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의 단식 투쟁이 무려, 장장 24 일이란 기록을 세우며 마쳤다.
나는 단식을 수련의 일환으로 겪어 본 한 사람으로, 이 대표의 단식 기사를 접할 때마다 그 때의 기억이 떠 오르게 마련이다.
이 기회에 내가 겪어 본 단식의 경험과 애환을 풀어 보고자 한다.
"유(柔)해 지고 싶어? 그럼 단식해 봐."
그 것은 내가 도파에 몸담아 한창 수련하고 있을 때였다.
그 도파에서는 호흡을 수련하는 것도 있지만, 몸을 유하게 해서 유연성을 키우고, 궁극적으로 몸의 체형을 바로 잡는 목적도 존재했다.
내가 너무 몸이 딱딱하고, 기초적인 동작조차 섭렵할 수 없을 정도로 유연성이 떨어 졌기 때문에, 선생께서 권한 한 마디였다.
당시 도파의 원장께서는 직접 산에서 극한의 초인적인 단식을 하면서 몸을 만드셨기 때문에, 단식의 효과에 대해서는 다들 익히 알고는 있지만,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또 선뜻 단식을 도전하기도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런 내가 젊은 혈기로 단식에 도전했다.
"단식해 봐."라는 그 말 떨어 지자 마자 나는 즉시 결심, 당일 저녁부터 곡기를 끊었다.
초저녁 무렵이었으니까, 점심 이후부터 계산, 아니, 서너 시 쯤에 조금 간식을 먹은 기억이 있으므로, 그 시간부터 시작한다.
한 이틀까지는 그럭저럭 견딜만 했는데, 한 사나흘부터 고비를 맞이했다.
식사를 안 하니 몸에 기력이 없는 건 당연지사였는데, 허기짐, 식욕은 말할 것도 없고, 무기력하게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그토록 음식 생각이 간절한 것이 나를 정신적으로 괴롭게 했다.
먹고 싶은 게 왜 그토록 많은 지.
치킨이나 족발, 피자, 햄버거가 생각나는 게 아니라, 그냥 일반 식사, 특히 김치찌개가 많이 먹고 싶었던 게 지금도 생각난다.
단식을 하면서 허용된 것은 유일하게 '물'이었다.
글쎄, 단식의 기준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물조차 허용이 안 된다면, 나는 제대로 된 단식이 아닌, 半단식을 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단, 소금이나 다른 어떤 고체의 음식은 일체 입에 대지 않았다.
오로지, 물만.
허기짐을 느낄 때마다 물은 원없이 허용되었는데, 하루에 4~5 리터 가량, 혹은 그 이상을 마신 듯 하다.
식욕으로 괴로울 때마다 생수를 마시면서 겨우 달래면서 견뎠다.
지금 돌이켜 보면, 오히려 물만 마시면서 하는 단식이 더욱 위험한 듯 하다.
물 섭취량을 제한한다던 지, 차라리 물 대신 소금이라도 조금 섭취한다던 지 해도 무방한데.
조금 무식했다.
왜냐하면, 물로 허기짐을 달랠 수는 있어도, 신장과 방광이 쓸 데 없이 공회전을 하기 때문에, 이는 알고 보면 배뇨기 계를 혹사시켰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고형 음식을 안 먹으니 단식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내용을 뜯어 보면 제대로 된 단식이 아니었다.
단식의 취지는 몸을 극한의 초기화를 통해서 다시 리모델링하는 것이지, 어떤 안 먹고 참기 따위의 극기훈련 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때는 그런 생각보다는, 뭐랄까, 수련장의 도반들이나 주변 지인이게 무용담을 자랑하기 위해 '오랫동안 안 먹고 참기' 기록을 세우기 위해서였던 것임을 고백한다.
사나흘이 고비라면, 그 고비를 넘기는 닷새 째부터는 오히려 한결 낫다.
조금 안정감을 찾는다.
그다지 먹고 싶은 생각이 오히려 들지 않고, 몸에 기력은 없지만, 몸이 가뿐하고 조금은 편한 느낌이다.
아침에 일어 날 때 정신이 말끔했다.
몸의 피로감이 덜 하고, 느껴 지는 모든 것이 명료하고 차분했다.
난 이 것이 명상 상태에 가깝다고 본다.
정신이 명료해 지니, 감각 기관이 예민해 지고, 아무튼 정신의 두터운 막을 한 꺼풀 벗겨 낸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정신이 맑아 지고 감각이 예민해 진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는데, 그만큼 사소한 일에 짜증을 느끼고 신경질적인 성향도 발생했다.
그 밖의 다른 기억이 있다면, 심각한 변비가 나를 찜찜하게 만들었다.
단식을 시작했을 때부터 몸 속의 찌꺼기들을 내 보내면 좋으려만, 어찌 된 영문인 지, 난 단식을 끝내는 만 일주일이 넘어서까지도 변을 보지 못 했다.
느낌은 항상 체 내에 남아 있음을 느끼고, 좀 화장실에 가면 좋으련만, 당연하겠지만, 식사를 일체 하지 않으므로, 소화기들이 일을 하지 않음이다.
어쩌다 뇨의를 느끼서 화장실에 앉아 있어 봐도, 몸이 이마저도 배출할 힘이 없을 정도로 기력이 떨어 졌는 지, 영 신통치 않았다.
극심한 체력 저하, 그 와중에서도 똑같은 사회 생활의 병행, 단식을 하지 않았을 때와 똑같이 빠짐 없는 수련 스케쥴.
나라고 눕고 싶지 않겠으며, 쉬고 싶지 않겠냐마는, 그러면 단식을 한 의미가 퇴색된다는 옹고집 때문에 거의 반 송장 상태로 단식과 모든 정상적인 활동을 병행했다.
한 엿새 째의 기억이 지금도 생각나는데, 그냥 신체 활동을 쉬면서 단식을 해도 쉽지 않은 걸, 단식과 신체 활동을 병행하다 보니, 강행군이었다.
오죽 기력이 없어서 수련장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겨우 집에 도착했다.
걷다가 걸을 기력이 없어서, 일단 앉을 곳을 찾다 보니, 대로변의 평평한 검은 대리석이 보이길래, 얼른 앉아서 쉬었다.
숨쉬기가 벅차고, 눈 앞이 캄캄해 진다.
눈 앞이 까매 진다고 표현하지만, 아예 일시적으로 시력이 멀어 진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눈을 감아서가 아니다.
까맣게 보이는 것도 아니고, 눈이 사물을 볼 기초적인 힘이 없어서 제 기능을 상실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증상이 갈 수록 심각하게 나타 난다.
아침에 일어 날 때 양치를 하는데, 사실 물 외에 먹는 것도 없으므로 그다지 양치를 할 이유도 없지만.
어쨌든 양치를 할 때 혀에 백태가 엄청나게 끼어 있다.
혀 한 가운데가 두터운 백태로 온통 하얗다.
혀가 텁텁해서 제거하기로 했는데, 백태를 제거하는 도구가 없었으므로, 그냥 칫솔로 벗겨 냈더니 제법 적지 않은 양이었다.
백태를 벗겨 낸 후로 이제 되지 않았나 싶었는데, 다음 날인가, 며칠 안 가서 또 많은 양의 백태가 껴 있었다.
가뜩이나 기력도 없는데,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백태를 벗겨 내자니, 헛구역질도 나고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이는 긍정적 현상인데, 몸 안의 노폐물이 혀를 통해 백태로 나타 나기 때문인 것이다.
불필요한 노폐물이 빠져야 몸이 초기화되고, 그 초기화된 몸에 새로운 기운을 채워 줘야 한다.
나머지 단식의 가장 큰 후유증 중에 하나는 탈모였다.
머리카락이 엄청나게 가늘어 지고, 머리카락이 손을 대면 손을 대는 대로 그냥 우수수 빠진다.
어쩌면, 나는 만 일주일이 넘도록 단식을 계속 강행해서 열흘을 넘겼더라면, 정말 대머리가 되었을 지도 몰랐을 것이다.
만 일주일로 단식을 마치고도 그 후유증의 여파가 계속 되었으니, 그 때 내 머리카락은 매우 가늘고, 아주 듬성듬성했다.
그 여파는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조금 남아 있는데, 그 때 빠진 머리카락 수가 다시 원래 대로 완전 회복이 되지 않았다.
그 후에 관리를 제대로 못 해 준 이유도 있지만, 지금도 머리숱이 적다.
단식을 마치는 당일, 만 일주일이 되는 날에는 도리어, 뭘 먹고 싶은 생각이 더욱 없었다.
아니, 먹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기 보다, 오히려 무엇도 먹고 싶지 않았다.
기력이 없는 건 마찬가지인데, 이 차분하고 맑은 정신 상태, 가뿐한 신체적 상태가 좋았다.
그 정신적 체험을 잠시 맛을 본 것만으로도, 일반 사람들이 쉽게 느끼기 어려운 체험이니, 뭐 이 것도 성과라면 성과랄 수 있음을 자축하며, 단식을 마쳤다.
원장 님의 조언 대로 쌀로 미음을 지어서 조금 먹었다.
보식의 시작인 것이었다.
아무런 찬도 없는 그냥 쌀을 쒀서 만든 미음.
많이 들어 갈 것도 같지만, 오히려 몇 숟갈 못 먹고 놔 뒀다.
그 쯤에는 굶주린 상태가 아닌, 몸이 초기화된 상태였기 때문이었으리라.
원래대로라면 식사량을 서서히 줄이기 시작하는 일주일 보식기를 가지고, 그 후에 정식으로 일주일 단식, 다시 미음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식사량을 늘이는 일주일 회복 보식기를 가져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비록, "내가 못 할 것 같아?" 식으로 발끈해서 즉흥적으로 단식을 시작했기 때문에 몰랐지만.
그래도 단식 후 보식기만큼은 서서히 만 일주일을 지켰다.
한 이틀이었나, 사흘이었나, 쌀미음만 먹었고, 그 후에 채식 중심으로 한 적은 양의 일반식을 이삼일, 그 후로는 정상식보다 조금 못 미치는 일반식, 이렇게 진행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내 스스로의 맹세이자, 내 나약함을 극복하기 위한 도전이었으므로, 누가 꼭 알아 주는 것에 초연하게, 엄격하게 진행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 때 일주일 단식을 도전에 대해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복기를 해 보자면, 엄격하고 철저하게 했다고 했으나, 헛점도 많았고, 아까 서술했던 것처럼, 단식의 본질은 몸을 초기화하는 데 있는 것이지, 어떤 극기훈련, 안 먹고 견디기 서커스가 아니었던 것이다.
다음에 하게 된다면 조금 현명하게, 몸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다시 도전해 보고픈 미련도 많다.
헌데, 지금 생활 상황에서는 그러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다른 건 그렇다 쳐도, 나는 탈모 후유증이 가장 두렵다.
먹고 싶은 것 안 먹는 것도 다 참고, 기력없는 것도 어찌저찌 견뎌 보겠는데, 머리털 다 빠지면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라고.
단식을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방식이 달라 지는 법이다.
애초에 단식을 꼭 어떻게 해야 한다는 바이블 이론이 없고, 이 방식만이 단식으로 인정이 되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는 기준은 명확히 없으므로.
정신적, 종교적 관념이나 다이어트의 개념, 정치적 투쟁을 목적으로 하는 식의 단식, 혹은 나처럼 어떤 신체적 수련을 목적으로 했느냐에 따라 무엇을 섭취해도 허용이 되고, 그렇지 않은 것의 기준은 달라 질 것이다.
허나, 항간의 정치인들이 하는 '단식'이라는 표현에 대해 아무리 관용적 시각으로 바라 봐도, 단식으로 쳐 주기 어려운 행태이다.
나는 일주일을 단식을 했음에도 엄청난 기력 저하로 인해 숨쉬기 힘들고, 일시적인 시력 저하, 심각한 변비와 탈모증에 시달렸다.
꼭 내가 했던 무식한 방법으로 정치인도 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내 방식은, 말 그대로 내 방식이었으므로.
헌데, 단식을 한다고 공언할 정도면, 투쟁을 위해 어느 정도 치열하면서도 혹독한 진정성이 보여야 하는데, 저녁에 집으로 귀가해 버리고, 아니, 단식을 한다는데 보름이 넘도록 살이 빠지는 기색도 없고, 몰골 조차도 볼 수 없었다.
나는 단식할 때 체중이 처음 나흘 간은 잘 빠지는 싶다가, 그 이후부터는 빠질 살 조차도 없었는 지, 더디게 체중이 빠졌다.
오죽하면, 수련 끝나고 옷을 갈아 입을 때, 도반과 사범이 내 몸을 보면서, "석가모니 고행상을 보는 것 같다."고 했을 정도였으니까.
그에 반해 이재명 대표를 비춰 봤을 적에, 달라 진 것이라고는 머리 안 감아서 헝클어 진 것과, 면도 안 해서 수염 좀 난 것 외엔 그다지.
병원 입원 포함 24 일을 했을 정도면, 진즉에 살 많이 빠져서 얼굴부터 전신이 삐쩍 마른 여자 모델처럼 되어야 한다.
살아서 숨만 쉬고 눈만 깜빡이는 산 송장 상태여야 한다.
아무리 정치인 단식이 언론 보여 주기 식 쇼잉, 후루꾸 식이어도, 이 건 조금 너무 맹탕인 듯 싶다.
그런 식으로 기록 세우라고 하면, 나는 죽을 때까지 평생 할 수 있다.
사실, 그 건 단식도 아니지.
엄격한 기준을 댄다면, '절식'에 껴 줄 수 있을 지 조차도 모르겠다.
애초에 그러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내가 일반인들에게 단식을 하라고 권한다면, 딱 안전하게 사흘만 권하고 싶다.
사전 보식, 단식, 마지막으로 일반식으로 돌아 가기 위한 점진적 보식을 지키면서 몸이 차차 적응하게끔 하는 것이다.
단식으로 사흘은 조금 부족한 감이 있지만, 사회 생활을 병행하려면 이 정도가 적당하다.
헌데, 제대로 단식의 효험을 보려면, 한 닷새는 최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부터 정신이 맑아 지고, 몸이 가뿐해 지는 시기에 돌입하므로.
그렇다면, 사흘 단식을 몇 번 도전해 보면서 맛을 보다가, 나중에 자신감이 생겨서 닷새에 도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최소한의 염분 섭취를 해 주고, 물도 갈증이나 허기짐을 달래는 식으로 최소한 절제해야 한다.
거듭 당부컨데, 이 건 기네스 기록 세우기도 아니며, 나처럼 무식하게 무용담 과시하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단식을 통해 내 신체적, 정신적 부스러기와 찌꺼기를 정화하는 데 있다.
정신을 맑히고, 신체를 가볍게 함으로써 내가 나를 다스리고 돌이켜 보는 시간인 것이다.
그리고, 보식기와 단식, 그리고 다시 보식기를 잘 지켜야, 나처럼 엄청난 요요를 겪지 않을 것이다.
나는 시작 보식기를 지키지 않았고, 단식 후 보식기를 철저히 지켰음에도, 그다지 먹은 것도 없이 엄청나게 살이 불어 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평소의 먹던 양보다 적게 식사를 절제했음에도, 뭘 먹기가 두렵더라.
뭐, 몸이 간절히 양분을 원하는 상태라 뭐든지 빨아 들이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적절한 선에서 지혜롭게 잘 진행하면, 단식은 내 삶의 찌꺼기와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덜어 내는 엄청난 수련이다.
내 인내심도 키울 수 있고, 정말 단식의 높은 수준에 도달하면, 먹고 싶은 걸 참아 가면서 억지로 스트레스를 받아 가면서 하는 게 아닌, 자연스레 저절로 되는, 편안하고 자연스런 단식.
나는 비록 엉터리로 했다지만, 혹여나 단식에 도전하고픈 분들에게는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바램을 담아 이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