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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속선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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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3. 2023

꿈 기록: 처음 보는 여인같지 않은, 처음 보는 여인

2023-01-24 07:05:31 

정확히 그 이 전의 배경이 기억 안 난다.

다만 확실한 건, 누군가의 전화가 와서 아마 우리 어머니가 받았던 것 같다.

날 바꿔 달라고 해서 누군가 싶었는데, 부산의 국세청 공무원인 듯 했다.

경찰일 수도 있겠다.

간단하게 자기 소속과 이름을 밝히고, 나한테 무언가 추궁을 하는데, 처음엔 말 소리도 잘 안 들려서 어떤 직함의 누구인 지 알 길도 없고, 그래서 신용도 안 가고, 태도가 영 건방 져서 확 끊어 버렸다.

전화기는 지금 같은 스마트 폰이나 휴대 전화가 아닌, 옛날 식, 그 것도 아주 70 년대에서 볼 법 한 투박한 유선 전화기였다.

나는 다른 무언가를 일상에 열중하다 또 한 차례 전화가 왔다.

방금 같은 전화였는데, 이 번에는 더욱 화를 내는 기색이 아주 역력하다.

그러다, 나도 참을 수 없어서, "뭐 이런 고압적이고, 다짜고짜 전화로 초장에 큰 소리를 치는 게 어딨냐."는 식으로 맞싸웠다.

그랬더니, 전화로 싸우는 게 아니라, 배경이 아예 그 경찰서인 지, 세무서 조사실인 지, 하는 곳에서 아주 뒤 엎는 상황이 벌어 졌다.

내가 뭘 범죄를 저질러서 추궁을 당하는 게 아니고,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아마 내게 있어서인 듯 하다.

왜냐 하면, 전혀 그들에게 잘못의 여지로 인해 내가 위축감을 가질 게 전혀 없이, 아주 당당하고 편안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사라고 해야 하나, 그들 책상 머리 앞에 앉아 진술을 해 나갔다.


부산을 방문했을 때였다.

생각해 보라.

새벽 일찍 기차타고 출발해서, 오랜 시간 걸려서 부산에 도착해서 여관에는 자정 조금 안 된 시각이었으니, 얼마나 피곤했겠는가.

여관은 아주 구식에다, 허름하고 오래 된 곳이었다.

자정이 아직 안 될 무렵, 처음에 누군가 내 방문을 노크했는데, 나는 너무 피곤해서 못 들었다고 진술해 버렸다.

살짝 거짓말이긴 했는데, 그 때 차라리 그렇게 설명하는 게 편해서 그랬지, 그들을 나쁜 의도로 속일 뜻은 없었다.

처음에는 너무 피곤해서 못 들은 척, 노크 소리를 무시했고, 잠잠한 듯 하다가 한 차례 더 노크를 두드렸다.

그 때, 뭘까 싶어 문을 열어 주었는데, 어떤 낯선 여인이 동침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물론, 돈과 함께겠지만.

여관에서 몸을 파는 창녀의 영업이었다.

조사 과정에서 그 사람이 누구인 지 확인하는 작업도 떠 오른다.

처음 본 여인은 놀랍게도 전에 같이 사귀던 애인과 아주 흡사한 모습을 했고, 머리 모양도 비슷했는데, 머리 색깔이 아주 밝은 핑크 색으로 염색이 돼 있던 것이 유독 눈에 들어 왔다.

핑크 색에서 약간 붉은 끼가 가미된, 아주 진하고 눈에 확 띄는 핑크 색 머리였다.

재미있는 것은 그 여인의 태도였는데, 분명 처음 보는 상황이었음에도, 처음 보는 것 같지 않은 익숙함이었다.

마치, 서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이였던 것처럼.

그 여인의 태도가 그랬고, 전해 지는 느낌이 그랬다.

어쩌면, 처음 봤다고 하나, 아예 전에 사귀었던 그 애인이 맞을 지도 모른다는 혼돈이 들 정도로.

그러나, 어디까지나 처음 보는 여인이 확실한 것이, 그 여인이 나한테 지속적으로 사귀자는 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나서 두 번 째 여인이 보였는데, 이 번에는 가수 현아인 지, 현아와 닮은 여인인 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식으로 보였다.

내 느낌엔 현아가 맞는 것 같았다.

두 번 째 여인도 마찬가지로 자신과 사귀자고 하니, 그 둘 사이에 나를 두고 쟁탈하고자 하는 신경전을 지켜 보게 되었다.

왜 이런 배경과 개연성으로 흘러 가는 지 이해는 안 갔지만, 그런 식으로 기분 좋게 꿈에서 깨게 되었다.

글쎄, 이런 기분 좋은 앞날을 예견해 주는 것일까?

사실, 부산의 공무원에게 진술을 하는 것이 배경이었지만, 그냥 두 여인이 싸우는 걸로 꿈이 끝나 버렸다.

꿈을 깨고 나서, 워낙 선명하고 생생해서, 이 꿈은 꼭 남겨 두리라 다짐했었고, 결국 써 냈다.

사실, 새벽에 한창 자고 있을 때라 일어 나기 싫었고, 그냥 잠들면 좋을 텐데, 이 불완전한 기억이 휘발될 것 같아서.

디테일한 부분이 잘 생각은 안 나는데, 대략의 거의 85% 가량은 적어 낸 듯 하다.

뭐, 한 번 지켜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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