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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Sep 21. 2023

"한동훈이가 똑똑해."

모처럼 읍내로 나와 카페에서 커피 한 모금을 가졌다.

뒷 자리에는 60 대가 넘어 보이는 어른 서너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한테 역시 정치 얘기는 빠질 수 없는 레퍼토리이다.


"한동훈이가 말 잘하고 똑똑한 놈이야. 국회의원들이 쪽도 못 쓴다니까."


"국방부장관(후보) 그 섀끼, 그 거, 말도 제대로 몬 하고! 아이면 아이다 팍 들이 받을 줄도 알어야지, 군인 출신이 뭐 그라노?"


한동훈 장관에 대해 나 역시도 스마트한 느낌을 갖고 있는 것은 동감한다.

일반적인 평검사도 아니고, 엘리트 검사 출신이니 그렇겠지.

인재는 인재다.

심지어, 한 장관을 차기 대권주자로 여기는 여론까지 형성될 정도이니.

사실, 이 부분은 현 정계에 그만한 스타급 인재가 부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두드러 진 것이라 생각한다.

확고한 정치 철학, 대한민국의 노선을 명쾌하게 제시할 수 있는, 그런 정치인이 부재하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가 비리 의혹이 많음에도 급부상한 것은 이런 비결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메리트있게 어필하는 감각이 좋고, 그런 설계를 할 수 있는 자이다.

국민이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정치를 접하는, 정치와 국민을 잇는 플랫폼을 언론이 독점하고 있는 판도를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이 선전효과를 극대화시킬 줄 안다는 것이다.

내용물을 잘 포장시켜서 국민에게 정치적 이슈와 화제를 던져 주고, 정작 그 내용물을 들여다 보면, 궁극적 정치적 수익은 자신과 세력권으로 향하게 하는.

이 능력으로 혼자의 힘으로 세를 키웠고, 유력 여당 대통령 후보까지 올랐다.


난 사람이라, 글쎄.

속속들이 들여다 보면, 인재들은 많다.

헌데, 그 잠재적 능력을 극대화시키지 못 하고 그저 그렇게 사는 인재들이 많을 뿐이지.

이재명 대표는 권력에 대한 갈증이 강해,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로 끌어 올렸고, 다른 인재들은 굳이 그런 험한 길을 가지 않으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켰을 뿐이다.


얘기가 다른 곳으로 샜는데.


감히 평을 하자면, 한 장관은 공정하고 올바른 사리분별을 할 줄 아는 분이고, 합리적이고 유연함도 어느 정도 갖춘, 균형감있는 인물로 평해 본다.

다 좋은데,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첫 째, 야당 국회의원과 가급적 싸움을 피하고, 최대한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굽신거리면서 고개를 숙이면서 착한 척을 하라는 게 아니다.

야당 의원은 본질적으로 생산적인 정치 현안보다는, 정부 관료들을 심리적으로 도발을 시켜서 정쟁에 말려 들게 하는 것을 좋아 한다.

그런 질문에 가타부타 응하는 것을 가급적 피하고, 정치 현안에 대한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사안들로 주제를 끌어 들이도록 리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첼리스트인 지, 유언비어로 곤혹을 치뤘을 때도 그 자리서 아니라고 적극 해명하는 것보다, "개인적 사안을 이런 자리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으므로, 그 것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한다면, 별도로 법적 소송을 하시라, 나는 장관으로써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이 자리 선 것이지, 개인 인터뷰를 받고자 나온 것이 아니다.", 이렇게 자르고 주제에 맞는 질의를 해 달라고 요청했어야 했다.

자꾸 거는 시비에 응해 주다 보면, 야당에게 말리게 되고, 생산적인 업무 추진에 발목을 붙들리게 된다.

정부가 일을 못 하고 성과를 못 내야 더욱 흠을 잡아서 할퀴고, 그래야 다음 대권을 탈환하는 좋은 그림이 그려 진다.

반박하고 싶고, 적극 해명하고 싶어도 말리면 안 된다.


그 밖에도 야당 의원들과 여러 트러블이 더 있는 것으로 아는데, 듣는 것은 잠자코 듣되, 응전하는 식으로 반박하고 해명하는 것은 지혜로운 처사가 아니다.

야당 의원은 아니라고 반박해도 자꾸 진흙탕으로 같이 끌고 와서 같은 진흙 범벅이 되기를 원한다.

말리면 안 된다.

야당 의원은 진실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싸움을 걸어서 같이 싸우는 것 자체만으로 소기 목적 달성이고, 정신적으로 흔들리게 하거나, 사적 모멸감을 주면 대성공이다.

이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일관되고 한결같이, 할퀴려는 질문은 쳐 내고 장관이 외려 대쪽같이 치고 나가는 식으로 의원을 끌고 가야 한다.

불에는 불, 물에는 물 식 맞대응은 좋지 않다.


둘 째, 본인이 대통령에 의해 지목되어 법무부 장관이 되었어도, 자신이 대통령 편이라거나, 친여 노선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물론, 대통령 눈치를 전혀 안 본다는 것은 쉽지 않고, 대통령과 여당도 한 배이므로, 여당 눈치를 안 보기 쉽지 않다는 것을 나도 이해는 한다.

허나, 내가 정치를 잘 몰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재명 대표의 사법처리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은 삼가는 것이 옳지 않겠나, 싶다.


한 장관은 이제 법무부 장관, 행정부 고위 관료이지, 더 이상 범죄자 앉혀 놓고 타자치는 검사가 아니다.

헌데, 요즘 한 장관의 이재명 대표 관련된 발언은, 이 것은 검사 관점의 화법이지, 장관 관점의 화법이 아니다.

수사는 검찰에서 자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안인 것이고, 장관으로써 주요 진행 사항에 대해 보고를 받을 뿐이고, 장관 권한으로써 개입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그 때는 권한대로 행사를 하면 될 뿐이지, 이 것에 대해 피의자다, 혐의가 있다는 발언은 자중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에 대해 법리적으로 일반 국민보다 훨씬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직접적으로 보고를 받으니 왜 본인 소신과 견해가 없겠느냐마는.

그 것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공공연하게 밝히는 것은, 사석에서 사사로운 지인들하고 얘기를 나눌 수 있어도, 장관으로써 수사가 진행 중인 건에 대해 어떻다, 저떻다를 밝힌다는 것은,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범죄자 때려 잡는 검사들이나 할 법한 발언이다.


본인이 검사 출신이었어도 엄연한 현직 장관이지, 아직도 검사는 아니지 않은가.

검사는 자발적으로 잘 수사하게 일임하고, 장관은 장관으로써의 현안에 집중해야 옳지 않을런 지.

정녕 그런 발언을 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장관직 사퇴해서 이재명 대표 담당 수사검사를 자처하시라.

그럼 그런 발언, 얼마든지 해도 뭐라할 사람 아무도 없으니.


한 장관은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충분히 좋은 인재임은 동의한다.

카페 뒷 자리의 어른들 수다처럼.

다만, 조금 더 세상을 폭넓게 수용하는 아량과 이 두 가지 약점을 본인이 개선한다면, 충분히 대통령 재목으로 거듭날 것이라 기대한다.

아직은 정치란 춘추전국 무대에 발을 놓았으니, 직접 쓴맛 단맛을 보면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면서 가다듬어 나갈 시기이다.

말려 들면, 이 중요한 시기를 탕진해 버리고 만다.

아직은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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