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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Nov 28. 2023

무손실 음원에 대해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심심치 않게 쓰이는 표현, '무손실 음원'에 대해 살펴 본다.


나는 이 '무손실'이란 표현이 상술을 기반으로 한, 문제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라 본다.

적어도 무손실이란 표현을 쓰려면, 원본 마스터 테이프에서 복제되는 과정에서 2~3% 미만이어야 하고, 이또한 엄밀히 따지면 무손실이란 표현을 쓰면 안 되는 것이다.

완벽하게 복제가 되는데, 어찌 손실이 있을 수 있을까.

허나, 원본에서 복제되는 과정 중에 완벽히 커버하지 못 할 변수라던가, 원본에서 담으려는 매체의 특성을 타면서 100% 원본과 똑같을 수 없다는 전제만 인정될 수 있는데, 이는 사실 인간의 귀로 인지하지 못 할 정도일 것이다.


본격적으로 왜 내가 무손실이 상술적 표현이라고 말하냐면, 어떤 마스터 테잎도 디지털 기술이 제 아무리 발달해서 고음질로 뽑아 낸다 한들, 절대로 원본의 마스터 테잎을 100% 뽑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존 디지털 최고 음질인 24비트 192KHz가 정말 원본의 마스터 테잎과 완벽하게 같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애초에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신호 개념 자체가 전혀 다르다.

가수가 처음 녹음할 때 여러 파트를 개별 마스터 테잎에 녹음을 하고, 이를 섞어서 온전한 하나의 곡으로 완성시키는 것을 '믹싱'한다고 한다.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렇게 알고 있다.

가수들이 스튜디오에서 동시에 모여서 녹음을 하는 게 아니란 것이다.

글쎄, 그런 녹음 방식은 5~60 년대 이전에 했을 수도 있지만.

70 년대에 접어 들어도 각 파트 별로 녹음하고, 따로 완성된 반주에서 보컬이 노래를 부르지, 같이 모여서 라이브하 듯이 정규 앨범을 녹음하지 않는다.


즉, 이 최초의 마스터 테이프 원본은 아날로그이며, 이 것을 아날로그 매체인 LP나 카세트 테이프로 복제할 때는 다이렉트로 복제할 수 있지만, 디지털 매체인 CD나 디지털 음원을 제작할 때는 디지털 규격으로 변환해서 담아야 한다.

아날로그는 원본을 최대한 근접하게 표현하는 신호지만, 디지털은 제한된 신호 체계를 가지기 때문에, 이를 아날로그만큼 제대로 구현하지 못 한다.

이를 비트를 높이고, 킬로 헤르쯔를 잘게 나눠서 아날로그에 '근접'하게 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근접일 뿐, 아무리 미세하게 나눈다 할 지라도, 디지털은 절대 아날로그를 100% 구현할 수 없다.


종래의 CD나 MP3 음원들이 손실이 있었던 것은 맞다.

이유는 용량의 절감이었고, 이로 인해 원본의 정보량을 빼서 음질을 열화시킨다 할 지라도, 어지간해서는 인식 불가할 정도의 손실은 아니었기 때문에, CD와 MP3가 널리 보급될 수 있었던 것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이 CD와 MP3는 진한 에스프레소에 물을 많이 타서 희석시킨 아메리카노 커피이고, 고음질 음원들은 여기에 물을 얼마나 탔느냐에 따라 24비트 44.1KHz, 24비트 96KHz, 24비트 192KHz로 발전한다.

킬로 헤르쯔가 높을 수록 더욱 농밀한 커피를 즐긴다고 보면 될 것이다.


여기서 단순 비교를 한 번 해 보자.

24비트 96KHz는 24비트 192KHz와 비교했을 시, 음질 열화가 없는가?

당연히 있다.

처음 음원 제작을 할 때, 192KHz는 192000 번 칼질해서 아날로그 파형에 가깝도록 미세하게 구겨 넣은 것이고, 96KHz는 칼질을 두 번 할 것을 한 번만 했다.

그럼 용량은 줄어 드는 이점이 있겠지.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용량이 곧 유지비이자, 관리 부담이므로, 큰 용량일 수록 더 많은 저장 공간과 인력이 필요하고, 이는 고스란히 유지비로 고정된다.

이런 고음질 음원들이 쌓일 수록 포용할 디스크 구매 비용, 유지비용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나기 때문에, 음질에 따라 차등해서 가격을 매길 수 밖에 없다.

지극히 당연한 자본주의적 논리이다.


그럼, 24비트 192KHz를 제외한 그 이하 규격들은 전부 '무손실'이라 부를 수 있을까?

난 여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원본을 다 구현하지 못 했으면서, 버젓이 '무손실'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정직해 져라.

'무손실'이란 단어로 원본을 그대로 구현한 것처럼 호도하지 말고, 차라리 '저손실'이란 단어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현존 가장 고음질인 24비트 192KHz는 완벽한 무손실이냐?

내 소견으로 내 놓는 답은 "일부는 그럴 수도, 대체적으로 아니다."이다.


아날로그로인 마스터 테잎을 제작했다면,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제 아무리 24비트 192KHz보다 월등히 음질을 높힌다 하더라도, 이론적으로 무한히 아날로그를 절대 따라 잡을 수 없다.

그러므로, 물과 같은 파형의 아날로그를 직선인 디지털이 절대 흉내내지 못 한다.

24비트 192KHz는 현 기술력으로 최고의 해상도이기는 해도, 어쨌든 원본 아날로그의 모든 정보를 다 흡수하지 못 했기 때문에 이 또한 '저손실'에 가까울 따름이지, 무손실이라 볼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예외를 둔 것은, 이제는 처음 녹음을 할 때 디지털로 녹음하는 경우가 많아 졌기 때문이다.


만일, 처음 가수가 녹음을 할 때 24비트 192KHz 규격으로 원본을 만들었다 치자.

이를 그대로 24비트 192KHz 음원으로 제공했다면, 이는 진정한 의미의 '무손실'로 인정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허나, 그렇지 않고 24비트 96KHz나, 48KHz로 제공한다면, 이 게 무손실이 될까?

킬로 헤르쯔를 낮출 수록 용량이 줄면서 원본의 정보량을 뺐기 때문에 손실이 된다.

최초 제작한 원본과 동일한 규격으로 제공할 때만이 진정한 의미의 무손실 음원이라 할 수 있다.


레코딩 기술은 이젠 어른 세대들도 알지 못 하는 돌판부터 시작해서 LP, 릴 테이프, 카세트 테이프의 아날로그를 뒤로 하고, CD를 기수로 한 디지털 규격으로 접어 듦으로써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나 역시도 고해상도 음원들을 즐기면서 나날히 즐거운 비명 속에 오디오 생활을 한다.

너무 좋다.

비록, 디지털 특유의 기계적이고 거친 느낌이 있지만, 재생과 보관의 편리함, 언제 들어도 변함없는 보존성은 디지털 기술이 어째서 현대 문명을 지배하고 있는 지 자각하게 해 준다.


이에 발맞춰, 이제는 음원 시장의 질서를 잡아야 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고음질 음원을 무분별하게 '무손실'이란 표현으로 남용하지 말고, 정직하게 '저손실'이란 표현을 써야 한다.

내가 다 쓰지 못 했지만, 심지어 규격보다 미달인 음질의 음원도 수두룩하다.

일반인들은 절대 알 수 없고, 나는 별도 오디오 프로그램으로 스캐닝하면 다 간파가 된다.

예전에 국내 어떤 음원 사이트에서의 저음질 파동은 이래서 벌어 질 수 있었다.

저음질 원본을 고해상도로 표기가 되게끔 뻥을 튀기면, 일반 소비자들은 절대로 알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아마 믹싱 과정에서 일부 파트를 다 고음질로 구현하기 힘들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지만.

그렇다면, 이런 것도 돈을 주고 듣는 소비자들에게 정직하게 알려야 하는데, 나는 쿼부즈나 HDTRACKS같은 사이트에서 그런 고지를 하는 것을 일절 보지 못 했다.

스캔 긁어 보니, 음질 미달의 음원.

내가 구입하여 듣는 음원이 실제 음질보다 반토막 짜리이거나, 그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음원보다 못 하거나 비슷한 정도라면.

사전에 알았으면 안 받던가, 알고도 받았다면 화도 안 날 텐데.

엉터리를 정상인 것처럼 속여 팔면 안 되지.


물론, 스트리밍 사이트도 항변의 여지는 있다.

원본 자체를 스튜디오에서 그대로 제공받았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측면도 있는데, 한 편으로는 최소한의 검수 조차도 안 한다는 사실이기도 하다.


CD들은 일체 이런 문제가 없었다.

CD들은 한결같이 동일한 규격임에 반해, 고음질 음원이 담겨 있는 블루 레이나 DVD, 스트리밍들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다.

요새는 오디오 파일들이 많아서, 나처럼 오디오 스캐닝 프로그램을 통해 간파하지만, 그동안 블루 레이나 DVD로 고음질 음반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은 아예 꿈결에도 문제가 되는 지 모르고 있기 때문에.


음질 문제에 관해 얘기하다 보니 또 길어 졌는데.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음원이나 음반에 대해 음질적으로 기대하는 부분이 그만큼 크다.

그만큼 예민한 문제란 것이다.

내가 중식당에서 탕수육 대 자를 시켰는데, 중이나 소 짜리가 나온다면. 

어느 누가 가만히 있겠는가?


지금 이런 문제가 세계적으로 유수의 고음질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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