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연 유리창이 보기 좋지 않다.
그래서 열심히 닦았다.
다 닦고 나니, 바깥 풍광이 너무 아름답더라.
유리창 밖으로 비친 사람들의 모습.
저렇게 근사하고 멋진 사람들일 수가.
이 번엔 거울을 닦았다.
거울에 비친 흉하고 추한 나의 모습.
저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웬 이런 모습인가.
나는 더 이상 거울을 닦지도, 유리창을 닦지도 않았다.
오로지, 나의 더러움을 닦아 내기 시작했다.
계속 되는 목욕, 묵은 때들.
씻어도 나오고, 또 씻으면 또 닦여 나오는 나의 구정물들.
살을 아리는 쓰라린 아픔과 부끄럽고 초라한 나의 모습.
얼마나 닦아 냈을까, 쉼없이 닦아 온 나의 몸둥아리.
닦아 내다 지쳐, 잠깐 돌바위에 앉아 쉬어 보는데.
불현듯 개울가 달빛에 비친 나의 모습.
내가 이렇게 미인이었다니.
나도 저 사람들 못지 않게 멋진 사람이었다니.
세상을 바라 보면 온 우주가 나에게 현현히 들어 오고.
만인의 모습을 바라 보니, 온통 선남선녀들 뿐이로구나.
거울 속 나의 모습도 저들처럼 아름다우리니.
힘을 내어 나머지 때를 씻어 냈다.
더 이상, 닦아 낼 거울도 없고, 유리창도 없었다.
마지막엔 닦아 낼 나 조차도 없었다.
눈을 감았다 떠 보니, 세상 사람들은 서로 사이좋게 부둥켜 안고 있네.
나도 그들 품 안에 있고.
아니, 그냥 모든 것이 하나됨 뿐이었다.
나도 없이, 너도 없이, 이 세상도 없이.
닦는 나도, 닦을 유리창도, 닦을 거울도, 아무 것도 없이.
고로, 수행도 없었다.
애초부터 '나'란 것이 없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