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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Sep 04. 2023

육사의 홍범도 장군 동상 이전

잘 했다.

이제는 우리가 역사를 다시 보고 현대에 맞게 재정립해야 한다.

허나, 나는 단순히 홍 장군이 공산주의자이기 때문에 이전해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를 근거로 하지 않는다.


우리 대한민국이 미국에 의해 일정으로부터 독립을 이루고, 6.25 전쟁을 겪어 오면서 북한을 적대시했던 것은 사실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냐, 안 하냐를 번복하고 있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어쨌든,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냐, 안 하냐의 논란 와중에서도 우리 군이 가장 경계시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임은 변치 않는다.

그런 배경을 전제로 했을 적에, 우리와 이념이 다른 공산주의자를 육사 생도에게 모범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

그래서 관점에서 잘 한 것이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내가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은 이 것이다.

홍 장군이 군사적으로 독립활동을 했던 것도 명백한 사실이고, 또 공산주의자였던 것도 사실이라고 본다.

이 두 가지 모습 다 공존하고 있는 것이 홍 장군이다.

그가 공산주의에 물 들었다고 해서, 홍 장군의 독립활동의 노고를 퇴색시켜서는 안 된다.

공은 공으로, 과는 과로 쳐 줘야 한다.

더 정확하게 얘기해 볼까 한다.


사실, 공산주의자 활동을 했던 것이 우리 나라에서나 금기시하고 있는 역사라지만, 그 것이 과연 '과'라고 볼 수 있을까?

당시 공산주의는 전 세계를 뒤흔들고 개편시켰던, 진보적이면서도 아주 매력적인 이념이었다.

모두가 공평하게 잘 살자는 게 뭐가 나쁘단 말인가.

결론적으로 그 것이 허울 좋은 이론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민주주의 또한 사실 공산주의와 근본이 다르지 않다.

궁극적인 귀결점이 '국민'으로 향한다는 지향점은 같으되, 그 지향점을 도달하는 길만 달랐을 뿐이다.

그 귀결점으로 가는 데 있어 민주주의가 더 나은 이념이었고, 공산주의는 실패했으므로 우월을 따질 수는 있어도, 민주주의가 진리이고, 공산주의는 '나쁜' 이념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도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지만, 제대로 현실에 맞게 잘 적용시켜서 완벽하게 운영하는 국가가 있을까?

난 미국을 비롯해서 단 한 나라도 아예 없다고 본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고,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은 진리일 진데,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나 지방 일꾼들이 국가와 시민들을 위해 온전히 공헌하느냐고 묻는다면, 여기에 자신있게 그렇다고 답변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민주주의 또한 하나의 정치 '시스템'이다.

우리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면, 편하고 내 체격에 맞는 옷으로 갈아 입을 줄도 알아야 하고, 아니면, 맞지 않는 옷을 우리 체격에 맞게 늘리거나 줄일 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정말 만인이 부인할 수 없는 완전무결한 정치이념이라고 한다면, 그 이념에 우리를 맞추는 노력을 한다던 지.

헌데, 과거 이념 대립으로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고, 북한이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다고 해서, 이를 대결 구도로 바라 보고, 공산주의를 적대시하는 것은 퇴행적 역사관이다.


넓고 높게 보는 관점에서 육사의 홍 장군 동상 이전은 비판받아야 한다.

이슬람의 돼지고기 식용 금기, 여성의 히잡도 종교, 문화적 차이에 대해 존중하는 나라이면서, 왜 공산주의는 아직도 적대시하느냔 말이다.

잘 구분해야 한다.

국가 전복세력, 이적세력과 공산주의는 또 다르다.

공산주의자가 국가 전복을 기도했다면, 그 것은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

공산주의자라서가 아니라, 국가 전복을 시도했기 때문에.

그래서, 내가 과거 문 전 대통령이 이석기 전 의원을 가석방시켰을 때, 문 대통령 탄핵안이 발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국가 전복세력은 공산주의 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용납될 수 없다.

사실, 기성 정치판 자체가 다 합법적인 국가 전복세력으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정리를 하자면, 모든 공산주의자 = 국가 전복세력, 이적세력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상과 이념이 공존하는 민주주의 국가를 표방한다면, 합법적이고 국가 안보에 안전한 테두리 내에서 공산주의를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극단적인 테러를 일삼는 테러 세력들의 주된 종교인 이슬람 모스크도 우리 나라에 있는 판에, 공산주의라고 안 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큰 관점에서 홍 장군이 비록 우리와 길이 달랐던 공산주의자였어도, 그 것을 포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 것은 육사 생도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군의 존재 목적은, 싸우는 데 있지 않고, 이기는 데 있지도 않고, 전쟁을 막는 데 있는 것도 궁극적이지 않다.

군이 존재하는 목적은, 서로 이념이나 이해관계에 있어 한시적으로 반목할 수 밖에 없으므로, 서로 타협점을 찾기 전까지 유지하는 최소한의 안전책일 뿐이다.

군은 영원히 존재해서도 안 되고, 영원히 지속될 수도 없다.

말이 나와서 잠깐 적는데, 달라이 라마나 교황 등이 모두 무장을 해제하고 평화를 이룩해야 한다고?

당신들은 경호원이 없나?

그 전까지는, 우리 모두가 이념의 갈등을 풀고 서로의 길을 인정할 때 화합이 시작되고, 그 때 서서히 무장은 해체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그 멀고 요원한 날이 오기 전까지 군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육사의 홍 장군 동상 이전을 잘 했다고 한 것이고.


조금 더 넓은 관점에서 홍 장군 동상은 그냥 놔 둬도 무방하다.

단지 길만 달랐을 뿐이고, 어디까지나 같은 한 민족이고, 우리 민족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분인데, 왜 귀감이 안 된단 말인가.

더 크게 포용하는 품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면에서는 조금 아쉽다만, 이 것도 작은 한 걸음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바른 길로 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작더라도 잘 한 것이다.

갑자기 큰 걸음을 한달음에 내 딛을 순 없으니까.


단, 이런 우려도 있다.

윤 대통령의 언사를 보면, 너무 우향으로 기울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국가 안보는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최후의 보루인 것은 맞고, 이를 지켜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지만, 이 것을 어떤 이념이나 색깔론적 관점으로 보면서 나뉘는 것은 아닌가, 그런 우려이다.

이념 대립은 싸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이해하면서 녹여 내는 것이 품이 큰 사람이 하는 대인배적 면모이다.

요새 윤 대통령의 발언은 너무 투쟁적이고, 조금 격한 면이 있다.

이념이나 계층을 다 아우르는 좋은 정치를 하자는 일념 하나만 가지고 갔으면 한다.

그러다 보면, 윤 대통령이 염려하는 국가 전복세력, 선동세력은 서서히 힘을 잃고 녹아 내려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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