 신기하게 유럽의 강호들이 이변으로 몰락하지만, 아직도 굳건한 나라는 브라질이다.

비록, 네이마르의 부상으로 브라질의 전력이 최상급은 아니더라도, 분명히 우리에겐 버거운 팀인 것은 분명하다.

역대 전적으로도 그렇고, 객관적인 전력도 그러하다.

어쩌면, 우리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고, 차라리 아주 강팀을 만나서 멋지게 선전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퇴장으로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람한 벤투 감독의 심경은 어떨까?

벤투 감독에게 있어 우리 나라는 아주 묘한 나라이다.

2002 월드컵 때 선수로 출전하여 약체로 여겼던 우리 나라에게 패배, 무슨 운명의 장난인 지, 그 대한민국 대표팀의 감독이 되더니, 이 번엔 조국 포르투갈을 향해 칼을 겨눠야 하는 묘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포르투갈이 이기면 개인적 기쁨, 감독으로써 비운이고, 우리 나라가 이기면 감독으로써 영광, 한 포르투갈 국민으로써는 참 씁쓸할 것이다.

어느 쪽이라 하더라도 개운한 결과는 아닐 터.

이 번 승리로 인해 감독 개인으로써 큰 영광일 수는 있어도, 포르투갈 국민으로 본다면 2002 년 선수 시절 대한민국에게 당한 패배에 이어, 20 년 만에 또 대한민국을 3 차전에 만나서 지고 말았다.

벤투 감독은 좌절한 것도 우리 나라에서, 흥한 것도 우리 나라에서 겪고 있으니, 우리 나라와 참으로 묘하디 묘한 인연이다.


조금 더 적자면, 사실, 어제 자고 일어 나서 일본과 스페인 전은 많이 놀랐다.

일본은 우리와 처지가 아주 비슷했다.

무난하게 잡을 것 같았던 코스타 리카에게 패하면서, 기세가 꺾였고, 엎친 데 또 덮친 격으로 그 코스타 리카를 무려 7:0으로 승리한 스페인을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위기에서 일본은 기적같이 스페인을 꺾어 버렸고, 그 것도 조 1 위로 진출하는 아성을 발휘했다.

그런 대역전이 한 번은 이웃 나라에서 일어 났다면, 그 것이 연이어 우리에게 일어 나리란 법은 없다는 것이 포르투갈 전을 더욱 절망스럽게 비쳐 졌다.

그런 면에서 일본은 참 대단하다.

우리보다 더 강적들을 상대로 이기고, 조 1 위로 올라 가다니.


하늘께서 아시아 팀을 축복하고 있는 것일까?

그 여파가 전달되기라도 하 듯, 우리 또한 포르투갈을 꺾고 가까스로 희박한 확률을 뚫고, 영화같은 줄거리를 만들어 버렸다.  

이제는 좌불안석은 떨쳐 버리고, 조금 더 홀가분하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 갈 수 있게 되었다.

다가 오는 브라질 전은, 아마 브라질이겠지만, 그 때도 홀가분하게 관람하게 될 것 같다.

우리 벤투 감독과 코치진, 고생하며 뛰어 준 우리 선수들, 밤마다 잠 못 이루며 응원한 우리 국민들 모두가 같이 일궈 낸 쾌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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