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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Sep 20. 2023

처마 밑에 풍경(종)을 달면 명성을 얻는다

풍수 이론 중의 하나이다.

풍수지리가 동양 중심의 학문이긴 한데, 서양에도 풍수지리 이론이 존재한다.

동양이 터를 비롯하여 커다란 틀의 자연과의 조화를 다뤘던 반면, 서양은 거주 중심의 소품이나 사물, 디테일한 부분을 다루는 듯 싶다.

글쎄, 서양의 풍수지리를 제대로 접할 기회는 없었고, 서양 풍수지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서적을 접하지도 못 했다.

어쩌면, 변변한 학계의 권위자가 존재하지 않는 지도 모를 지도.

나는 서양의 풍수지리 이론들을 돌고 도는, 떠도는 퍼즐 조각들처럼 몇 개 접해 봤으니.


그 중에서 가장 허황되고 황망한 이론 한 개를 소개하는데, 그 것이 "처마 밑에 풍경을 달면 명성을 얻는다."이다.

지금도 내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하나 있는데, 나는 국내 유명 풍수지리 전문가를 집으로 모셔서 상담을 받았다.

의외로 전문적이로 세세한 풍수 카운슬링을 받지 못 했고, 그저 내가 흥미있어 하는 몇 가지 이론들에 대해 조언해 준 것이 다였다.

예를 들면, 사인(Sign)을 할 때 글자 끝을 아래로 기울이면 망하고, 올리면 흥한다, 뭐 이런 사소한 것 따위.

지금 생각하면 참 이 것도 어처구니 없는 미신이지만.

이 건 중학교 선생님도 해 줬던 얘기이다.


아무튼, 그 풍수 전문가는 영어로 된 풍수지리 원서를 펼치면서 이런저런 설명을 해 준다.


"보세요, '처마 아래에 풍경을 달면 명성을 얻는다.', 여기 이렇게 나와 있잖아요."


"아, 네."


들으면서 그 때도 반신반의했었는데, 원리를 설명하면 이렇다.

처마 아래에 풍경을 달면, 주변 사람들이나 지나 가는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듣고 한 번 씩은 쳐다 보게 돼 있고, 자연스레 주목을 끌게 된다.

그렇게 비약을 시켜서 표현을 한 것이, "풍경을 달면 명성을 얻는다."고로 부풀려 진 것이다.

이해를 하게 되면 참 어처구니 없고, 별 게 아니다.


그래, 이웃집이 됐든, 지나 가는 사람이 됐든, 그 집을 쳐다 본다고 하자.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건가.

그냥 그 집은 풍경을 달아 놨을 뿐이고, 한 번 소리가 나서 무심히 쳐다 봤을 뿐이다.

풍경 소리 들은 건 들은 거지, 찾아 가서 알지도 못 하는 사람한테 인사라도 할 텐가, 누구냐고 수소문할 일이라도 있는가.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론이다.


이 외에도 우리 전통 중에 미신이나 속설, 풍수지리 이론이 전부 혼재돼 있다.

이 것을 풍수지리 전문가나 어떤 교수가 얘기하면 이 것은 정설이 되는 것이고, 그저 그런 유튜버나 옆집 할머니가 하면 이상한 미신이 되는 것이다.

같은 이론, 같은 주장을 해도 말이다.


물론, 풍수지리를 실용적, 학문적으로 접근해서 활용하면 아주 좋다.

자연과의 관계성을 파악하고, 어떤 곳이 내가 기운을 얻을 곳인 지, 어떤 곳이 나한테는 기운에 눌릴 지를 알면 피할 수 있기에.

문제는 이런 것들을 포함해서 온갖 미신이나 비과학적인 속설들을 풍수지리로 편입을 시켜서 짬뽕탕을 만들어 놓은 게 현실이기도 하다.

어떤 걸 믿어야 할 지, 어떤 걸 걸러야 할 지, 그 걸 넘어, 아예 풍수지리를 믿어야 할 자연과학 학문인 지, 이 게 무슨 전설의 고향 미신 소설책인 지.

학계에서 이 걸 잘 걸러서 현실적으로 유용한 것은 걸러 내서 학문으로 계승시키고, 허황되거나 현대에 맞지 않는 것은 이론적으로 폐기를 시켜야 하는데, 이런 작업은 전혀 이뤄 지지 않으면서 이런 짬뽕탕 속에 같이 헤엄 치고 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다른 이론들이 몇 가지 더 있으니, 지속적으로 다뤄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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