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교 때부터 록 음악에 빠져 든 후로, 줄곧 영미권 록 음악을 주로 접하면서, 자연스레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확장시켜 나갔다.
호기심, 탐구심이 많은 기질도 있었지만, 새로운 음악 여행을 떠나면서 식견을 넓히는 재미도 있었다.
재즈는 지금도 거리감 있지만, 서양 음악의 다양한 장르 중에 클래식을 접하게 되면서, 서양음악이 동양음악보다 우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외형을 봐도 그렇지만, 동양권, 우리 나라에서 해외 유수의 아티스트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까?
지금의 K-Pop이 세계적 인기를 얻으며 메인 스트림을 활보하고 있다지만, 나는 그런, 소녀들이 열광하는 아이돌 음악은 아예 평가 대상이 아니었으므로.
나한테 있어서 만큼은, 그런 음악은 문자적 해석 그대로 '즐거운 소리'가 아니라, 그 걸 듣는 것은 고문과도 같은 괴로움이다.
60 년대에 태동해, 7~80 년대 음악 판도를 장악했던 록만 보더라도 난 지금도 기라성같은 밴드들이 줄줄이 떠 오른다.
그 때, 우리는 뭘 했는가, 그 때 아시아 권에 라우드니스 말고 자랑스레 내 놓을 아티스트들이 누가 있나.
신중현 선생이 한국 록의 시초였다고는 하나, 그 건 어디까지나 우리 나라에 국한해서일 뿐.
어떤 장르를 따져서 비교해 봐도 국내 음악은 명성을 논외로 치더라도, 내적 음악성이 서양보다 못 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토양이 그러했고, 시작도 그러했으며, 그에 따른 결과물도 그러했다.
어떤 인종, 민족적 우열이 아닌, 시작도 늦었고, 양질의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아티스트들의 문화적 풍토도 부족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쉽게 단정해서 표현하자면, 난 '서양음악의 사대주의자'였던 것이다.
그런 내가 최근에 국내 음악을 다시 접해 보면서, 생각이 꽤 달라 졌다.
물론, 현대 음악의 뿌리가 서양에서 태동했고, 그 커진 파이가 우리에 수입돼서 우리 식으로 만든 것 또한 불변의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내 가요의 유명 아티스트들의 음악성이, 정말 서양 아티스트들과 아예 견주지 못 할 정도로, 수준이 떨어 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 했다.
물론, 현재의 아이돌 일변의 음악 시장을 논외로 한, 이르면 60 년대부터 2000 년대에 이르는 대중 가요에 국한해서이다.
나는 국내 음악이 아이돌 일변으로 판도가 변한 것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 이후라고 생각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아이돌 음악을 하려고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당시 학생과 젊은 층의 정서를 대변하는 음악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H.O.T.와 젝스 키스가 등장하면서부터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기획해서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들이 가요 판도를 장악해 버린다.
90 년대 댄스 음악은 그 때만 해도 들어 줄 만 했는데, 2000 년대 이후로부터는 점점 음악이 너무 자극적, 선정적, 공장에서 찍어 내는 듯 한 인스턴트 음악의 일변도로 흘러 가 버린다.
아무런 음악에 대한 기획이나 아이디어, 프로 의식도 없는, 단순히 소속사와 계약했으니까, 계약 일환으로 활동해서 돈을 벌고 무대에서 기계적으로 춤을 추는 허수아비처럼.
글이 자꾸 국내 아이돌 음악을 비판하는 쪽으로 가는데.
본론으로 돌아 오자면, 그 이전의 국내 음악들이 명성이나 판매고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음악성을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과 견준다면, 충분히 비견될 수 있는 음악성이 있다고 느꼈다.
마이클 잭슨, 비틀즈, 엘비스 프레슬리, 이런 천문학적 판매고를 올린 아티스트들은 모차르트나 바흐의 음악성을 가져서라기 보단, 음악정 풍토나 시대적 트렌드를 잘 탔다고 본다.
또, 영미를 중심으로 한 세계 음악시장 판도에서, 그 외의 음악 시장은 이런 아티스트들을 배출할 수 있는 풍토가 안 되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이들의 음악을 대거 수입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세계적 인기를 구가했다고 본다.
그들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면서 서구권에 국한된 것이 아닌, 세계적 인기를 얻은 것은 음악성도 있지만, 이런 인프라를 통한 마케팅, 홍보가 잘 맞아 떨어 졌기 때문이다.
마치, 작은 주먹만 한 눈뭉치가 구르면 구를 수록 점점 커지면서 겉잡을 수 없이 커지는 이치처럼 말이다.
결론은 음악성은 기초로 해서, 세계 시장에서 각축을 벌일 수 있는 인프라와 기획의 뒷받침이 마련되면, 국적을 불문하고 충분히 대성할 수 있다고 본다.
국내 유수의 기획사, SM, JYP, YG 등은 그 게 되었기 때문에 싸이나 방탄소년단이 세계적 인기를 얻는 게 가능했다.
그럼 이 3대 기획사 태동하기 전에는 국내 시장 안에만 머무를 수 있지, 세계 시장을 뚫는다는 것은 지극히 쉽지 않은 것이다.
국내 헤비 메탈 1 세대인 백두산도 90 년대 이 전부터 영어 가사를 쓰고, 유현상이 영어로 노래를 부르면서 세계 시장에 어필하려 했지만, 결국은 되지 않았다.
왜 라우드니스는 잘 되어서 롱 런했는데, 백두산은 그러지 못 했을까.
일본 록이라 해서, 서양에서 더 알아 주던 것도 아니고, 어차피 록 음악에 있어 주류는 영미권이었지, 동양은 철저히 불모지였음에도.
잠시 하나의 상상을 해 보자.
7~80 년대를 향유했던 국내 아티스트, 작곡가들을 영미권에 보내서 영어로 곡을 쓰게 하고, 라이브, 녹음 활동을 시킨다고.
국내 음악시장에서 크게 인정받는 아티스트들도 충분히 마이클 잭슨, 비틀즈 못지 않은 세계적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들이라고 특별한 음악을 만들고, 우리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아이디어의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만, 시작을 먼저 한 탓에 상향평준화된 시작점이 다르고, 어떤 인재풀이나 저변이 확연히 우리보다 월등히 크기 때문에, 양질의 음악과 아티스트들이 배출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고, 실제로 내가 들어도 서양에는 만들지 못 하는 좋은 음악들 많다.
다만, 내가 국내 음악 판도에 대해 좋지 않은 시각 때문에 그동안 거리를 뒀을 뿐.
댄스가 됐든, 트로트가 됐든, 우리 음악이 서양보다 떨어 진다?
그렇지 않다, 이젠 그런 생각 많이 불식하게 됐다.
현대 음악의 시작이 늦어서 우리가 서양 음악을 따라 가는 형태가 되었고, 인프라가 다소 열악했을 뿐, 이런 것이 갖춰 진다면 우리 나라 뿐 아니라, 어느 나라도 영미권처럼 음악 강국이 될 거라 장담한다.
글쎄, 내가 가요 톱 텐같은 방송을 전혀 보지 않아 모르겠다만, 이젠 그런 음악 프로그램이 있는 지도, 어디서 방송하는 지도 모르겠다.
다만, 국내 음악의 주류는 여전히 아이돌 중심으로 돌아 가고, 좋은 음악을 창작할 수 있는 자금적, 교육적 인프라를 가지고 있음에도 진정성있게 좋은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단 한 톨도 볼 수 없다.
그런 음악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들은 철저히 마이너 레이블, 언더 그라운드에서 안주할 수 밖에 없고, 메이저에 있는 아티스트들도 아이돌 음악이 메인 스트림을 장악하던 이 전에 스타덤에 올랐다가 현재는 소수의 매니아 층으로 전락했을 뿐이고.
나중에 국내에 이 아티스트들이 점점 사라 지고 나면, 과연 음악이라 할 만 한 게 뭐가 남아 있을까, 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물론, 그 음악이 좋고, 그 음악을 추억할 세대들은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미래에도 미래에 맞는 음악다운 음악을 기다라는 나에게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이상한 개인적인 철학이지만, 현대에 엔테터인먼트의 개념과 예술의 개념은 달리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박할 수 있는 분이 있으면 좋겠다.
내가 이 점에 대해 이론적으로 잘 정립한 것도 아니거니와, 반박할 정도의 음악 철학이 있는 분을 반기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는 즐비하다.
단, 예술은 없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