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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3. 2023

이사를 가야 할 지 모르는 시점

2023-03-30 23:01:17 

한 동안 많이 바빴다.

아주 많이.

음원 정리를 다시 하는 것인데, 새롭게 설치한 오디르바나의 강력한 기능 중 하나인 음원 스캔 기능으로, 뭐가 엉터리인 지, 가짜 수치의 음원인 지를 파악하고 나서, 내가 보유한 음원들이 엉터리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이후부터이다.

완벽주의 기질에, 꼼꼼한 성격도 더해, 클래식부터 록, 팝, 재즈를 망라하는 음원들을 다시 재검토하고, 정말 좋은 음질이 검증된 음원들을 다시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정식으로 구매한 합법적인 사이트에서 배포하는 음원 중에도 엉터리들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놀랄 노 자이다.

그 작업 분량이 워낙 방대해서 무려 두 달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매달리고 있는 와중이었다.

이제, 한 10에서 15 프로 정도 남아 있는 상태였다.


본격적인 사달은 어제 일어 났다.

모처럼 시내의 카페에 나가서 시간을 보내던 중, 그동안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일.

그 것은 집주인에게 집을 보수해 달라는 얘기였다.

작년 겨울부터 아랫 집의 담배 냄새를 견딜 수 없고, 이는 하자이니, 꼭 수선 좀 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을, 다가 오는 3 월에 해 주겠노라고 대충 답변을 들었다.

뭐, 집주인 성향을 대충 알아서, 반신반의했었지만, 그래, 역시나였다.

돌아 오는 답변은, 무슨 몇 천만 원 어치 견적을 들였다는 둥, 냄새가 나면, 냄새가 안 나는 집으로 가라는 식이었다.

참으로 황망했다.

그래도, 몇 년은 살면서 기본적인 신뢰는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서울 깍쟁이보다 더 비정하고 옹졸하기 짝이 없는 태도였다.

더 쓸 말은 많은데, 조금은 요약을 하고.


그래서, 이사를 가기로 결심했다.

늘 마음에 두던 곳이 있던 찰나였는데, 어찌 보면, 이제 그 곳으로 갈 때가 온 것이 아닌가, 그런 전화위복의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그럭저럭 잘 살던 곳이라, 처음에는 더 살고 싶은 심정으로 전화를 한 건데, 집주인 태도가 아주 가관이 아니다.

본인 아픈 걸 왜 집 하자와 결부를 시키는 지.

어쩌면, 내가 아는 것 이상으로 나를 보내고 싶어서 안달이 나던 찰나, 이 걸 구실 삼아 보내려 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보통, 주인과 세입자가 지긋지긋하게 싸우는 정도가 아니면, 정서 상, 싫으면 나가라는 식으로 말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닌 부분은 분명히 선을 긋고, 해 줄 부분은 해 주는 것이 상식이라 생각하는데, 이 건 그냥 내가 그런 걸 왜 신경 쓰느냐는 식이다.

그만 쓴다더니, 쓰다 보니 그 게 잘 안 되네.


여러 군데를 생각하고 있는데, 그래도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인접 지역을 생각하고 있다.

고속 버스보다 열차를 선호하는 나로썬, 서울 출타할 때를 대비해서 열차 노선이 있는 지역을 염두하니, 후보지가 몇 군데로 명료하게 압축이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낮잠을 청하려다 뒤숭생숭해서 깼다.

오랜 만에 산에 가서 정중히 기도도 올렸다.

여기서 더 살아야 할 지, 이제 이 곳을 떠야 할 지를 모르겠다며.

조금만, 며칠만 더 기다려 보기로 했는데, 마음은 이미 하루 종일 이사갈 생각 뿐이다.


가장 일순위로 염두하고 있는 곳은 산과 강이 어우러 진 비경지 중의 비경지이다.

무척 인적도 드물고, 외진 곳이라 교통도 상당히 좋지 않다.

그런데, 몇 번 그 곳에 갔다 왔음에도 그 기운이 너무 좋아서 홀려 버린 곳이었다.

아마, 교통으로 인한 불편함은 상당수 감수를 해야겠지만, 어차피 두문불출하는 나에겐 그다지 큰 문제가 안 되니까.


벌써 이 곳에 와서 산 지가 어언 5 년 째 접어 들었다.

그 전에 못 와서 안달이더만, 이제는 뜨지 못 해 안달이 되었다.

마음은 조급하지만,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보자.

글쎄, 이제는 정말 떠야 할 때이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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