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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속선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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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22. 2023

버스에 뛰어 든 고양이

글쎄, 벌써 10 년 전, 아니 15 년이 흐른 듯 하다.

그 때는 아파트에서 식구들이 같이 살고 있을 때였다.

그 때 내가 데려 온 고양이를 키운 지 한 2~3 년 쯤 됐을 때였다.

하루는 어머니가 이런 얘기를 하셨다.


"누가 길에서 고양이를 데려 왔는데, 잠시 키우다가 키울 형편이 안 됐어. 그래서, '얘야, 내가 갑자기 너를 데리고 있을 수 있는 지경이 안 되는구나.', 딱 이 한 마디를 했어. 그런데, 다음 날 그 고양이가 버스에서 치어 죽은 거야."


어머니가 거짓말을 할 리는 없고,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정말 그 고양이가 주인의 말을 들어서 스스로 생명을 버렸다고 생각치는 않았다.

단지, 그 얘기와 무관하게 차가 빈번히 다니는 주택가에서 사고를 당했을 뿐이고, 그 것이 착시 현상처럼 연이어 벌어 졌을 뿐.

어차피, 식구들이 고양이를 키웠다고는 하나, 우리하고는 무관했었고.


가끔 식구들이 키우는 고양이한테 짓궂은 장난을 칠 때가 있었다.

약 올리는 얘기를 한다던 지, 동물은 사람 말을 이해 못 할 테니, 조금 심한 말을 한다던 지.

어머니는 곁에서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안 돼, 그런 얘기 하지 마~", 하면서 나무라셨다.

그런 모습이 반복될 때 마다, 정말로 그 죽은 고양이가 주인의 말을 알아 들어서 슬픔을 안은 채로 버스에 달려 들었다고 믿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는 불길한 요물이다, 고양이는 음산한 동물이다, 고양이는 영민해서 사람 말을 알아 들을 수 있다, 등.

옛날 어른들은 예전의 미신이나 속설을 조금 믿는 경향이 있으므로.


지금 내가 키우는 고양이는 노령묘이지만, 그래도 큰 병치레나 사고 없이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아이가 봄, 가을에 잡초를 뜯어 먹고 마음껏 활보하는 모습을 보면, 참 시골에 살기를 잘 했다는 생각도 들고.

갑자기 그 얘기가 생각나서 적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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