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속선 Oct 30. 2023

청와대 풍수지리에 대해

대한민국 정치와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 이 것이 청와대 풍수가 좋지 않다는 의견들이 있다.

나 역시도 풍수지리에 관심이 많은 한 사람으로써, 이에 대해 논해 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대한민국 정치가 혼란스럽고, 대통령이 자살, 탄핵, 구속되는 것은 청와대 풍수와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터는 좋은 터이고, 이 좋은 터에서 어떤 공직자들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어떻게 국정운영을 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지, 대한민국 정치의 명운과 대통령의 명운이 단순히 청와대 터가 어떻고 해서 불행하다, 구속된다, 탄핵된다와는 무관하다.


그냥 막연하게 좋은 터를 잡아서 들어 앉으면, 그냥 앉아서 저절로 뭐가 된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그렇지 않다.

터를 좋고 안 좋고를 따지는 것은, 내가 어떤 목적으로 그 터와 조화를 이뤄 일을 해낼 것인가를 가늠하기 위한 작업인 것이지, 터를 좋은 데 잡았다고 해서, 내가 가진 관념 속의 '잘 된다.'를 터가 알아서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다.

땅은 그냥 땅일 뿐이다.


청와대가 길지로 선점된 것은, 한반도 정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터가 너무 펼쳐 져도 산세의 보호를 받지 못 하고, 너무 협소해도 안 되었는데, 그 밖의 여러 조건들이 잘 들어 맞는 것이 지금의 서울이었고, 경복궁과 청와대 터가 되었던 것이다.

조선 건국 당시 정도전과 무학대사가 진산을 어디로 놓느냐를 놓고 다투었다고 하던데, 어느 쪽으로 해도 무방했을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임금과 대신들이 얼마나 나라와 백성을 위해 어떤 정치를 하느냐를 골몰하고자 하는 것인데, 그 것이 인왕산 터라면 더욱 잘 되고, 백악산 터라면 안 되더란 말이냐는 것이다.

굳이 따진 다면, 내가 보기엔 지금의 백악산 터가 더욱 낫다고 보지만.

결국은 좋은 정치를 펼치고, 나라와 백성들이 평안하게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 좋은 터를 잡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 것이 오늘 날 청와대 풍수 '괴담'과 직결할 일은 아닌 것이다.


오늘 날의 정치가 이렇게 혼잡스럽고, 국론이 분열된 것은 국회의사당과 청와대 터라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고, 권력 다툼에 골몰한 정치인에 좌, 우파로 국민이 갈려서 이렇게 된 것일 뿐, 청와대 터에서 무슨 레이저 같은 것이 쏟아 져 나와서 이렇게 됐느냔 말이다.

이 번 대선에 우리 당이 권력 잡아서 정치 보복하고, 마치 공성전해서 함락이라도 시킬 것처럼 여당 할퀴고 무너 뜨려서 입성할 생각들이나 하고.

과거에 창칼로 그렇게들 싸웠지만, 요새는 창칼보다 더욱 무서운 이념과 진영 분열, 언론을 통한 국민 현혹과 내분이 더욱 무섭다.

그 옛날 삼국이 싸우면서 나라를 무너 뜨리고 흡수하는 것은, 그 후에 통합된 힘으로 다시 재정비를 하면 될 일인데, 현대 우리 국민들이 진영으로 갈려서 싸우는 것은 어느 한 쪽이 우세해서 이겨 버리고 끝나는 게 아니라, 같이 죽게 한다.

열강들이 참 좋아 하는, 주머니에 손 넣고 무혈입성하는 그림인 것이다.


좋은 터에 들어 섰고, 좋은 땅의 기운을 받아서 국민과 나라를 위해 올바른 정치를 할 생각을 해야지, 아무리 좋은 터에 있다 한들, 국민을 위해서 협치할 것은 협치하고, 다툴 부분은 다투어야 여, 야와 정부의 참 역할인데, 그저 어떻게든 서로 만신창이 만들어서 자기들이 城 차지하려고.


대한민국 정치와 대통령의 불운한 역사는 이러한 이념과 진영의 갈등, 권력 투쟁에 휘말려 들어 겪는 불행인 것이지, 청와대 터가 세다 어떻다, 북한산 귀신이 어떻다는 둥, 그 것들이 사실이라 한들, 국민과 정치인들이 바른 생각과 깨어 있는 정신으로 나라를 운영하는데, 그런 하찮은 것들이 무슨 힘이 있어서 대한민국의 정치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을까.

제 아무리 청와대 좋은 터를 잡아 놓은들, 국민들이 바른 정치인을 그 자리에 앉혀 놓지 못 한다면, 그 좋은 자리에서 이상한 정치를 해서 결국 나라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지, 터에서 뭐가 나와서 나라를 흔드는 게 아닌 것이다.


청와대 풍수 괴담은 여태까지 무속인부터 시작해서 풍수쟁이들, 여러 학자들이나 언론에서도 많이들 갖고 놀았던 레퍼토리였다.

이 번 윤석열 대통령 때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이런 흉흉한 소문들이 많이 돌았다.

아무런 관련이 없다.

터가 센 곳에서 내가 그 터보다 약하면, 당연히 시달리다 결국 나오는 것이고, 터가 센데 나도 그 기운을 수용할 그릇이라면, 오히려 큰 기운을 받는 것이다.

단지 그 뿐.


애초부터 명당, 흉당은 없고, 내 기운이 그 땅과 잘 맞출 수 있는 기운인가, 내가 어떤 목적으로 이 땅을 쓰려 하는가를 보기만 하면 된다.

만일, 윤 대통령이 이런 괴담에 찜찜해서 청와대 들어 가는 것을 거부한 것이라면, 조금은 아깝다.

내 정신력이 그런 것들에 휘둘리면 정말 그런 것이고, 내 뜻과 의지가 확고하면, 청와대 풍수가 어떻고 하는 것들은 괘념치 않게 되는 것인데.

그러나, 탈 권위와 국가는 국민의 것이라는 메세지의 큰 발자국을 남긴 것은 대단히 높게 평가하는 결단이다.

대한민국 국격과 위상이란 부분에서는 조금 아쉽다.


터는 터일 뿐, 그 터의 앉은 이의 모든 미래나 운명 따위를 지배하지 않는다.

멋진 그림을 그리려는 도화지의 본 바탕이 될 뿐, 멋진 명화의 최종 완성은 그 도화지 위에 어떤 정신과 목적성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느냐에 달린 것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정치와 대통령의 불운한 역사를 청와대 터에서 찾을 게 아니라, 정치의 가장 기본이자 근간이 되는 국민들의 정신부터 바로 서야 한다.

양당 체제에 어차피 답은 둘 중 하나일 뿐 아니냐라고 묻지만, 나는 왜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하느냐고 되묻고 싶다.


정치의 궁극적 목적은 나라와 국민으로의 귀결이다.

국민이 진영으로 갈려서 나는 너를 지지할 테니까, 나도 거기에 떨어 지는 콩고물을 받아 먹을 생각을 버려야 한다.

가만히 뿌리를 찾아 가다 보면, 우리 국민이 양당 진영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당을 깨는 것도 좋고, 이념과 진영에 국민을 편입시켜서 사유화하려는 것은 멈춘다면 기성 정당의 틀은 유지하는 것도 허용할 수 있다.

어떻게든 개혁을 해야 한다.


내 것은 맞고, 상대편은 항상 틀렸는데, 어째 싸우지 않을 수가 있나.

저 대통령은 매국노고, 저 대통령은 나라를 망친 자인데, 어떻게 용서할 수가 있나.

이런 국민의 다수의 힘과 염원이 모여서 대통령이 불행해 지고, 나라 정치가 이렇게 추해 진 것이지, 풍수와 결부지어서는 안 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총에 맞아 서거한 것은, 장기간 집권하면서 쌓인 내부 불만이 터진 것이고,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로 인해 퇴임 후 처벌 받은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태광실업 비리 의혹 관련해서 조사 받다가 심적인 압박감, 회의감에 의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사로운 감정에 의해 중요한 국정 운영을 방임했기 때문에 탄핵 당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 관련 비리 때문에 처벌을 받다, 윤 대통령에 의해 사면되었을 뿐이고.

그냥 그 뿐이다.

청와대 터와 무관할 뿐더러, 청와대 안에서 벌어 진 일이라도 대통령과 관련된 자들의 잘못일 뿐, 청와대에서 뭐가 뿜어 져 나와서 이렇게 된 게 아니다.


이런 것들 때문에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는 전통의 학문이 미신이나 잡기 따위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더 이상 조상님 터가 어떻고, 야사 기록에 의존하는 학문이 되어서는 안 되고, 과학적으로 논리정연하게 이론이 재정립돼야 한다.

지금 풍수지리 전문가들이 하는 것 중에는 이런 불순문들이 굉장히 많다.

막연한 표현을 쓰면서 기운이 어떻다, 뭐는 어떤 결점이 있어서 흉당이라는 식으로.

그래서 풍수지리에 대한 신용이 땅바닥에 떨어 져서 사이비 취급을 받는 것이고.

매거진의 이전글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